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글/소설 2015. 4. 22. 22:58 |

2015/4/17 완성.

 

1. 나는 나의 문학을 사랑한다.

2. 설령 내가 문학이라는 것의 정의를 내릴 수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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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환각

글/시 2015. 4. 17. 09:20 |

지중해의 환각



그리스의 바위를 씹어 삼킬 때

나는 신이 필요 없었던 신화를 보았고―그 황금빛 하늘은 엄격하지 않았다!―

나는 바다로 쳐들어가

필시 이길 수 없었던 대양에게 익사를 거부하는

추한 인간의 표현을 하였다. 그러나 환희, 즉 고결한 절망은

내 입에서 뿜어 나오며 노을 걸린 하늘의 화주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내 식도와 위장이 지글거리며

이제 나는 사람의 영혼 밖에 먹지 못하리라고

나는 오만하고 충동적으로 입을 쩍 벌려보였다.

나는 꿈을 꾸었다! 가죽부대를 나이프로 쭉 찢으면 포도주가

콸콸 쏟아져 나왔고 해변에는 내 손에 그을린 여자들이

내가 완전히 버림받음으로서 깔깔 웃고 뛰어다녔다.


흔들리는 배를 타고 대양으로 나갈 때 나는 심하게 앓았다.

독을 탄 악몽이 잠든 내 뇌수를 조금씩 괴사시켰고

나는 바다를 향해 토하고 눈물도 토했다-태양이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그 악몽은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내륙에서의 침잠, 전날 밤의 비바람에 온통 지저분하게 떨어져 죽은

꽃잎, 노란색의 좁은 방에 빈틈없이 들어찬 담배연기, 그리고 최악의 술……

거의 죽어가는 듯 누렇게 뜬 달. 그녀는 지금쯤 죽었음이 분명하다.


내 삶은 나를 믿지 않았다.

현실은 틀림없이 방해가 된다. 그러나 유일하게 마주 싸워야할 것은

현실뿐이다. 칼과 망치를 들고, 나는 칵테일 잔 위에 앉은 요정들을

짓이겨 죽이고, 눈동자에 딜레탕트의 시가 담긴 젊은이들을, 그들의

목을 칼로 무자비하게 찔렀노라. 나는 아름다움을 꿈만 꾸었던 것이다!

나는 피투성이의 시체조각들을 품에 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오오, 그만. 그 끔찍한 도시에서의 잠들, 양식화된 석양, 죽은 마스크들……

그만! 나는 꽃핀 것들을 증오했고 질척거리는 늪의 주민들도 증오했다!

나는 괴물 위에서 살고 있었다. 절대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그 무엇보다도 두렵고 사악한 괴물 위에서. 나는 공포를 모르고

하여 한껏 취해 활개치고 다녔지만, 옳아, 이상한 방탕이었고 영혼의 사멸이었다.


나는 사막에 도착해 배에서 내렸다.

나는 사생아였다가 아내 없는 남편이 되었고

내 반쪽짜리 자식을 증오하다가 아비 없는 아들로 돌아갔다.


태양, 태양! 그 불의 구(球)를 찬양하라! 그것이 오로지 신과 닮았다!

태양은 이곳에서만 진실한 열기를 보였다. 그것은 미친 남자를 재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명백해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그것은 당신의 귀가 아닌

눈과 코로 들릴 것이다. 한 잔의 독한 술로 담긴 태양의 진액과

열로 말미암아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나는 사막의 모래를

나는 기필코 집어삼키고야 말았다.


새까만 대양과 흰색 태양과 소금의 사막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는 아버지의 시체를 한복판에서 태웠다. 불길은 나에게까지 번졌다.

온몸의 가죽이 타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진짜 비밀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공허였다! 그것은 인간으로부터의 탈피였다! 그것은 파열(破裂)이었다!

그것은 창조된 파괴였다! 그것은 야수의 삶이었다! 그것은,

그것은 인간이었고, 인생이었고, 죽음이었고, 우상의 시체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이었으며

그것은 불의 신이었고 그것은, 그것은.

아아, 너 언어여! 네 뒤틀린 유한성이여! 염병할! 나는 침을 뱉는다.


고통이 네 죄를 씻어 내릴지니! 지고의 숨결이 나를 꿰뚫었고

지옥이란 사실 시인들의 세계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리하여 내 눈동자는 유황색으로 타올랐다……


그러나 모조리 환각이야. 욕설을 씹으며 머리를 뒤흔들자

나의 두개골 안에서는 딸깍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고

연기 가득한 회색 방에서 나는 곰팡이 핀 이불을 덮고

손에는 나이프와 알약 한 줌이 쥐여있었다.

방 한 구석에 구르는 담배 파이프를 보고

나는 그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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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의 갈증

글/시 2015. 4. 5. 05:49 |

갈색의 갈증

 


염세주의를 피하려고
두 눈을 지웠다
젊은 쾌락의 아이들이
놀고 간 자리 같은 세상에 앉아
시베리아의 밤을 꿈꿨다.

 

낮에도 어둠이 손에 잡히는
도시의 변방에서
밤은 어느 나라에나 공평하게 내리지만
태양을 못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내 몸은 균사와 게으름으로 뒤덮여
습기 찬 바닥 위를 기고

 

태양이 내 병을 낫게 해줄 것이다.
이 땅의 푸르죽죽한 태양보다
훨씬 뜨겁게 훨씬 강렬하게 작열하는
지옥의 유황불보다도 오히려 흰색의
고통과 정화의 창이 내 영혼을 꿰뚫어야만
아, 이 축축한 콘크리트의 행성에서

 

내 환상은 사막을 굴러다니고 있다
갈라진 땅의 틈새로 호흡하는 열기와
지평선이 시작되려는 곳에 파도치는
공포스러운 대양이 날 기다리리라고
백일몽을 보는
해골 한 구가

 

어머니, 비명을 질러주세요, 어머니
새벽 공기로 가득 찬 내 가슴에서는
유독성의 연기만 피어오릅니다.
술도 담배도 여자도 가로등 밑에 버리고
오로지 태양 하나만 삼키고 싶다는
그런 갈증에
나는
너무 오래되어버렸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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