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겨울
빛이 쏟아져 내리는 우박 되는 계절에
나 마른 잎들을 밟으며
절망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네
그러나 희망도 없이
노란 나비들 날던 때는 가고
이젠 밥 먹을 때조차 벌벌 떠는
파리들이 끊임없이 들러붙어 오듯이
망념은 계속, 어디서 떠올라 오나
어디선가 빛이 깜빡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전신주 위에서 겨울이 빛나는 소리인가
그러나 나 쳐다보지도 않고
하얀 입김에 기뻐하며 그 소리 들었네
―어느새 겨울
굳이 풍광을 언어화할 필요는 없다
시인들의 일이란 진절머리 나는 것이지
진절머리 내면서 한 겨울에 나비를 찾고
그러니 그런 것들은 증오되고……
하지만 달리 고백할 것도 없다
희망 놓고, 기대 놓고, 이러이러 하리라는 마음도 놓고
그 사람 눈동자는 성자 같았지
어디선가 보았던 한 여름의 활엽수림 같았지
나 활엽수림 앞에서 계곡에 거꾸러지고, 옷이 젖지 않길 기도하며
끝내 놓지 않던 담배꽁초 연기가 내 눈에 스며들었지
이 눈이 다시 밝아지는 때는 언제? 언제냔 말이야?
내가 누굴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앙드레 지드는
어떻게 죽었나? 그의 말대로
지상의 양식 다 취하고 희망 없이 죽었나?―성자가 될 수 있었나?
나 한번 죽었으나 완전히 죽지 못했다
나르찌스와 골드문트의 이야기 몇 번이고 다 읽었어도
정혜쌍수를 쥐지 못했다, 세월은 막히지도 않고 흘러가고!
―그래, 지금 기억하는 것은
이런 겨울 무렵이면 사방이 깜깜했고
어머니는 이불을 덮고 있었지…… 나는
나는 반짝거리는 어둔 공기 속
뭔지도 모를 불안에 멀뚱히 서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