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그다지 화를 내고 있지 않습니다. 화를 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우리는 대화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실 존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확실한 형태를 가진 무엇이라는 생각은 허구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고 꿈이니 불확정성이니 하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틀림없이 우리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존재성이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아닌가, 그렇게 느낀 것입니다. 
 마치 불꽃과도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불꽃과 비슷한 형태의 <현상>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땅 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각이라는 현상이자, 불꽃 속의 짐승이라고. 오감만으로 그 형태가 주장되고있는 타들어가는 짐승. 어느 누구도 인간에게 가치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감각만으로도 이미 인간은 그 존재를 스스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허무와 함께.
 허무는 어떻습니까. 허무 또한 다른 한손에 쥐고 있던 것 아닙니까. 아시다시피 이 행성 위에서 허무를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무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직관적 허무야말로 인간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자살하거나 자살하지 않거나. 살거나 살지 않거나. <생활>이라는 이름의 애매한 경계선에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하게 만드는, 인간을 선택이라는 극단으로 몰고가는 필연입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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