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의 노래
나는 눈 오는 날의 개처럼 방 안에서 기뻐하며
그녀와 함께 작은 동굴 속을 뒹구네
내 손에는 작은 그녀가 쥐여있지
어제 내가 잘라낸 그녀의 음부가
나는 기뻐하며 그 살점에게 말을 거네
당신의 이해자는 나뿐이요
사랑하는 이도 나 뿐이요
내가 걸어온 발자국마다 작은 움집이 생겼네
그곳에는 오래된 원시인들이
하얀 불꽃을 켜고 몰토 아다지오의 박자로
춤을 추고 내 이름을 노래하네
그대들은 피그말리온의 비극을 기억하는가?
나는 생명 있는 것으로부터 생명을 앗아오는 방법을
요 몇 년 사이에 고독 속에서 깨달았다
아주 캄캄한 천장 구석에 내 얼굴이 웃고 있네
나도 마주보며 즐거워서 웃고 있다네
오늘은 기쁜 날이요 가죽으로 북을 만들어
북치고 노래하며 새까만 눈물을 흘려라
그 눈물 속에는 한 때 어리고 앙상했던
내 몸이
내 갈비뼈의 흔적들이 남김없이 들어있으니
내게는 도려낸 살점이 있소 그것은 나의
나만의 벗이며 나만의 반려자요
내내 혼자였지, 눈 내리는 무지개 속에서
수십 개의 무지개 속에서 나는 꿈만 꾸었지
피안의 저편에는 누군가가 있을까
거기에는 잡아줄 손도 있고 입 맞출 입술도 있을까
하지만 나는 혼자 서지 못했는걸
나는 끝내 그대를 강간하지도 못했는걸
다만 내게는 그녀의 음부가 있네
내 손에 쥐여진 신선한 고기가 있네
눈을 향하는 곳마다 성스런 빛이 비추고 수 없이 많은 무지개가
내 눈동자 속에 깃들어 신의 꿈을 꾸게 하네
하지만 나는 당신이 필요 없다오, 내게는 이것이 있으니
내게는 고기가 있고 피와 근육이 있으니
자비가 있다면 가죽 하나만 덮어주오
자비가 없다면 그것으로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