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페루에 가서 뒤지든 사람이 무엇으로 버티든 그게 뭐


행복한 거야, 이 사람들은. 나 같은 멍청이가 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 이제 곧 두 사람을 망쳐놓을 거야. 조촐한 행복. 착한 모녀에게 행복을.
-<인간 실격> 中

 조촐한 행복.

 대충 삼십 년은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온 대륙과 대양을 태풍이나 재해처럼
 쏘삭거리고 다녔다

 이제 알겠다
 고,
 목장갑 끼고 산밑 내려다보며
 성대하게 착각한 뒤
 로는,

 남의
 조촐하고
 섬세한
 행복
 따위나
 훼방 놓고
 좌절이며분노며치졸한질투며결국에는도망쳐소독약과타르냄새속에뒹구는
 그런 생활.

 조촐한
 행복. 호흡이 엉킬 정도의

 숨이, 쉬어지기를 거부하는

 실제로 찾던 조촐한 것은
 딱히 지하층 호프집이나
 루프탑 바는커녕
 도시에도 산에도 염병할 놈의 들깨밭과 양계장에도,
 비행기 타고 떠나 오물 구덩이를 뒤적여도
 말파리에 쏘여 피를 질질
 흘려도 쥐뿔만치도 안 보였고

 참 이상하게도
 조촐한 사람들에게도
 안 보였다.

 어느새 또 돌아온, 행복이니 안정이니 안심조차 애당초부터
 쓸려나간 자리에
 어느새 또 가을은 높은 빛살과 냉기와
 빈곤만 방안에 뿌려대는데

 어느새 또
 아무것도 못 찾았다고
 타자 두들기는
 사나운 고백만
 이번으로
 약 이십 회쯤,
 되었던가

 무너진 사람
 사이는
 몇십 間
 이더라

Posted by Lim_
:

서정시를 써야만 해서

글/시 2026. 10. 13. 17:27 |

서정시를 써야만 해서


 책상 뒤켠의 곰팡이와
 굳어 단단해진 먼지와
 잠들 수 없는 방안의
 경련하는 그림자뿐 아니라
 인간의 피부 안
 그 안쪽까지
 샅샅이
 뒤져보았는데

 그 무엇도 숨겨진 채로
 놓아둘 수는 없다고,
 서정과 시의
 연료나 되어 타라고.

 그래도 인류의 구정물은
 선명하더라도, 거대해서 괜찮은
 괜찮은 오물이었다.

 다만 인간은.
 서정이 펜을 드는 순간
 도무지 끌어안기 아픈
 핏덩이 섞인 눈물과
 체액 덩어리였다 마실 수도
 없는.

 변기에 위장을 쏟아부으며
 2년의 금주를 비웃고
 거울 없는 상가 화장실과
 거울 잃은 표정들과
 쓸려나갈 것조차 없
 었던, 산사태 난 통장 때문에
 나는 원 없이 웃었다.

 적어도 나는

 내게 증오의 함성을 외치라고 뫼르소처럼 광포할 수도 없이
 그냥 평범하게, 미워 해주면 안 되겠냐고
 변기에게 눈물 흘렸다.

 머저리가 따로 없네.
 자꾸 사랑받기나 하는,
 그런 병신 같은,

Posted by Lim_
:

투덜거리다

기록/생각 2026. 9. 28. 15:30 |

통찰력도 타고난 감각도 있

었던 것 같은 당신들이

의식주와 번식을 위해, 합당하게 정신을 마모시키고

뇌생리학적으로 타당하고 훌륭한 이유에 의거하여

논리도 이념도 버린 합리화와 손 잡고 행복해진다는

사실이,

그저 나를 끊임없이 외롭게 하고

치졸한 증오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나는 본다.

 

랄프 로렌 광고와,

신축 아파트에 예술을 씌웠

다는 광고와,

자본과 언론이 벌려놓은 판에서

서로 박터지게 싸우는 건강한 사람들을 보듯

나는

본다.

 

의외로 다들 만족하겠지?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