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어둠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면서 네온불빛 위에 쌓이는 밤 시간에 나는 시상이 내 영혼 위에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일이라서 나는 혈기도 없는 형광등 불빛 밑에서 담배를 피웠다. 바깥에서는 황달에 걸린 것 같은 가로등 빛이 깜빡거렸다.
그러나 나는 시를 쓰지 아니하였다. 차라리 나는 시상이 무슨 색깔을 하고 있는지에 골몰하였다. 매일 내가 삼키는 십 수 개의 알약들을 오늘 아침 나는 잊어버린 것을 떠올렸다. 그리하여 광증이 내 뇌수 속에서 분열의 소리를 외치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알아차렸다는 표현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약물이 늘 내 광증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곧 나는 현대의학으로 규정지어진 나의 광증에게 네가 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붓다의 어떤 가르침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광증에게 질문할 수는 있어도 광증이 답을 주지는 아니하리라고 말이다. 그래서 광증인지 시상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이 말하기를: 나는 그저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죽도록 그리웠다.
사락사락 쌓이는 어둠 속에 도시의 눈물인 듯 습기의 냄새가 났다. 나는 담배를 태우고 또 담배를 태우면서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자살을 하느냐고 자문했다. 도시에 사는 영혼들은 네 심장박동을 따라 유감이 핏줄 속을 돌아다닐 때 어떤 면도칼 사이에서 세상을 버리는 방법을 찾아내느냐고.
광증아, 내 광증아 너는 언젠가 내가 타고 갈 비루한 황소 한 마리를 데려오리라. 그러면 나는 양발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소 위에 올라탈 것이다. 그러면 그 비루한 황소는 위로하는 듯 조롱하는 듯 울면서 계곡을 건너고 강을 건널 것이다. 나는 안녕이라고도 하지 않고, 천천히 썩어가는 세상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나는 시베리아의 여인을 처절하게 사랑했었고 계절은 겨울에서 정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산골을 떠나서 내 광증을 낳은 어머니의 피폐한 젖가슴 속으로 돌아왔다. 벽을 보고 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이 깨달음처럼 내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하여 나는 이 벽이 미로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 또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내 가슴을 껴안았다. 불빛은 불행하여 아름다웠다. 비극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밤하늘에서 서로 부딪히며 떠돌았다. 나는 길 가는 행인들의 정수리를 쪼았고 그들은 핏방울마저도 체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러 가리라고 다짐하였다. 나는 소주병을 나팔처럼 들고 노래하리라고 다짐하였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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