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자살을 꿈꾸나



폐가 타는 듯이 담배를 갈망할 때는 담배를 피우는 수밖에 없다.

밤거리의 미광이 눈에 비쳐 들어올 때라든가

누군가가 아련한 목소리로 밥 딜런을 부르는 골목이라든가

수많은 모자와 머리카락들의 행렬을

좁디좁은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때

내 가슴은 독을 원한다.


강박증은 모든 것을 개념화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한 젊은 여자의 입술만 보아도

나는 그 퇴폐에 구역질을 하며 눈물 흘린다.

그리고 나는 보도블록에 엎드려 중얼거리는 것이다―「나는

다시는 여자의 몸에 손을 얹지 않을 거야. 다시는.」

젊음에게 저주를.


왜 항상 사고의 끝은 파괴에서 멈출까?

바위로 된 해변에서

밤을 맞아 새까맣게 된 대양을 볼 때마다

나는 어서 그것이 오기를 바란다.

운명론자들이 날 조롱하고

휴머니스트들은 날 혐오하고

나는 칼로 찢은 것처럼 새빨간 입술로 웃는다.

「변화라는 건 없어.」 그 말이 심장 한 구석에 늘 도사리고 있다.


한때, 내가 사람의 살을 먹어치우는 짐승이었을 때,

나는 젊은 인간이라면 가리지 않고 뜯어먹었다.

나의 남근은 나의 송곳니였고 나는 그 송곳니를 사람의 피부에

푹 찔러 넣었다.

그것이 사람이었는지 피가 찬 가죽부대였는지 사실 잘 모른다.

나는 항상 다 토해냈다. 언제부터인가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들은

전부 움찔거리는 가죽부대였고, 추한 것은 혐오스럽다.

추한 것은 혐오스럽다.


그리하여 나는 두 번째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러나 이런 것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교회로 가는 일요일에, 나는 하얀 담배를

멀리 보이는 교회 지붕과 겹쳐보았다.

내 갈비뼈 안에 무언가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늘 굶주리고 목이 죽도록 마르며

몸부림치면서 사방에 몸을 부딪혀대는

벌레 같은 무언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벌레 같은 것에게 매캐한 독 연기를 뿌리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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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의 너머는 다시 지평선

 

 

 나는 공공연한 마약밀매상과 같았다. 나와 조금이라도 손끝이 닿았던 이들은 모두 내게서 값도 치루지 않고 비참을 사갔다. 그러나 나는 잃을 것이 없었노라. 그들이 사간 비참은 모두 나의 커다란 광기와 비참이 교미하여 만들어낸 복제품들이었으니. 내가 뱃속에서 키우는 벌레들이 남의 입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비참은 나의 길고 음탕한 혀를 타고 돌아다녔다.

 꿈과 현실이 겹쳐 보이고 밤마다 내 눈앞에 목이 잘린 나체의 여자가 나타날 때부터, 나는 나의 선조들에 대해 추측해보았다. 그들도 밤에 활개치고 다니는 끔찍한 환각을 보았을까? 아, 나는 일그러지고 무너진다. 도시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온 도시가 내 머리를 짓누르는 것과 같다. 짤랑이는 죄악의 은화들과 온 거리를 핥고 다니는 네온의 빛들, 나는 저주한다!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저주한다. 그러나 저주한다고 해서 무얼? 나는 결국 걸쭉한 액체로 변해 하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 나는 정말로 어머니가 갖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어머니였지? 아 그래,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숲의 마녀였어. 아직도 애니미즘의 입김으로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늙은 숲의 마녀. 내 지네 같은 혈액으로 말미암아 생각하건데 나의 선조들은 모두 두개골 속에 딱딱한 벌레들을 키우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내가 고뇌에 빠지게 놔둬라! 내 삶은 이미 고뇌로 인해 구겨진 쓰레기 뭉치와 같다. 내 오만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시기를! 나의 시간은 압축되었다. 나는 끝에서 끝으로 끊임없이 오고 갔다. 물론 깨달은 것도 있었다. 이성이 사람의 목을 벤다는 것을 비롯한 독약 같은 진실들을. 나는 아무것도 그러쥐지 않았다-나는 내 손을 부정했다. 비대한 정신은 사회에게 부정당했다. 백석 시인은 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려면 어떠리. 그냥 내버려 두어라! 내가 스스로 만든 고통에 왜곡되고 사리분별도 못하는 미치광이가 되어, 익사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나는 결단코 구원을 바라지 않으리라. 차라리 고통이 내게 편안한 것을. 세상에 산재하는 적들은 내가 나의 손으로 만든 적들보다 훨씬 약하며 머릿수도 적다. 그런데 왜 나의 부정당한 손은 바깥으로 뻗고야 마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은 동정으로 나의 손을 움켜쥐었다가 재가 되어 내 아가리 안으로 떨어지고야 마는지?

 날붙이들이 내 귀 안으로 쑤시고 들어올 때 나는 식인종이 되었다. 그것은 증오 없이도 사람을 잡아먹는다. 분노 같은 것은 내 몸과 함께 늙어버렸고, 나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의 살을 주워 먹었다. 이제 나는 그대들을 증오하고 싶어도 증오하지 못한다. 반복컨대, 나의 시간은 압축되었다! 분노의 함성과 붉은 깃발들이 나부끼는 거리를 보아도 내 눈동자는 피로의 핏발이 선 채로 공허만을 본다. 아아! 나는 당신들을 용서한 것도 아닌데……. 사회라는 이상한 개념은 내 속에서 범주를 잃어버렸다. 소리치지 말라! 아직 아물지 않았다. 아니, 아직이라니? 절대로 아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물지 않은 것들밖에는 없다.

 나, 나, 나! 제발 그만! 부디 철두철미한 정신을!

 그렇다. 내가 경외한 것들은 그런 강철 같은 우상들이 아니었던가? 우습지도 않은 일! 나는 피가 줄줄 쏟아지는 가죽부대가 되고 말았다. 전염병이 되고 말았다. 독벌레가 되고 말았다. 대양의 무게에 무너져가는 심해어가 되고 말았다. 자기연민이 없을 때 자기 자신은 더욱 연민스러운 꼴을 보인다! 젠장, 아무도 없는 전방을 향하여 건배! 건배! 또 한 잔의 술을!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독주를! 그러나 아무리 마셔도 나는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고, 저주 받은 몸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심지어 해머로 내 머리를 갈겨도 나는 또렷하게 사고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왜곡과 분열에 대한 사고를, 그 끔찍한, 답이 없는 수식을 나는 이성으로 풀고 있을 것이다. 어라, 그렇다면 나는 미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의 광기는 왜 이리도 명증한가? 모든 것에 그림자가 질 때 사물의 본질은 더욱 분명해진다. 내 시선은 분명하다. 나는 나의 광기 속에서 필사적인 이성으로 광기를 계산한다. 내 육신에는 이미 경계가 없다.

 

-

 

 매일 아침 차가워진 바람이 내 옷깃을 스칠 때마다 나는 경련한다. 나는 갈대밭에 쓰러지는 환각을 느낀다. 태양을 품어 냉랭한 갈댓잎들은 내 손과 얼굴에 온화한 상처를 새긴다. 그러나 눈을 감았다 뜨고, 손을 짚어 일어나보면 시멘트와 콘크리트, 도시 사람들이 털어낸 담뱃재뿐. 나는 너무도 저주하다보니 이제 명확히 무엇을 저주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죽은 나무 옆에 앉아 담배나 한 대 태우고 싶을 뿐인데, 이곳에서는 풀 냄새는커녕 피 냄새도 나지 않는다. 분명 이 도시 사람들은 벽돌과 철을 먹으며 살겠지.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단 한 번도 이해해본 역사가 없다. 나는 눈의 자유를 뺏겼다. 태양이 보고 싶어 죽겠다. 이 땅의 동쪽에서 떠오르는 것은 기계장치로 된 발광패널이다.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왜 더 이상 교미할 수 없는가에 대한 훌륭한 근거이다. 리비도는 인간에게나 있는 것이다.

 에로스를 잃으면 죽음의 환영이 펼쳐진다. 피부 위로 드러난 뼈, 연기 색깔 가죽, 벌린 입 속의 잘린 혀…… 기타 등등. 나는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없다. 나에겐 아침조차 없다. 쾌락은 색깔을 잃어버리고 퇴폐 속에 침잠한다. 모든 것이 흑백사진으로 보이는 방 안에서 나는 춤을 출 기력도 잃었다. 내 혈관 속에 진짜 피가 돌았던 시절을 기억하는데, 그 기억에도 희뿌옇게 안개가 끼고 말았다. 젊음이여. 젊음이여. 젊음이여. 나의 시간은 압축되었다.

 여인들을 볼 때 내 손에는 항상 나이프가 쥐여있다. 나는 약리학의 법칙에 따라 가죽과 고기로 된 남근을 잃어버리고 강철 날붙이와 가죽이 둘러진 손잡이로 된 남근을 쥐고 있다.

 진리는 병자들에게 있다!

 오, 나는 진리를 이야기했다. 혼돈! 무목적의 아나키즘, 분열된 사고, 왜곡된 감각, 무슨 수를 써도 부정할 수 없는 궤변, ism을 철저히 짓밟아 죽이는 Anti-ism! 세계는 전진한다! 앞으로 갓! 아무런 근거도 없이-앞으로, 갓! 모든 모럴은 절멸하리라.

 

 그래, 증오의 시계가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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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하여

글/시 2015. 11. 6. 03:09 |

고통에 대하여



1.

어둠 속에 성상이던 것들은

햇빛 아래서 늘 벽돌더미거나

깨진 바위거나 망가진 고철들이다.

그늘이 만드는 것은 환각이나 유령이 아니라

차라리 본질이다 성스러움에 대한

경외에 대한.


우리는 도시에 산다 고로

우리는 달빛조차 필요 없다.

삼백육십오 일 우리는 금화가 짤랑이고

네온사인이 영혼의 빛깔을 대신하는

우리가 새로이 만든 모더니즘적 지옥에서

기꺼이 알코올이 섞인 하수를 들이킨다.


나는 딱히 화를 내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심지어 화를 낼 수조차 없다.

절망이 일상이 된 이 도시에 알레르기를 일으킨

나의 몸에서는 피가 자글자글 끓고

이곳의 공기가 폐에 맞지 않아 호흡기를 달 듯이

새벽담배를 피운다.


나는 강가로 내려가 담배연기만을 숨쉬며

물로 된 근육들이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울었다. 한참을 앉아 울었다.

사람들은 동정과 은화를 던져주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곳에는 숲의 침묵과는 다른 새로운 위대함이 있다.

그 위대함은 모두의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절망에 둔해지게 만들며 눈물을 마르게 하고

결과적으로 빌딩 꼭대기에서 몸을 날리게 하는

악의로 입술이 뒤틀린 신이다.


사람들은 이제 고통과 허무를 섬긴다.

사람들은 지옥에 가는 것이 너무나 무서워서

직접 지옥을 만들고 즐거이 그곳에서 산다.

가끔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밤에 나는 항상 성상이 눈을 감은 자리에 가서

담배를 피우며 구원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침 해가 뜨면 저 성상은

다시 벽돌더미로 화할 것이고

구원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은

돌아갈 숲조차 이미 없다.

어디를 가든 나는 죽은 것에 그림자가 드리우면

거기서 우상을 볼 것이고

울고 있는 내게 아무도

왜 우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실로 감사할 일이다.



2.

독자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보여줄 것들은 그대들의 삶에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다. 나는 주로 죽음과 무의 안식을 노래하며, 증오로 바싹 날이 선 혀로 저주를 뿌리고, 그대들의 존재와 정신이 얼마나 경멸 받을만한 것인지를 논증한다. 나의 천성적으로 광폭한 성질에 말미암아 말 하건데 나는 이 노래를 쓰지 않았다면 구름조차 달을 가린 새까만 밤, 잘 벼린 단도를 하나 들고 직접 그대들의 침실로 숨어들어갔을 것이다. 예술과 중범죄가 한끝 차이라는 사실을 내가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질겁한다! 오! 그러나 독자들이여, 세계를 증오하지 않는다면 무슨 이유로 새로운 세계를 종이 위에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넘길 것인가? 내 삶에서 단 한 번도 갈증이 풀어진 일이 없다. 그것은 그대들이 서로를 죽이고 잡아먹으며 인간의 처절한 본성을 나타낼 때에만 풀어질 것이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다. 독충들이 드글거리는 것 같은 그대들의 세상에서 나는 양심이라는 한 올의 거미줄만도 못한 끈을 잡고 지금까지 참아왔다. 여러 번 나는 나의 눈물에 대해 논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는 슬픔에 의한 눈물을 흘린 역사가 단 한 번도 없음이라. 나의 눈물은 항상 분노, 증오와 함께 삐그덕삐그덕하는 소리를 내며 흘러나왔다. 그대들은 모두 나의 원수여라! 삽으로 흉부를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을 수반하는 나의 지병도, 그대들의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그대들의 얼굴만 보아도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버린다. 그 경멸, 조소, 비겁함, 악의, 기회주의, 자신이 죄인임을 모르는 그 떳떳함, 무지, 에고이즘이라니! 만일 내가 왕이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내릴 명령은 전 국민에게 가스실로 모이라는 것이었을 터, 그러나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이 사회라는 집단에서 가장 약하고 무가치한 글쟁이다. 보름의 금주로 나는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그대들을 한 없이 증오하지만, 그대들의 손가락질 한 번으로도 나는 죽어버린다. 껍질을, 더 단단한 등껍질을! 내가 숨은 채로 펜만 놀릴 수 있는 좁고 어두운 껍질을! 사실은 끝까지 숨어있어야 한다. 몇 번의 자살시도로도 이루지 못했던 죽음을 그대들에 의해 맞이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지껄이고 있다. 내가 얼마나 그대들을, 그리고 그대들의 세상을 경멸하는지를 지껄이고 있다. 왜 그대들이 밤의 대양에 빠져 죽어야만 하는지, 숲속을 활보하는 오래된 신에게 잡아먹혀야 하는지, 곡식과 석유가 떨어질 때 서로의 넓적다리 살을 찢어 먹어야 하는지! 선포하건데 나는 지쳤노라! 아름다운 문장과 시적인 메타포로 나의 증오를 가리는 일에 지쳤노라! 나는 증오한다. 나는 분노하고 저주하고 고통스럽다! 독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정말로 싫다. 내 글을 읽어줄, 그리고 읽어주지 않을 인간들이 너무나도 저주스럽다. 부디 오늘 밤에는 눈물로 담뱃불을 꺼트리지 않기를. 나는 아직도 온 세상이 불타는 광경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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