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글/시 2014. 8. 26. 20:38 |
손님


흔치 않게, 아직 살아있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읽고 있었다. 그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어쩐지 그 시집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불쾌한 손님이 찾아왔다.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찾아온 그 손님은
내 손에 들려있는 시집을 먹어 치워버렸다.
나는 그의 눈동자가 유난히 새까맣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내 심장에서 상당량의 혈액을 빨아마셨다.
그의 입이 내 심장에 닿을 때
살아있는 것에 진력이 났다 그래서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싶었다 세상을 버리고
버리고 죄다 버리고 그저
영원히 새벽인 거리에서 그저 걷고
그저 어둠을 향해 혼잣말을 지껄이던
말하건대 내가 혼자뿐인 나라의
이단의 왕이라도 된 듯 도취하여
지독히 도취하여 달에게
히틀러의 <R> 발음을 도용하여 연설하던
그 때처럼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불쾌한 손님의 눈동자는
새까매서 내 달마저 먹어치우겠다고
폭언하는 듯하였다.
나는 진저리를 쳤다
분노 비슷한 것이 맴돌았다 내 핏발 선 눈동자 속에서
나는 달빛 비추는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나는 불쾌한 손님의 여린 목을 손으로 잡아 뜯었다.
사방이 피였다.
닭고기가 먹고 싶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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