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뚝 끝에 달린 손가락. 스위치가 달리지 않은 손가락. 여기에는 요철도 없다. 누가 춤을 추겠느냐? 누가 춤을 출까? 아무도 망가진 눈동자를 위해 꿈을 꾸지 않는다.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인즉슨,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달리 무엇이, 앞에 아무도 없다고. 숨을 쉬는 목소리들, 내게, 입을 열지 마. 그 누군가가 언어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야말로 무언가가 되었을 텐데.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면 바로 내가 꿈 속에서 사람의 형상을 꺼내왔을 텐데. 잠을 자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나는 정당하다. 나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정당해지지 못한다. 누가 망가진 심장에게 혈액을 올려보낼까. 이놈은 처리를 못한다. 흘러들어오는 피를 처리하지 못한다. 손을 잡아, 내 손에 약을. 허무와 꿈. 허무는 아이덴티티 속에 살고, 허무는 잠자는 인간에게서 태어나고, 허무는 육체의 모습이다. 매일 잠들고 깨어나는 이들, 허무주의자들, 허무주의자들. 나는 쓰러질 때까지 잠들지 않으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나는 잠들듯이 잠들지 않으련다. 나는 약물에 정신을 잃듯이 꿈을 꾸련다. 허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렇다, 그렇게. 내 손을 잡고, 내 손에 약을 쥐어줬으면. 항상 땀구멍 근처에서 목을 매고 있는 내 생명, 내 생명. 항상 죽을 듯이, 나는 생명을 봤다. 나는 생명이 내 등줄기에 칼날을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죽음을 싫어한다. 정말이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신뢰가 깃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증명? 누구도 춤을 추지 않는다. 손아귀에 쥐여진 주먹만한 심장. 고통과 질식사. 죽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그것이 부패하는 냄새에 못 견뎌 뛰어드는 것이다. 본질이 추잡한 만큼이나 깨끗하게. 오히려 결백이 흙탕물과도 같다. 장난을 치는 듯한, 가장 편집증적이고, 가장 내가 보는 색깔다운. 아아, 아프다. 탄사를 넣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로 말이다.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그리고 마침내 메스를 잡아 염원하던대로 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려야지. 그러고보면 가죽이라는 것은 자궁과도 닮았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그것도 찢겨나갔음을 모두가 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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