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아니다. 아파하는 문장들.
여기가 아니다.
나는 시를 쓰고 있는 게 아니야.
무지는 죄다. 무지는 역겹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누구 얘기를 할까. 누구의 얘기를 할까.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뱃속에 진심을 처넣고 싶다고.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이 넘치는 적의 말이다. 날더러 어쩌라고.
너희는 너희가 살해당하는 것을 허락할만한 위인들인가?
당치도 않다. 부푼 풍선 같은 거짓말덩어리들아.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시퍼런 칼날이나 드러내놓게 만드는 너희들아.
나도 적의 말고 다른 것을 말하고 싶다. 파란 하늘이나 상쾌한 바람 같은.
그런 환상들. 아니면 차라리, 그렇지, 어느날 심장이 말했다, 같은 우스운 농담들.
다이빙.

 글을 쓸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 마찬가지로 글을 쓸 수 없는 장소 같은 것도 없다. 나는 영양결핍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소화불량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고혈압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약에 절어 망가진 내장들로, 나는 편집증으로, 정신분열로, 온갖 신경증으로, 우울증과 내 미친 정신머리로, 자살하다 남은 너덜너덜한 영혼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내 텅 빈 자리. 내가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고, 어디에도 갈 생각이 없으며, 또 어디에도 머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나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살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안타깝기 때문이다. 뭘 채워넣어야 된단 말이냐. 심경 얘기가 아니다. 내 정신의 황폐함조차 신경쓸 여유가 없게 만드는 퍼석퍼석하게 갈라진 위벽과 지저분하게 꿈틀거리는 혈관 얘기다. 가죽 아래에서 피부가, 내 피부가, 내 피부가. 토할 것 같다.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데. 머리는 병자요, 몸은 미치광이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병신 같은 혈압. 개새끼들. 개새끼들. 아아, 이미 망가진지 오래다. 이대로, 추잡한 병자의 모습으로, 자기 몸이 조각조각난 걸 보고 있는 생선의 멍청한 눈빛처럼, 무너져내려버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죽지 못 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처참함에 대하여, 비참함에 대하여, 꼴사나운 광휘, 광휘, 나는 그것을 본단 말이다. 네 기름때 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나는 그로테스크와 함께 그것을 보고 있단 말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당신들을 증오한다.
얼굴을 본 적 있는 당신들은 더욱 증오한다.
지저분하게 혀를 놀리지 마. 내게 호의를 사고 싶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목을 그어라.
내게 호의를 사고 싶지 않아도 목을 그어라.
진심으로 증오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여러분을 진심으로 혐오합니다.
씹새끼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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