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수증을 사 들고 갔다
글/시 2026. 10. 23. 12:23 |그는 영수증을 사 들고 갔다
그때가 아마 와인 바틀 팔아먹으며
수염쟁이 사장 얼굴
쥐어뜯고 싶어도
월급은
받아야
겠으니
새벽 세 시까지 가게 지키다 내
돈으로, 택시 타고 퇴근할 때였나.
아마 봄이었다, 아마
그랬다, 반팔 입고 있었으니
초여름 같기도 한데, 시기상
그럴 리는 없고.
강남 와인샾에서 재고 정리하고
장부 정리
매출 정리
가게 정리
정리라는정리는닥치는대로하며
30분마다 셀러 들어가
코르크 깨지거나
상한 건 없는지
온도는 맞는지
그런 참으로 쓰잘데없고와인에간쓸개다빼주는
그런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란 놈은 근로기준법 비켜 가겠다고
점심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정해놓는 바람에
셀러에서 코트 덮고 자고
있었는데
얼굴에 부티 번들번들
개기름처럼 빛나는
웬 아저씨가
현관 흔들며 종소리 딸랑딸랑
잠을 깨웠다.
부은 눈동자로 맞이하니
개기름 속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
했다.
셀러로 안내하자
이번에 제 아들이 서울대에
서울대에 합격을 해서,
가족들끼리 축하연 하려고, 어떤 와인이
좋겠습니까?
돈 깨나 있어보였다.
우선은 벼락 맞을 놈의, 200만 원, 넘어가는, 5대 샤또와, 유명 도멘느들, 바틀을,
떨어지지 말라고 셀러에 타이까지 묶어서 고정해놓은
그런 것들
소개해주고
한 마디 붙였다,
이번에 독일에서 새로 들어온
70만 원 하는 와인이 있는데요
밸런스랑 퀄리티는
250만 원 값어치도 합니다.
충분히.
그 양반 무슨 소리를
하기는 했는데
웃는 척하느라 못 들었다.
결국 사 간 건
샤또 마고
200만 원,
빈티지는
기억도 안 난다.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그 행복한 양반,
영수증을
사 갔다.
사장님, 샤또 마고,
팔렸습니다.
사장은
기뻐했다.
대학이 어떻게 생긴 곳인지도 모르는, 나는
새벽에 찾아올
만취한 이혼녀와 유부녀들을 위해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더 잤다.
셀러는 언제나
더럽게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