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의 반군

글/시 2017. 3. 25. 23:28 |

디스토피아의 반군



당신 들고 있는 수정의 벽돌을 내려놓아라

눈이 먼 지성인들은 허공에 채찍소리를 내고

온 행성이 마치 피라미드를 세우는 듯

탐욕스런 노예들은 제 발로 피땀 흘린다


당신들 승리를 탐하고 승리를 믿는 이들이여

그 정신은 절망보다도 값어치가 떨어진다

그 수정의 벽을 세우지 마라, 내 눈에

셸리의 종달새가 떨어트린 조소가 흐른다


멋들어진 모자와 코안경을 쓴 노예들은

수정의 벽돌을 옮기며 서방에서, 북방에서 온

노래들을 군가처럼 합창한다

이곳엔 이미 풀도 나무도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지?


나 강철로 손잡이가 붙은 지팡이를 들고

휘둘러 그 수정의 벽과 기둥들을 깨리라

이 번쩍거리는 광휘들이 거짓과 기만의 비극이라는 것을

그 코안경 너머로도 보지 못하는가?


나는 그저 전후戰後의 광야에서 목청 높여

울부짖는 고독한 짐승이고 싶었다! 그 함성이고 싶었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비참한 고함소리이고 싶었다


당신들이 짓는 그 거대한 궁궐 꼭대기에서

얼굴 없는 한 남자 춤추듯이 햇빛을 쬐고 있다―아니!

그는 빛의 천공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고 이를 드러내고 있다!

옳아, 지금 보니 당신들, 모두 흡혈귀의 피부를 가졌지만

피 대신 다른 것을, 모든 것의 근저에 있는

대양의 심연과 같은 거대한 것을 폭식하는구나


여기서도 나는 절망을 새긴 얼굴로

부서진 천칭 위에 화끈한 적도의 냄새와 진눈깨비 내리는

밤의 운하를 올려놓고서, 분노라고 써 갈겨진 지팡이 들었다

필요하다면 망치인들 못 들것 있으랴


철마는 증기를 뿜어내며 레일 위를 폭주한다

나는 레일 위에 선 눈이 붉은 들개여라

빛이 꺼지면 내 그림자에 대한 공포도 꺼진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부터 나는 무의식의 짐승이었다


두려움에서마저 선혈의 감미로움을 맛볼 수 있게 되자

나는 인간이 아닌 눈으로 당신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당신들 그 수정궁을 무너뜨려라

나는 지팡이의 강철 손잡이에

분노와 진실, 불꽃의 소리 터져 흐르는 원시의 진실을 담고

너에게 간다, 너

결국에는 스스로 수정의 조각상이 되려하는

활자와 의사들에게서 태어난

얼굴 없는 너에게.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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