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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9.14 폐인일기
- 2014.09.08 여기는 서울
- 2014.09.06 괴사 중(壞死 中)
- 2014.09.03 구부러진 집에서
- 2014.09.02 가장 가깝고 먼 여인
- 2014.09.01 삼류 시인의 노래
- 2014.08.27 진담
- 2014.08.26 손님
- 2014.08.17 난민의 이름
- 2014.08.11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 2014.06.28 서울의 골목에서
- 2014.05.01 허무주의자들의 무덤을 밟아야만 한다
- 2014.02.07 굽어진 높이에 대한 노래
- 2013.10.28 유감
- 2013.10.05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 2013.08.24 웃으며 부르는 노래
- 2013.08.24 아름다운 것
- 2013.08.20 달 하늘
- 2013.06.07 영혼의 계절
- 2013.05.20 미궁의 안과 밖에서
- 2013.05.14 노스탤지어
- 2013.05.14 진입금지
- 2013.04.26 웃는 사람
- 2013.03.14 나의 친구
- 2013.01.30 계절
- 2013.01.21 거의 꺼져 들어가는 촛불처럼 삶을 방관한다
- 2013.01.11 약자는 사랑할 수 없다
- 2013.01.01 거식증 환자의 꿈
- 2012.12.25 지하에서의 노래
괴사 중(壞死 中)
글/시 2014. 9. 6. 01:42 |가장 가깝고 먼 여인
글/시 2014. 9. 2. 12:12 |난민의 이름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내 봉급에도 마음 주는 일 없이
깜깜한 창밖만 내다보며
종이를 앞에 두고 게으름에 뒹구는데도
형광등은 오로지 낮이라고 빛난다 그것은
버러지의 시체들로 그림자놀이를 하며
창백하게 내 눈동자를 깨우며 흔드는 것이다
오히려 내 눈동자는 피로해 눈앞이 벌겋고
다음 달에도 봉급은 많을 일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내 소관도 아니며 나는 그저 버리고
가끔 전철에 몸을 싣을 때 보면 반드시 눈 보이지 않고
다리 성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렁질 바가지 들고 있을 때
나는 주머니를 뒤지며
내 봉급을 꺼내는 것이다 그저 그 짤그랑 소리 들으려고
날씨는 미쳐 벌써 긴팔을 입지 않으면
차라리 소주를 마셔 혈관을 데워야 하고
전철에 탔을 때 내 옆에 앉은 동무는
하모니카 불며 구걸하는 저 장님이 돈푼 받을 자격이 있느냐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 모를 노기 섞인 목소리로
그러는 것이다 돈푼 받을 자격이느냐고
모른다 나는 알 도리가 없다
오히려 이유가 있노라면 돈 많고 부자인
그런 사람들을 내가 만날 일이 없는 까닭이고
나는 소주 한 병과 담배만 있으면
밥이 없고 옷이 없어도 서글퍼본 적이 없는 까닭이고
가난이라는 것이 이미 내 심장에 쐐기를 박아
가난이 싫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하모니카 불었던 것을 기억하고
또 늙으신 할아버지는 딱 저 절름발이 걸음으로 걸었던 것을 기억하고
목을 못 가눠서 슬픈 저 바보는 우리 어머니 동생과
똑 닮은 눈을 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글/시 2014. 8. 11. 22:17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어둠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면서 네온불빛 위에 쌓이는 밤 시간에 나는 시상이 내 영혼 위에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일이라서 나는 혈기도 없는 형광등 불빛 밑에서 담배를 피웠다. 바깥에서는 황달에 걸린 것 같은 가로등 빛이 깜빡거렸다.
그러나 나는 시를 쓰지 아니하였다. 차라리 나는 시상이 무슨 색깔을 하고 있는지에 골몰하였다. 매일 내가 삼키는 십 수 개의 알약들을 오늘 아침 나는 잊어버린 것을 떠올렸다. 그리하여 광증이 내 뇌수 속에서 분열의 소리를 외치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알아차렸다는 표현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약물이 늘 내 광증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곧 나는 현대의학으로 규정지어진 나의 광증에게 네가 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붓다의 어떤 가르침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광증에게 질문할 수는 있어도 광증이 답을 주지는 아니하리라고 말이다. 그래서 광증인지 시상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이 말하기를: 나는 그저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죽도록 그리웠다.
사락사락 쌓이는 어둠 속에 도시의 눈물인 듯 습기의 냄새가 났다. 나는 담배를 태우고 또 담배를 태우면서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자살을 하느냐고 자문했다. 도시에 사는 영혼들은 네 심장박동을 따라 유감이 핏줄 속을 돌아다닐 때 어떤 면도칼 사이에서 세상을 버리는 방법을 찾아내느냐고.
광증아, 내 광증아 너는 언젠가 내가 타고 갈 비루한 황소 한 마리를 데려오리라. 그러면 나는 양발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소 위에 올라탈 것이다. 그러면 그 비루한 황소는 위로하는 듯 조롱하는 듯 울면서 계곡을 건너고 강을 건널 것이다. 나는 안녕이라고도 하지 않고, 천천히 썩어가는 세상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나는 시베리아의 여인을 처절하게 사랑했었고 계절은 겨울에서 정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산골을 떠나서 내 광증을 낳은 어머니의 피폐한 젖가슴 속으로 돌아왔다. 벽을 보고 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이 깨달음처럼 내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하여 나는 이 벽이 미로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 또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내 가슴을 껴안았다. 불빛은 불행하여 아름다웠다. 비극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밤하늘에서 서로 부딪히며 떠돌았다. 나는 길 가는 행인들의 정수리를 쪼았고 그들은 핏방울마저도 체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러 가리라고 다짐하였다. 나는 소주병을 나팔처럼 들고 노래하리라고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