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의 안과 밖에서

글/시 2013. 5. 20. 13:27 |
미궁의 안과 밖에서


나는 고통의 숲으로 만들어진
미궁 속에서
어떤 신비로운 웃는 낯을 만났습니다.
하늘은 밤이었습니다
하얀 별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지상은 은빛으로 빛났습니다.

나는 그 웃는 낯을 보고 놀라지도 않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태초의 인간이여! 원시의 감정이여!」
나의 것이 아닌 행복이 장난치듯이 시야 주변을 뛰놀았습니다.
이 미궁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을 터인데!
그저 적막 밖에, 그저 절망 밖에
그저 혼돈 밖에.

그러나 북쪽 하늘에서 내려온 신비로운 섬광이
나의 끔찍한 미궁에
<인간>을 데려다놓았습니다.

아직도 내게는
깊이 파인 흉터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된
내 영혼의 조각들.

나는 구멍 뚫린 심장 속에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거기에는 빛도 암흑도 아닌
어떤 지고지순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으렵니다!
왜냐하면 나도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for Anya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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