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그다지 화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화를 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우리는 대화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실 존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확실한 형태를 가진 무엇이라는 생각은 허구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고 꿈이니 불확정성이니 하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틀림없이 우리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성이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아닌가, 그렇게 느낀 것입니다. 
 마치 불꽃과도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불꽃과 비슷한 형태의 <현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땅 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각이라는 현상이자, 불꽃 속의 짐승이라고. 오감만으로 그 형태가 주장되고있는 타들어가는 짐승. 어느 누구도 인간에게 가치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감각만으로도 이미 인간은 그 존재를 스스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허무와 함께.
 허무는 어떻습니까. 허무 또한 다른 한손에 쥐고 있던 것 아닙니까. 아시다시피 이 행성 위에서 허무를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무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직관적 허무야말로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자살하거나 자살하지 않거나. 살거나 살지 않거나. <생활>이라는 이름의 애매한 경계선에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하게 만드는, 인간을 선택이라는 극단으로 몰고가는 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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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별 수 없었다. 초침 끝에 묶여 있었다. 그는 메트로놈 같은 심장을 원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다고 하면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얀센주의 같은 지저분한 것이 이념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도 그들만의 우스운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심장에서 톱니바퀴를 꺼내고 황산을 부었다. 삐걱거리는 것은 변칙음이다. 뇌수의 모양을 한 심장을 떠올렸다. 엑스터시에 어울리는 것은 오히려 심장보다는 뇌 쪽이 아닐까? 어쩌면 그곳이 가장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세계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붕괴하는 형상, 붕괴하는 아름다움, 붕괴하는 아름다움? 붕괴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인가 아니면 아름다움이 붕괴한다는 것인가? 그로테스크는 대단하다. 그로테스크는 아름답지 않다. 고상하지도 않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정리된 역사가 없다. 그래서 그것은 아름답다. 아름답거나 위대하다. 그러나 전혀 위대해보이지 않는다, 그 점이 좋다. 처참한 것, 비참하게 꿈틀거리는 에너지! 우리는 에너지를 배제하는 시대에 태어났다. 이곳에서는 모든 에너지가 위험하고 꼴사납다. 잘려나간 고흐의 귀.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도 전에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끔찍한 형상이 아름답다. 경악할 것. 경악할만한 것. 경악과 혐오와 고통은 의미나 이념 이전부터 형태로써 상주하고 있었다. 마치 혼돈처럼, 빛이 있으라! 본질을 보아야한다. 본질을 손에 쥐고 맛을 보고 집어삼켜야한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의 모방이라고 말한 일도 있다. 그러나 그 자연이라는 것이 애당초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눈에 비치는 빛나는 형상들? 아니다, 더 안쪽에 있다. 본질이고 자연이고 모든 모방품들의 오리지날인 것은 더 안쪽에 있다. '빛이 있으라!'고 외치기 이전부터 있었던 지독한 섬광 말이다. 빛도 아니고 형상도 아닌, 아름답지도 찬란하지도 않은 지독한 섬광. 육체와도 닮았고 정신과도 닮았고 혼과도 닮은 끔찍한 것. 도대체 누가 이 무질서한 미학 속에서 성스러움을 찾는가? 모든 우주와 모든 존재 속에 담긴 것들 가운데 내가 보는 미학은 단 하나의, 단 하나의 모든 것을 포함한 지독함이다. 무질서함이고, 끔찍함이며, 격통이다. 사실은 그것이 가장 아름답다. 내가 모든 정신과 영혼을 쏟아 외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예술을 낳은 것, 처참하고 지저분하게 꿈틀거리는 살덩어리야말로 무언가를 '낳을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유일하다. 모든 표면들이 혐오스러움을 내재하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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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들이 항상 얘기하듯이, 인생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은 어느 때던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절대 웃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미치광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만과 정직도 그렇다. 그것들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경계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유쾌한가 혹은 불쾌한가, 사랑하는가 혹은 증오하는가, 고통스러운가 혹은 쾌락적인가. 그 어떤 인생도 웃지 않는다면 이것만이 유일한 기준선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쉽게 '기준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선'으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면이거나 혹은 공간이거나, 심지어는 형태조차 지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뭐냐, 나는 모든 것이 표리일체하다고 말할 셈인가? 그건 아니다. 나는 당사자가 어렴풋이 형태를 느끼고 있는 수 많은 직관과 감각들에 대해 이야기 할 셈이다. 실제로 어떤가, 대다수의 '그들'이 들러붙어있는 경계들은 사실 어느 누구도 감각할 수 없는 늑골 바깥의 것들 아닌가. 촉각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항상 불평하고 있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는 그런 히틀러를 '싫어'했다. 철학과 사상이 어디에 있을까? 총의 방아쇠를 휘감고 있는 그들의 손가락 안에 있었다. 그럼 그 손가락은 철학과 사상이 당겼나? 전체주의가 그들의 손가락을 당겼나? 아니면 자유주의가 그들의 손가락을 당겼나? 아니다, 내 생각에 그들의 손가락을 당긴 것은, 그들의 내장이었다. 내장의 촉감 말이다.

- 아아, 하지만 총은 좋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좋지가 않다. 교수대의 밧줄도 마찬가지다. 기요틴도 마찬가지다. 뭐든간에 말이다. 법을 사랑하고=범죄자를 증오하고=사회이념을 신뢰하고=집단폭력에 공감한다면, 사상이나 신념 따위는 쥐뿔도 없는 사형도구들로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사회구성원 다 같이, 사이좋게 정제당한 정신들끼리 어느 누군가에게 생각할 자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철저한 신념 아닌가? 그러니까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하란 말이다. 연쇄살인범, 테러리스트, 강간범, 방화범 등등, 전부 목을 매달아 죽이라는 너. 옳다, 니체가 말했듯이 이건 전부 전쟁이다. 전쟁이 뭐냐,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옳다. 죽여도 상관 없다. 그러나 말했듯이 사형도구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로 지껄이지 마라. 당장 '당신의 올바른 사회 만들기'에 동조시키고 싶은 사람들을 죄 불러모아라. 아들내미와 딸내미 손을 잡고, 건전한 정신을 지닌 온국민과 함께 사형장으로 몰려가서 직접 이단자를 때려죽여라. 텔레비젼 뒤에서 생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라'고 외치지 말란 말이다. 어느 누구도 제외없이, 산다는 것은 전쟁이다. 틀림없이 그렇다. 그리고 또 틀림없이, 당신들이 더 강하다. 당신들이 더 큰 집단이고, 당신들의 권력이 더 강하다. 그래서 당신들의 공통된 '취향'에 거스르는 '취향'을 가진 '이방인'들의 목을 따는 것 아닌가. 사형 제도, 아무래도 좋다. 인생이 통째로 전쟁인데 집단폭력 따위 뭐가 그리 대수겠느냔 말이다. 그러나 어디 남이 대신하는 섹스가 섹스인가? 당신들 머리 속의 '죽여 마땅한 놈'은 직접 그 손으로 때려 죽이란 말이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삶이라는 전쟁에는 병사밖에 없다. 여기에는 지휘관도 왕도 전부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속에 각자 들어 앉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들의 '이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취향'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당신들의 '취향'이 만든 법이 '죽여 마땅한 이방인'을 결정했으면, 온 가족의 정의로운 손을 잡고 함께, 직접 때려죽여라. 직접 말이다. 가장 일차적인 감각으로, 당신이 사람을 죽이며 신념이라고 쓰며 취향이라고 읽는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손을 대기 전부터 이미 온몸이 이방인의 피로 흥건했다는 사실을, 당신과 똑같은 '취향'을 주입 받은 자식새끼들의 입은 이방인의 몸을 물어뜯어 죽일 입이라는 것을, 교수대를 치워버리고 대신 '범죄자'의 몸에 올라타 죽을 때까지 주먹질을 하고 있는 당신 스스로가 뼛속 깊이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퍽도 정의로운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아!

 이런 엉망인 글을 쓰면서도 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난 이미 오래 전에 내 직관과 감각을 믿기로 결심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이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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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뚝 끝에 달린 손가락. 스위치가 달리지 않은 손가락. 여기에는 요철도 없다. 누가 춤을 추겠느냐? 누가 춤을 출까? 아무도 망가진 눈동자를 위해 꿈을 꾸지 않는다.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인즉슨,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달리 무엇이, 앞에 아무도 없다고. 숨을 쉬는 목소리들, 내게, 입을 열지 마. 그 누군가가 언어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야말로 무언가가 되었을 텐데.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면 바로 내가 꿈 속에서 사람의 형상을 꺼내왔을 텐데. 잠을 자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나는 정당하다. 나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정당해지지 못한다. 누가 망가진 심장에게 혈액을 올려보낼까. 이놈은 처리를 못한다. 흘러들어오는 피를 처리하지 못한다. 손을 잡아, 내 손에 약을. 허무와 꿈. 허무는 아이덴티티 속에 살고, 허무는 잠자는 인간에게서 태어나고, 허무는 육체의 모습이다. 매일 잠들고 깨어나는 이들, 허무주의자들, 허무주의자들. 나는 쓰러질 때까지 잠들지 않으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나는 잠들듯이 잠들지 않으련다. 나는 약물에 정신을 잃듯이 꿈을 꾸련다. 허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렇다, 그렇게. 내 손을 잡고, 내 손에 약을 쥐어줬으면. 항상 땀구멍 근처에서 목을 매고 있는 내 생명, 내 생명. 항상 죽을 듯이, 나는 생명을 봤다. 나는 생명이 내 등줄기에 칼날을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죽음을 싫어한다. 정말이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신뢰가 깃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증명? 누구도 춤을 추지 않는다. 손아귀에 쥐여진 주먹만한 심장. 고통과 질식사. 죽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그것이 부패하는 냄새에 못 견뎌 뛰어드는 것이다. 본질이 추잡한 만큼이나 깨끗하게. 오히려 결백이 흙탕물과도 같다. 장난을 치는 듯한, 가장 편집증적이고, 가장 내가 보는 색깔다운. 아아, 아프다. 탄사를 넣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로 말이다.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그리고 마침내 메스를 잡아 염원하던대로 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려야지. 그러고보면 가죽이라는 것은 자궁과도 닮았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그것도 찢겨나갔음을 모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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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아니다. 아파하는 문장들.
여기가 아니다.
나는 시를 쓰고 있는 게 아니야.
무지는 죄다. 무지는 역겹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누구 얘기를 할까. 누구의 얘기를 할까.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뱃속에 진심을 처넣고 싶다고.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이 넘치는 적의 말이다. 날더러 어쩌라고.
너희는 너희가 살해당하는 것을 허락할만한 위인들인가?
당치도 않다. 부푼 풍선 같은 거짓말덩어리들아.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시퍼런 칼날이나 드러내놓게 만드는 너희들아.
나도 적의 말고 다른 것을 말하고 싶다. 파란 하늘이나 상쾌한 바람 같은.
그런 환상들. 아니면 차라리, 그렇지, 어느날 심장이 말했다, 같은 우스운 농담들.
다이빙.

 글을 쓸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 마찬가지로 글을 쓸 수 없는 장소 같은 것도 없다. 나는 영양결핍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소화불량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고혈압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약에 절어 망가진 내장들로, 나는 편집증으로, 정신분열로, 온갖 신경증으로, 우울증과 내 미친 정신머리로, 자살하다 남은 너덜너덜한 영혼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내 텅 빈 자리. 내가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고, 어디에도 갈 생각이 없으며, 또 어디에도 머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나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살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안타깝기 때문이다. 뭘 채워넣어야 된단 말이냐. 심경 얘기가 아니다. 내 정신의 황폐함조차 신경쓸 여유가 없게 만드는 퍼석퍼석하게 갈라진 위벽과 지저분하게 꿈틀거리는 혈관 얘기다. 가죽 아래에서 피부가, 내 피부가, 내 피부가. 토할 것 같다.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데. 머리는 병자요, 몸은 미치광이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병신 같은 혈압. 개새끼들. 개새끼들. 아아, 이미 망가진지 오래다. 이대로, 추잡한 병자의 모습으로, 자기 몸이 조각조각난 걸 보고 있는 생선의 멍청한 눈빛처럼, 무너져내려버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죽지 못 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처참함에 대하여, 비참함에 대하여, 꼴사나운 광휘, 광휘, 나는 그것을 본단 말이다. 네 기름때 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나는 그로테스크와 함께 그것을 보고 있단 말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당신들을 증오한다.
얼굴을 본 적 있는 당신들은 더욱 증오한다.
지저분하게 혀를 놀리지 마. 내게 호의를 사고 싶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목을 그어라.
내게 호의를 사고 싶지 않아도 목을 그어라.
진심으로 증오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여러분을 진심으로 혐오합니다.
씹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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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을 쓰자. 걸작을 써라. 나는 소설가다. 소설가는 걸작을 쓰지 못하면 소설가가 아니다. 그건 쓰레기거나 혹은 생활무능력자다. 우리는 눈을 세 개씩 갖고 있지 않은가. 세번째 시야에 집착해서 미치지 못한 광인이야말로 진정으로 정신병자다. 분열자다. 펜 끝에서 잉크가 배어나오는 것처럼 나도 위 내부에서부터 피를 흘린다. 나는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음악을 하지 않는 시드 비셔스를 도대체 누가 봐줄 것이란 말인가. 공포다. 그가 잡고 있던 베이스는 공포다. 아무 것도 아닌 자살자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 걸작, 걸작! 걸작이라는 것이 사실 환상이어도 좋다. 환상에 홀린 꼴이라도 좋다. 소설가는 환상조차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약으로 인해 경련하는 내 동공을, 내 초점을 안정시킬 약을.
약으로 인해 충혈된 내 뇌를, 앞을 보지 못하는 내 영혼을 깨울 약을.
약으로 인해 경련하는 내 동공을, 내 초점을 안정시킬 약을.
약으로 인해 충혈된 내 뇌를, 앞을 보지 못하는 내 영혼을 깨울 약을.

말 그대로다. 살기에는 너무 타락했고 죽기에는 너무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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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병원에 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 때 봤던 강물처럼, 안심하고 있는 사람들의 냄새 말이다.
병원 대기실에는 없다.
사람을 만나야하지 않을까?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닐까?
그들이 내 심장에 달린 판막을 분리해낼 수 있을까?
난 지금껏 만났던 의사들과는 다른 의사를 만날 수 있을까?
애당초 이게 병이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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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대 위에 있는 배우가 아니다.
병원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는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다.

가면을 쓰지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한 가면을 쓴 사람, 신물나는 인간상이다.
다자이의 글은 끊임없이 '솔직함 뒤에 숨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얘기하고 있다기 보다는 자기혐오를 하고 있다.
차라리 자기혐오라도 하는 것이 어떤가.
병원에 가는 건 어떨까?
알고 있었던가.
갑자기 닥쳐오는 초점 없는 현실, 그런 역할을 맡은 인간이라는 것이 있다.
초점 없는 사팔뜨기, 우습다.
나는 운다.
나는 글을 써야한다.
멍청한 변명.
무대인격.
그렇지, 이게 현실이다. 사팔뜨기, 멍청한 변명, 무대인격.
나는 현실을 끌어안지 않는다.
나는 현실이 아니라 진짜를 원한다.
연극을 하고 있는 거야.
상황이라니, 상황이라니.
무대를 박살내고 관람석에 불을 지르고 싶은 건 나뿐인가?
왜 기대를 했지?
역겨운 자조가 섞인 입꼬리를 찢어내면 그 안에 제대로 된 것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기대했던 것 같다. 하여간에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솔직함을 내세우는 것조차 어설프다.
나는 다자이의 글과 고뇌와 자살을 사랑한다.
혐오합니다.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만 뒀다.
조악한 얼굴 가죽.

우울증이라고, 병원에라도 가는 건 어떤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았다.
넌 아무 것도 아니다. 심지어 쓰레기조차 아니다.
틀림없이 주먹질을 할 때조차 축 처진 눈매와 입꼬리로,
자기 자신도 웃기지 못하는 농담을 하는 표정으로 드라마를 찍고 있었을 것이다.
명백한 가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말이다.
말을 하지 않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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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직후의 하늘은 축축한 회색이다.
그러나 그 회색은 불쾌하지 않은 색채다.
하늘 아래에 세워진 것들은 콘크리트 건축물 뿐이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웃으면서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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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이제 더는 살아갈 수 없다. 생을 지속해봤자 남는 것은 칙칙한 절망뿐이다. 더욱 더 심한 수치를 쌓기만 하는 꼴이다. 그러나 이렇게, 절망한, 재능 없는 예술가 지망생의 표정을 한 채 목을 매달 수도 없다. 그렇게 죽는다면 죽더라도 심장이 썩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걸작을 쓰자. 죽을 각오로 쓰자. 말 뿐인 죽을 각오가 아니라, 써낸다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좌절과 수치로 가득 찬 회색 삶은 끝이다. 인생이란 것은 대책 없이 괴로운 것이기에, 예술작품의 원료 외에는 어디에도 써먹지를 못한다. 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쓰자. 걸작을 써버리고 죽자. 걸작을 써야만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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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난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거다. 여기서 웅크리고 살 테다.
미치광이 새끼들, 길거리에서 손톱을 뒤집어 쓰고 몰려다니는 미치광이 새끼들.
난 안 가. 난 안 갈 테다. 정신나간 필요성들아. 내가 사람을. 그들의 눈을.
날 치료하러 와. 나는 노래하는 알약들과 대화하는 것에 지쳤다.
내가 움직이지 않도록, 내가 웅크린 채로. 날 치료하러 와. 사실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싶다.
집 같은 곳으로. 하지만 집에는 안 가. 집 같은 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는 안 가.
전부 거짓말이다. 사실은 어떤 목소리도 필요 없다. 난 심리치료사도 필요 없다.
난 알약이 불러대는 노래로 만족한다. 이제부터는 아무런 대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언어와 문장을 싫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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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심장이 어디에 있다고? 손가락, 손가락이지. 어머니, 그들을 불러주세요. 내 분비선들, 내, 내 감각. 촉각, 마찰, 거기엔 내가 없다. 아니, 없던가? 정확히는 그렇다. 그들이 메스를 들고 와야만 한다. 난 호르몬이 만드는 오르가즘들을 몰라. 위 아래로, 그렇지, 너희들의 섹스처럼, 연주도 마찬가지로. 나는 말했다. 심장은 손가락에 있다고. 손가락 끝에. 이제 너희도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들이 그렇게나 물어 뜯었는데, 입자들을 연주할 수도 있겠지, 만약에 그것이 끈이라면, 괜찮은 생각이다. Way out in the water. 이것도 왜곡. 다들 망가지기 위해 태어났다고? 나는 코미디를 하는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나는 타고 난 코미디언이라고.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나는 눈을 뜬 채로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약을 먹고, 심장에게 농담을 해. 각성제로, 각성제, 각성제는 그럴싸한 농담거리다. 그는 고통스러운 걸 좋아한다. 심장을 가슴에서 꺼내고, 공기 중에 던져 놓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 그들을 불러주세요. 여섯번의 고장. 온 몸의 기관들이 비틀리고, 역류하고, 내 위장에도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환각에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마치 납골당처럼, 마치 엄숙한 시체들처럼, 우습지 못한 코미디. 웃으라니까, 그건 호기심이라고. 지저분하고 깨끗한 호기심. 혈관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상상을 한다. 스뎅으로 코팅을 한 혈관을. 판타지! 자살에 대한 판타지. 너희는 정액으로 만들어진 꿈을 꾸고 있잖아. 자살을 해도 너희는 남근에 목을 매는 것이고, 전립선으로 손목을 긋는 거야. 난 항상 감정을 느낀다. 난 항상 감정으로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성적 판타지. 그냥 섹스를 하고 싶다는 자살자들. 철근으로 된 마을. 나도 사람이 있다. 매일 아침 해가 뜨는, 태양이 없는 도시. 마지막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였더라. 내 척추에 대해서. 이건 다 사기 같은 것이다. 틀림없이, 내가 걷는 골목들도, 내가 올라타는 지하철과 버스도, 전부. 그것들이 언제부터 있었다고, 그것들이 언제부터 있었다고. 내가 걷는 길들. 내가 걷는, 블럭들. 그게 사실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알아야할 텐데. 그것들은 단 한 번도 거기에 있었던 일이 없다고. 난 방 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는 것이다. 그 이물감. 이건 전부 미친 환각이고, 사기라는 감정들. 내가 무슨 말을 할까? 아아, 어머니, 그들을 불러주세요. 난 안 믿어. 모든 이름들아, 꺼져라, 연기를 하는 몸짓으로 꺼져버려. 나는 문명을 본 일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방 밖으로 나간 일이 없다니까. 내가 보는 검은 시멘트들, 내가 받는 노란 불빛들, 덮칠듯한 마천루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잖아. 이건 전부 사기라니까. 내 손가락도, 그렇다, 내 손가락도. 내 손가락과 심장도, 내 글들도, 내 오르가즘도, 내 모든 질환들도, 내가 망가졌다는 사실조차. 강철로 된 마을. 강철로 된 인형들. 강철로 된, 아, 그것들도 불을 대면 녹아버린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들을 불러서 내 내장을 전부 끄집어내고, 내 피부 아래의 지방과 뼈를 섞어서 인형을 만들테다. 뼈대도 없고 기름덩어리도 없는 다진 고기 같은 인형을 하나 만들테다. 그걸 가짜 빌딩들 아래에 세워 놓아야지. 그것이 편집증 위를 걷게 만들어야지. 난 단 한 번도 음식을 먹어본 일이 없어. 태양에 커다란 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태양에는 밤이 없다고 그랬다. 밤이 없으면 판타지도 없다. 내가 자살과 섹스에 정액을 칠하는 낙으로 사는 너희들을 전부 강제 이주 시키고야 말 것이다. Everybody helps me make my own mistakes. 분명히 말하는데, 당신들의 남근은 전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거짓말을 먹고 사는 변절자들아. 패턴, 패턴! 일방통행! 해가 떴다. 마침내 하늘은 하얗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가짜 흰색으로 까맣게 칠해지는 것이다. 가짜 흰색. 나는 그가 왜 물감을 먹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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