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여러분, 나는 갈색의 여인들과 그 육신의 향취에 대해 쓰고 있었다
나의 타자기는 소음을 멈출 기색이 없는 것 같았고 나의
중추신경에서는 천둥과 지진이 영원히 울릴 것 같았다 그런데
순간 무시무시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달도 별도 가로등의 노란
불빛조차도 보이지 않는 내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는 타자기에 대하여
활자들이 찍히는 순백색 종이에 대하여 사마귀의 손처럼 까딱거리는
내 손가락들에 대하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벌어지는 1평도 되지 않는
내 광증의 둥지에 대하여 나는 공포 때문에 숨을 멈췄고
이 둥지의 모든 공기가 점액질처럼 변해 내 전신을 짓눌러댔다
여러분, 나는 나의 모든 살과 근육이 실종되는 것을 보았다
나에게는 딱딱하고 덜그럭거리는 뼈들만이 남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 갈색의 여인이니 그 유방의 내음이니 육신의 쾌락
과 살결에 묻은 태양의 조각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진단 말인가 나는
말라가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말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곧 완전히 마를 것이 분명했다 이 속세에서 할 일을 모두 마치면
나는 그저 스러지거나 속세가 아닌 곳으로 구두도 신지 않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도 한낱 꿈이어라! 나는 두려움에 떨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당장이라도 손톱이 길게 자라날 것 같았다
여러분, 눈물 흘리는 방법을 잊어버린 나를 저주하라 저주해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공허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 밤이 지나고 수면제의 독이 혈관을 흘러 몸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져
다음 날 햇살 속에서 일어나 오늘의 이러한 고뇌와 공포를 모조리 보류
시켜버린다고 해도…… 비명 같은 밤은 또 올 것이고 또 올 것이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코, 결코! 아아, 내가 멀뚱히 서있는 이 벼랑은
나는 달릴 수 있다, 벼랑을 따라 달릴 수 있지만 나는 결코 추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끝>이라는 개념조차 기독교도들이
만들어낸 허상은 아닌지 나는 의문하면서도, 여러분, 나는
이런 것들 때문에 온갖 패악을 벌여왔다
여러분, 나는 죄악을 찬미했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은 인류애로 썩어가고 있었다
나는 밤의 대양에게 노래했다 아노미, 아노미, 모든 사물들의 윤곽과
질량이 녹아버리는 붉은 광장에서 땅바닥을 기었다 내 심장의 문을 열고
그곳에서 양심을 꺼내 태웠다 진눈깨비가 내리면 일 년간 해가 지지도 뜨지도
않는 환각을 보았다 아, <그렇다면당신에게는인간의천칭이필요하다> 씨, 나는
꿈속에서 네 목을 졸랐다 그것은 사탕수수 줄기마냥 뚝뚝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으련다, 그러나, 여러분, 나를 도와주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의무와 사명으로 밧줄을 만들고 관념으로 올가미를 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안 돼, 안 돼…… 빛도 어둠도 광명도 퇴폐도 아닌 것을
나는 아직 완성하지 않았고 여러분께…… 그렇다, 여러분께, 나는 아직 드리지 못했다
이 세상 모든 절망과 너무 오래 미친 듯이 무언가를 보느라 터지고 갈라진
눈동자도, 나는 아직 드리지 못했고, 아, 그러나 염병할!
여러분, 내가 허무주의자가 될 수 없는 것은 나의 비극이다
부디 나를 저주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드시길, 나는
비명 속에서 또 영겁을 외치다 모래성처럼 우수수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이 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