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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6 Anorexia Nervosa - God Bless The Hustler 2
 심포닉 블랙메탈 밴드 Anorexia Nervosa의 2000년 앨범 Drudenhaus의 3번 트랙.

 본 블로그에서는 처음 소개하는 블랙메탈계 곡이다. 블랙메탈계 음악이라고는 해도 심포닉 블랙메탈은 데쓰메탈과 멜로딕 데쓰메탈의 관계만큼은 아니더라도 거의 별개의 장르나 다름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데쓰메탈과 스래쉬메탈이 주요 취향인 내게 있어 블랙메탈이라는 것은 사실 ─블랙메탈 팬들께는 죄송스런 이야기지만─ Mayhem은 코미디나 다름 없고 초기 Dimmu Borgir나 Burzum은 가끔 별스러운 기분으로나 듣게 되며 초기 Behemoth 등은 아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외의 음악인데다가 그나마 Gorgoroth나 후기 Keep of Kalessin 정도나 기분전환을 위해 듣는, 그런 위치의 장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올드스쿨 블랙메탈에 대해서는 굳이 소개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다지 많은 밴드를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심포닉 블랙메탈이라고 하면 나는 Anorexia Nervosa를 접하기 전까지는 '익스트림 메탈 치고는 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딕하고 키보드 사용이 유난히 많은 다소 대중적인 장르'로, 나쁘게 말하자면 핵심이 없는 음악으만 생각해왔었고, 또 대다수의 심포닉 블랙메탈 밴드들이 그런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 줬었다. 마치 멜로딕 데쓰메탈 밴드들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이것들이 도대체 왜 '데쓰메탈'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있는지 점점 이해할 수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Anorexia Nervosa는 어떤 장르구분도 음악을 한정지을 수는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새삼 내게 각인시켜준 것이다.
 극도의 긴장감. 날카로운 사운드들이 일견 난잡하게 뒤엉켜 만들어내는 하나의 신경질적인 선율. '신경성 거식증'이라는 밴드명에 그야말로 완벽하게 어울리는 병적인 감각으로 가득한 보컬. 메탈음악에서의 키보드 사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적재적소에 쓰여졌다고만 느껴지는 치밀한 키보드 운용. 오히려 슬픔마저 느껴지는 혼란스러운 분노의 감정. 이것들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리고 본 앨범을 채우고 있는 9개의 곡들은 전부 굉장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과격함'을 지향하는 밴드들이 자칫하면 빠지기 쉬운 천편일률성과 지루함의 함정에도 빠지지 않은 채 각각의 곡이 개성적이면서도 동시의 하나의 커다란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훌륭한 구성을 하고 있다. 덕분에 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청자에게는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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