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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1 Death - Zombie Ritual 5
  2. 2010.07.15 Death - To Forgive Is To Suffer 6

Death - Zombie Ritual

기록/음악 2010. 8. 1. 06:59 |
 밴드 Death의 1987년도 데뷔 앨범, <Scream Bloody Gore>의 2번 트랙.

 이번에 소개하려는 곡 Zombie Ritual은 내게 있어 굉장히 의미가 깊은 곡이다. 무엇보다도 Zombie Ritual은 내가 데스메탈에 빠지게 된 원인이자 내 음악감상 취미 그 자체를 결정지은 곡인 것이다. 사실 <Scream Bloody Gore>를 접하기 전까지의 내 음악취향이라는 것은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나 스타일도 없이, 마음에 드는 영화를 발견하면 그 영화의 OST 앨범을 듣고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의 감상'을 다시 곱씹으며 만족스러워하는 정도의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음악이라는 것은 독립적인 미학을 갖추고 있는 예술이 아니라 영상 따위의 분위기를 보조하는 부수적인 장르로 받아들여졌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본 앨범은 내게 장르적 충격 그 자체였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앨범을 채우고 있는 총 12개의 트랙들은 단 한 곡도 빠지지 않고 청자의 정신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정대면한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되고, 작곡가, 연주가들의 의식은 과격하면서도 절묘한 방법으로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음악이라는 것에서 이 정도로 처절한 가치를 발견한 것이 처음이었던 나는 말할 것도 없이 짙은 감명을, 아니 지독히도 공격적인 '음악적 오르가즘'을 느꼈던 것이다.
 오르가즘! 그만큼 내가 받은 감동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대담한 곡구성 속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지며 화려한 기타 테크닉으로 완성되는 완급조절과, 익스트림 메탈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격적이기만 한 보컬과는 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존재의 내면으로부터 울부짖는 듯한 실존주의적 감성으로 가득찬 보컬, 그리고 전면에 내세워진 채 미치광이처럼 터져대는 드럼 등은 그저 잘 만들어진 음악이나 감동적인 곡을 뛰어넘어, 그 매혹적인 손아귀로 들끓는 생명력과 인간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펼쳐져있는 녹슨 납덩이처럼 무겁고 검붉은 감정들을 예민하게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심장을 꿰뚫은 쇠말뚝처럼 금속적이면서도 더없이 섹슈얼하다. 피보다 붉고 의식보다 아프며 쇳덩이보다 밀도높고 철저하다.
 그리고 그런 걸출한 앨범 속에서도 Zombie Ritual은 주머니를 뚫고 나온 못처럼 뛰어난 완성도를 드러내는 곡이다. 그 광휘란! 본 곡의 무거운 필링 속에서 날카롭게 번득이는 천재성은 도무지 스무살 청년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스무살. <Scream Bloody Gore>가 발매된 1987년 척 슐디너는 고작 스무살의 나이였다. 이 사실이 놀라운 이유는 데스메탈의 근원격인 이 기념비적 앨범의 제작자(Death라는 밴드 자체가 실상 '척 슐디너와 초호화 세션들'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제작자'라는 표현도 극단적인 것만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가 그런 어린 나이였다는 점보다는, 차라리 그 음악성의 본질적인 부분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절규하는 듯한 열광의 정신이, 이미 그 나이부터 그토록이나 진지한 형태로 나타나있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보다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본 앨범을 데스메탈보다는 오히려 쓰래쉬 메탈 쪽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Scream Bloody Gore>를 감성적인 부분에서 보다 깊이 감상하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본 앨범에서 쓰래쉬 메탈의 주된 요소들 중 하나인 '통쾌함'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애당초 데스메탈의 방향성이라고 하는 것은 <Scream Bloody Gore>가 발매된 해인 1987년에 처음 나타난 것도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이미 4년 전에, 즉 1983년에 발매된 척 슐디너를 주축으로 한 밴드 Mantas의 데모앨범 <Death by Metal>에서부터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 음악을 들은 감상이 '아픔'일 정도로 진중하고 처절한 그의 음악적 방향성은 <Death by Metal>에서부터 정해져있었고, 그것은 <Scream Bloody Gore>와 <Leprosy>에서 '완성'된다. 밴드 Death의 1, 2집은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음악적인 기량에서도 완벽하게 완성되었다는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앨범인 것이다.
 마치 고전문학처럼 진지한 주제의식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길 데 없이 절묘한 형식 속에서, 이 예술작품의 노골적인 미학과 오르가즘과도 같은 맹렬한 감동을 느껴보도록 하자.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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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이 곡은 데스메탈 밴드 Death의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인 The Sound Of Perseverance의 7번 수록곡이다. The Sound Of Perseverance는 5집인 Individual Thought Patterns에서부터 보여지고 있었던 변칙적이고 진보적인, 즉 프로그레시브한 곡구성이 이미 장르의 한계조차 뛰어넘은 6집 Symbolic에서 깔끔하게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모른 채 발전에 발전을 더해서 만들어진 밴드 Death의, 그리고 인간 척 슐디너(Chuck Schuldiner)의 완성품이다. 이것은 이름 그대로 걸작이고, 무엇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으며 모든 트랙이 베스트 트랙인 완전한 작품이다. Symbolic에서도 보여졌듯이 척 슐디너는 스스로가 '데스메탈의 아버지'라고 불리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장르라는 형식적인 틀에 구속되는 법이 없었다. 그는 항상 다른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닌 자신의 음악을 했고, 그것이 그의 손에서 태어난 곡들에서 느껴지는 유일성과 개인주의적 향취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곡을 들어보라. 광포한 감성이 사운드의 입자 하나하나에 핵처럼 박혀있다. 그러나 그 감정들은 절대로 이성의 절제를 넘어가는 일이 없다. 강철 같은 이성이 만든 곡의 구성 한가운데에서 공격적인 감성들이 새빨간 생명력과 함께 절규하고 있다. 절규. 이것은 황폐한 세상 속에 근거도 없이 떨어져내린 인간정신이 부르짖는 비참한 절규이자 처절한 의문이다. 거대하고 절대적인 부조리 밑에서 고통받고 있던 자의 인내의 소리(The Sound Of Perseverance)다. 아름다움과 기괴함, 증오와 애정, 고통과 쾌락, 실존에 대한 의문과 자기파괴적인 충동을 뒤섞어 만들어낸 슬픔의 미학이다.
 척 슐디너의 음악은 아프고도 아름답다. 노골적이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이 무거운 진취성 앞에서 향일적 예술가의 정신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척 슐디너의 음악은 그대로 그라는 인간의 정수가 된다. 그는 불행한 인간조건 아래서 자기표현을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알아낸 이이고 섬광 같은 정신이었다.
 나는 그의 음악에서 쾌락과 고통과 전율의 극단을 모두 맛봤고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심장을 꿰뚫고 나온 쇠못처럼 강하고 날카로웠으며 단단하고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은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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