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하여
1.
어둠 속에 성상이던 것들은
햇빛 아래서 늘 벽돌더미거나
깨진 바위거나 망가진 고철들이다.
그늘이 만드는 것은 환각이나 유령이 아니라
차라리 본질이다 성스러움에 대한
경외에 대한.
우리는 도시에 산다 고로
우리는 달빛조차 필요 없다.
삼백육십오 일 우리는 금화가 짤랑이고
네온사인이 영혼의 빛깔을 대신하는
우리가 새로이 만든 모더니즘적 지옥에서
기꺼이 알코올이 섞인 하수를 들이킨다.
나는 딱히 화를 내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심지어 화를 낼 수조차 없다.
절망이 일상이 된 이 도시에 알레르기를 일으킨
나의 몸에서는 피가 자글자글 끓고
이곳의 공기가 폐에 맞지 않아 호흡기를 달 듯이
새벽담배를 피운다.
나는 강가로 내려가 담배연기만을 숨쉬며
물로 된 근육들이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울었다. 한참을 앉아 울었다.
사람들은 동정과 은화를 던져주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곳에는 숲의 침묵과는 다른 새로운 위대함이 있다.
그 위대함은 모두의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절망에 둔해지게 만들며 눈물을 마르게 하고
결과적으로 빌딩 꼭대기에서 몸을 날리게 하는
악의로 입술이 뒤틀린 신이다.
사람들은 이제 고통과 허무를 섬긴다.
사람들은 지옥에 가는 것이 너무나 무서워서
직접 지옥을 만들고 즐거이 그곳에서 산다.
가끔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밤에 나는 항상 성상이 눈을 감은 자리에 가서
담배를 피우며 구원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침 해가 뜨면 저 성상은
다시 벽돌더미로 화할 것이고
구원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은
돌아갈 숲조차 이미 없다.
어디를 가든 나는 죽은 것에 그림자가 드리우면
거기서 우상을 볼 것이고
울고 있는 내게 아무도
왜 우느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실로 감사할 일이다.
2.
독자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보여줄 것들은 그대들의 삶에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다. 나는 주로 죽음과 무의 안식을 노래하며, 증오로 바싹 날이 선 혀로 저주를 뿌리고, 그대들의 존재와 정신이 얼마나 경멸 받을만한 것인지를 논증한다. 나의 천성적으로 광폭한 성질에 말미암아 말 하건데 나는 이 노래를 쓰지 않았다면 구름조차 달을 가린 새까만 밤, 잘 벼린 단도를 하나 들고 직접 그대들의 침실로 숨어들어갔을 것이다. 예술과 중범죄가 한끝 차이라는 사실을 내가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질겁한다! 오! 그러나 독자들이여, 세계를 증오하지 않는다면 무슨 이유로 새로운 세계를 종이 위에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넘길 것인가? 내 삶에서 단 한 번도 갈증이 풀어진 일이 없다. 그것은 그대들이 서로를 죽이고 잡아먹으며 인간의 처절한 본성을 나타낼 때에만 풀어질 것이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참아왔다. 독충들이 드글거리는 것 같은 그대들의 세상에서 나는 양심이라는 한 올의 거미줄만도 못한 끈을 잡고 지금까지 참아왔다. 여러 번 나는 나의 눈물에 대해 논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는 슬픔에 의한 눈물을 흘린 역사가 단 한 번도 없음이라. 나의 눈물은 항상 분노, 증오와 함께 삐그덕삐그덕하는 소리를 내며 흘러나왔다. 그대들은 모두 나의 원수여라! 삽으로 흉부를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을 수반하는 나의 지병도, 그대들의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그대들의 얼굴만 보아도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버린다. 그 경멸, 조소, 비겁함, 악의, 기회주의, 자신이 죄인임을 모르는 그 떳떳함, 무지, 에고이즘이라니! 만일 내가 왕이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내릴 명령은 전 국민에게 가스실로 모이라는 것이었을 터, 그러나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이 사회라는 집단에서 가장 약하고 무가치한 글쟁이다. 보름의 금주로 나는 새로이 깨달았다. 나는 그대들을 한 없이 증오하지만, 그대들의 손가락질 한 번으로도 나는 죽어버린다. 껍질을, 더 단단한 등껍질을! 내가 숨은 채로 펜만 놀릴 수 있는 좁고 어두운 껍질을! 사실은 끝까지 숨어있어야 한다. 몇 번의 자살시도로도 이루지 못했던 죽음을 그대들에 의해 맞이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지껄이고 있다. 내가 얼마나 그대들을, 그리고 그대들의 세상을 경멸하는지를 지껄이고 있다. 왜 그대들이 밤의 대양에 빠져 죽어야만 하는지, 숲속을 활보하는 오래된 신에게 잡아먹혀야 하는지, 곡식과 석유가 떨어질 때 서로의 넓적다리 살을 찢어 먹어야 하는지! 선포하건데 나는 지쳤노라! 아름다운 문장과 시적인 메타포로 나의 증오를 가리는 일에 지쳤노라! 나는 증오한다. 나는 분노하고 저주하고 고통스럽다! 독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이 정말로 싫다. 내 글을 읽어줄, 그리고 읽어주지 않을 인간들이 너무나도 저주스럽다. 부디 오늘 밤에는 눈물로 담뱃불을 꺼트리지 않기를. 나는 아직도 온 세상이 불타는 광경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