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의 갈증

글/시 2015. 4. 5. 05:49 |

갈색의 갈증

 


염세주의를 피하려고
두 눈을 지웠다
젊은 쾌락의 아이들이
놀고 간 자리 같은 세상에 앉아
시베리아의 밤을 꿈꿨다.

 

낮에도 어둠이 손에 잡히는
도시의 변방에서
밤은 어느 나라에나 공평하게 내리지만
태양을 못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내 몸은 균사와 게으름으로 뒤덮여
습기 찬 바닥 위를 기고

 

태양이 내 병을 낫게 해줄 것이다.
이 땅의 푸르죽죽한 태양보다
훨씬 뜨겁게 훨씬 강렬하게 작열하는
지옥의 유황불보다도 오히려 흰색의
고통과 정화의 창이 내 영혼을 꿰뚫어야만
아, 이 축축한 콘크리트의 행성에서

 

내 환상은 사막을 굴러다니고 있다
갈라진 땅의 틈새로 호흡하는 열기와
지평선이 시작되려는 곳에 파도치는
공포스러운 대양이 날 기다리리라고
백일몽을 보는
해골 한 구가

 

어머니, 비명을 질러주세요, 어머니
새벽 공기로 가득 찬 내 가슴에서는
유독성의 연기만 피어오릅니다.
술도 담배도 여자도 가로등 밑에 버리고
오로지 태양 하나만 삼키고 싶다는
그런 갈증에
나는
너무 오래되어버렸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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