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꺼져 들어가는 촛불처럼 삶을 방관한다
글/시 2013. 1. 21. 16:21 |
거의 꺼져 들어가는 촛불처럼 삶을 방관한다
내 혀 위에서는 붉은색 지네와 낮게 나는 날벌레들이
무리를 이루고 살고 있다
나는 의자 위에 앉아 내가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내 얼굴을 보여줬던 것이
언제인지 되짚어보며
경동맥에 관을 꽂고 천천히 혈액을 뽑아내고 있다
내가 그들과 같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내게 사고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나는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내 몸에 난 흉터들을 하나씩 더듬어본다
내 방 서랍에는 날이 선 단도가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다
그것은 가끔씩 피와 살맛을 본다. 그러면 나는 벌처럼 노래를 부른다
5월의 햇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지난 십 년 정도 늘 겨울이었다
랄라! 나 자신에게 유쾌하다고 주문을 건다
왜냐하면 나는 유쾌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랬다
나는 단 한 번도 절망한 적이 없다. 절망은 착각하기가 쉬운데
그것은 사실 기쁨이다. 기쁨의 얼굴을 조금만 화장시키면 절망의 표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정들의 화장을 지우는 일에 요 몇 년간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내게 잠을 잘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어쩔 수가 없었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랄라.
나는 주로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듯이 내 기억들을 본다
하지만 그리 즐거운 작업은 아니다. 나는 금세 싫증을 내고
망각으로 내 기억을 덧칠하는 일로 작업의 내용을 바꾼다
내게 가족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혈육은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나도 소모적인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나는 유쾌한 사람이기 때문에 슬픈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게는 자리가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