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페이지 위에 빼곡히 찬 건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일상
내가 서있는 곳은 긴장과 분노로 다져진 정상
뛰노는 아이들은 순진하고 생활은 행복으로 충만
나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보면서 비명 지르지 ‘그만’
그게 내 삶이었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지 마
행복은 너희끼리 나눠가지고 나한텐 보여주지도 마
나는 이 정상까지 십자가를 짊어 매고 올라왔어
너희는 그 일상에서 기도하는 손으로 연민 했어
바람은 차가워지는데 등줄기엔 식은땀이 멈추질 않아
그래도 난 폭풍을 쥐고 정상의 정상으로 내쳐 가
아무도 나한테 멈추라고 하지 마, 땅의 끝이 있다고 믿게 하지 마
마지막 내 발자국이 데드마스크가 될 때
난 쓰러지며 웃을 거야, 죽으면서 외칠 거야 ‘어때’
등에 맨 십자가는 온 관절을 짓누르지만, 난 그걸 버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 했어
손에 권총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내 머리를 쏘겠지만, 헛된 상상 속에서도 난 앞으로 걸어
내 맨가슴에 새겨진 흉터들이 보여? 이것들이 전부 내 방패야
살면 살수록 몸은 흉터로 덮여, 아무튼 난 그걸 감추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희들의 삶은 집어치워
내가 가지지도 못했던 걸 잃어버렸다고 할 순 없어
내 옆에서 사라져, 난 행복할 수 없어
그저 내 십자가를 더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해
그러니까 날 추하다고 말해
어쨌든 너희를 위해 아름다워지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