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글/시 2013. 3. 14. 22:43 |
나의 친구


나는 바람을 따라 걸었습니다
나무와 풀들에게 내 마음을 준 채
태양이 빛나는 날에도 나는
두려움 없이 사물들의 원초적인 노래를 들으며
아무도 볼 수 없는 춤을 추었습니다
나는 길가에 서있는 환영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가 나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노래하듯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왔기에
이렇게나 나의 마음을 기쁘게 만듭니까
그는 빛의 목소리처럼 투명한 말로
내 말에 대답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심장 밑바닥
모든 감정이 빨려 들어가는 깊은 늪에서 태어났고
이제 당신의 눈앞에서
당신이 꿈꿔왔던 것들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세요
그들은 모두 표정이 없고
얼굴의 윤곽조차 사라져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합니다
나는 내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말없는 사람들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세상은 빛살이 들어오는 새장처럼
잠금 쇠가 걸린 채로 자유를 품고 있었고
가끔 나무들이 속삭였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그들은 찌푸릴 눈썹도 없고
조소하며 찌그러트릴 입술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리오네트처럼 하늘에 걸린 실에 따라 움직이며
손짓으로 우리에게 인사해보입니다
나는 나의 환영과 함께 걸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눈을 뜨지 않아도 되겠군요
더 이상 세상에는 볼 것도 없고
고로 우리가 더는 눈물 흘릴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는 내게 이빨을 내보이며 웃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숲으로 가서 한 잔의 포도주를 마시고
태양의 찬란함과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구름들을 찬미했습니다
나뭇잎은 우리에게 밝은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산들바람은 우리의 마음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나는 밤이 되자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걸어
나의 아늑하고 깊숙한 다락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제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내 곁에 환영이 함께 합니다
나는 인생의 달콤함을 입안에 한껏 베어 문 기분이고
이제 내게 누구 못지않은 친구가 생겼으니
언젠가 들었던 인생을 예찬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빛 아래서 내일을 희망합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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