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의 종말
이 도시에서 보는 하늘은 밤에도 회색이다
완전한 어둠과 별빛의 청량함을 기억하는 건
산중턱의 밭두렁에서 귀신을 보고 두려워하던 기억이 있다
촛불의 일렁임에 정신이 팔려 찻물을 발에 쏟은 기억이 있다
가을 달의 청명함에 몇 시간이고 하늘을 보던 기억이 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산
새들은 죽고 나무들은 말이 없다
새벽 세 시가 되면 저 높은 곳에서
새벽예불을 알리는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그 전까지는 만물이 자는 산
술에 취한 새벽 두 시
도시를 거닐면 사방이 찬란하고 적색이고 회색이다
내 폐는
문명을 통과한 타르와 니코틴
매연가스에 거멓게 쿨럭이며 음악을 갈구한다
그러나 절대 노래 부르지 못 한다
온전한 달빛을 본 지 얼마나 되었지?
밤의 구름은 이미 구름이 아니다
저 옛날, 그러나 너무 옛날은 아닌
산 속에서 죽은 신들에게 둘러싸여 입을 다물고 기다릴 때
나는 묶인 입으로 달을 노래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