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영혼

글/시 2018. 8. 21. 00:19 |

날것의 영혼



우리는 아무에게도 필요 없고 싶다

밤거리의 낙엽은 환상을 피워낸다

불 꺼진 아파트들은 영원히 꺼져있고 싶다

겨울만 있는 행성에는 음악이 없을 것이라고


준비,

면도를 하고

알약을 삼키고

머리칼을 자르고

손톱을 다듬고

옷을 갖춰 입어야해

널 사랑하도록 해야 해


그런데 사실 우리는

필요 없고 싶다


칠십억 인구가 매일 밤 지하실에서 사제폭탄을 만드는 꿈을 꾼다

생명도 그림자도 사라진 고속도로 한복판을 걷는 꿈을 꾼다

<내가 태아일 때 원했던 것은, 분명 태양은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밤이 없는 행성. 악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류와는 상관없이


거꾸로 도는 피, 분명 어딘가에는

장면에서 벗어나기만 하는 우리가 살고 있어

사막에는 눈이 내리고, 잡초도 없는

거기에서 우리는 만나는 일도 없이 살지도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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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사장

글/시 2018. 8. 9. 20:59 |
전통의 사장


검은 아스팔트에 샴페인을 터트렸네
꿈에는 오랜 독재자들이 나왔지
나는 사기꾼, 혀로 술과 약을 만드는 사람
아버지는 정직한 가톨릭 노동자였지만
난 물려받은 전통이 없어

시궁창에 황금빛 샴페인을 터트렸네
내 손에는 구멍이 났고
나는 떠돌아다니는 사기꾼
도시의 불켜진 빌딩들 뒷골목을
짐도 없이 굴러다닌다네
가격표가 없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
나는 가질 것이 없으니
일할 필요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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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의 흙

글/시 2018. 6. 25. 17:59 |

프로방스의 흙

 


사람은 흙으로 빚어진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 움직이는 돌들은 바람부는 쪽으로
강대한 적인 바람의 칼질을 맞아가며 이 길로 간다
우리는 방패가 필요 없으니, 왜냐하면
이 돌로 된 몸이 이미 목신牧神의 방패이기에
그러나 누구도 영속을 약속하지 않는다
우리 움직이는 돌들은 진흙구렁에서 몸을 치켜세웠을 때부터
그런 약속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서 나타났다
태양은 길다랗고 날카로운 손가락을 뻗으며
쪼아오고 우리의 발은 진흙이 묻어
곧 다시 흙이 되려는 충동으로 몸부림친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야한다
분명 이 싱그러운 나무들과 부서지는 초록빛 햇살과
돌의 손을 활짝 펴고 있을 누군가가
<시간>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들에 의하여, <죽음>이 축복한
모든 것들의 왕국에서
흙과 암석의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며
<이곳>에 있다는 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오, 나이 없는 물은 짐승의 뱃구렁을 파고
그 거대한 짐승의 신선한
선혈의 냄새가 사방에서 바싹 타올라
엄청난 등뼈와 해골 위를 걷는 우리는
웃음을 멈출 줄 모르니!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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