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광기와 사랑>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시작
기록/생각 2016. 11. 8. 11:13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Tumblbug에서 장편소설 <광기와 사랑> 출간을 위한 펀딩을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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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K의 초상
테이블 뒤에 석상처럼 앉아있던 K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일주일동안 잠을 못 잤어. 일주일동안 말이야.
아니 정확히는, 잠을 안 잔거지. 커피와 카페인 알약
으로 일주일동안 나를 깨워놓았어
나는 잠을 잘 자격이 없어. 휴식은 내게 너무 큰 사치야
K는 듣는 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 그저 중얼거렸다. <나라고 심리학에
완전한 문외한인 줄 알아?> 거의 들리지도 않게 그는 중얼댔다.
중요한 건 말이야, 거의 강박적인 동작으로, 검지로
테이블을 두들기며 그가 말했다. 결백해지고자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죄책감만 커진다는 거야. 말하자면
모든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말이야. 나는 곧
물 말고는 그 어떤 음식도 위장에 넣지 않게 될 거야
내 의지랑은 상관없는 <내 의지>가 날 그렇게 만들 거야 결국
난 실패한 금욕주의자로 자살하게 되겠지, 아니 자살은……
K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 그는 언어철학의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어디로 가든 그는 실패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을 나왔다. K는
내가 일어나는 것을 눈치 채지도 못했다. 나는 그의 표정에서
희열로 색이 칠해진 고통을 보았다.
밖으로 나오자 태양이 밝았다. 바람은 따뜻했고
하늘에는 아무것도 날지 않았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나 불을 붙이는 건 조금 미뤄두자
K를 위해서. 어찌 됐든 그는 곧 무너지고 말테니.
그리고 K는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나의 한 명
너는 그곳에 서있어. 흰색의 램프를 들고, 밤새 도시의 어두운 길목에서. 밤의 도시만큼 빛의 대비가 뚜렷한 곳은 달리 없지. 그러니 넌 그곳에 서있어. 나의 미친 발은 시각소자를 가진 기계처럼 마구잡이로 훨훨 날지. 나는 가장 눈부신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곳까지 몇 번이고 걸음을 반복해. 그 램프의 기름도 도시의 금화로 산 거야. 그러나 너는 부디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줘. 그저 그곳에서, 가장 어두운 길목에서 신성을 잃은 우상처럼 서 있어줘. 깊은 새벽에도 사람들은 가끔 칠흑의 골목 속으로 사라져. 너는 그들을 비춰줘. 그들이 어둠 속에서 머뭇거릴 때, 그들이 담뱃불이나마 제대로 붙일 수 있도록 빛을 비추어줘. 그들이 자본주의자건, 공산주의자건, 개인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낡은 거죽 걸친 빈민이건, 유망한 경제가건. 누구든 호주머니의 담뱃갑을 제대로 꺼낼 빛 정도는 필요하니까. 나는 저쪽으로 갈게. 지친 야생마처럼 목적 잃은 걸음으로 사방을 쏘다닐게. 밤의 도시에서 밝은 곳은 너무 추워. 네온사인에서 흘러나오는 욕망들은 얼음처럼 나를 쪼아.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안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눈빛은 까마귀가 되어 내 살을 쪼아. 소위 야간생활자들이라는 족속들은 밤에도 모자를 눌러쓰고, 내 손가락을 관찰해. 그 손가락의 형태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들은 알아야만 해. 그러나 너는 아무 걱정도 말고 그곳에 서 있어줘, 동이 트고 램프의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타고 남은 담배필터로 하얀 반점이 점점이 찍힌 검은 도로를 밝게 비춰. 내 살은 이미 다 파먹혀 백골이 드러났지만, 내 인생에서도 이 넓은 욕계에서도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야. 램프를 들고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가끔씩이라도 보도록 해. 무어 굳이 감상을 묻지는 않을게. 그저 그 낯과 낯들을 봐주었으면 해. 조금 뒤면 나는 <사람>들이 떨어트린 금화를 주우러 갈 거야. 운이 좋다면 내일도, 그 금화로 네 텅 비어있을 램프에 기름을 채울 수 있겠지.
안녕. 새벽이 끝나면 데리러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