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골목에서

글/시 2014. 6. 28. 23:39 |
서울의 골목에서


주황색 긴 그림자
가끔 한없이 슬픈 실루엣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심해에 사는 어류의
눈동자 없는 얼굴을 본다면
필경 그러한 느낌이리라.

병든 마스크들, 그러나 거기에는 발악도
순응도 아닌 포기의 발자국이
검은 빛을 받아 선명히 보인다.

오, 인간이라는 서글픈 아이러니여!
아마도 당신은 찬미하지 않을
그 마지막 순간은
소리 없는 물결처럼 묵직하게
당신의 안으로 스며들어올 것이다.

당신의 흉터를 가려줄 안개조차 없는
이 기괴한 내륙에서
우리들은 분명 삭아 들어가고 있으리라
존재의 마지막 편린에 대해
사고의 귀퉁이로도 잡아볼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최후에 맞이하게 될 그 어머니에 대하여
우리는 생각해보아야만 하리라. 아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녀는
우리의 심장을 힘껏 움켜잡고 있다.
그러나 당신, 점점 퇴색되어가는
텅 빈 표정을 가진 당신……

원망의 아우성들을 듣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다만, 잠자는 괴물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 골목에서
우리는

우리는.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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