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마음이 드는데
그리울 것이 없어서
있지도 않을 것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이리도 아픈가
가악 가악 괴성지르는
사슴의 노래는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아
가슴 아프다
사슴이 누구를 부르는지
우리가 무슨 수로 알려나만
저것은 아마도 노래가 아니라
비명이로다
아무도 필요로 해주지 않는 해수의
악의로 쪼그라든 비명이로다
나는 가만히 그 비명을 듣고
내 이야기가 들려 울었다
해수마저 산 깊이 도망치고
뿌옇게 갇힌 창 안에
나는 다시 혼자입니다.
도시의 노래
도시의 노래가 들린다
산양의 비명 같기도 한
죽은 개의 단말마 같기도 한
그런 노래가 그림자 속에 울리네
옆집 아이가 금붕어를 묻은 자리는
어디였더라? 여하간 이 시멘트의 왕국에서는
꼬챙이로 작디작은 흙들을 찌르다보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무덤 위에 지어진
자신의 장례식을 예약하는 자들의 왕국은
이제 자신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심야, 도시가 괴성을 울부짖는 시간
젊은이들은 술 취한 입술로 라라 노래를 부르고
형광색 네온사인들이 금화에 홀려있을 때
도시는 자신의 장송곡을 부른다
이제 모두 잠들 시간이야
나는 더욱이 무너질 시간이야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연명책은 되질 못했다
아아, 썩어가는구나
아아, 무너질 때로구나
인간들이 다음 향락을 찾아 나설 때
도시는 자신의 장송곡을 부른다.
달떴다고 할 것도 없는 밤
숨 쉬는 일이 금지된 내 방에는
카페인, 니코틴, 타르의 역한 냄새로 가득해
풀뿌리나 석양의 향기 같은 것은 코에 닿지 않고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이곳이 활자에 머무는 죽은 유령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주로 탄식하며 생각하는 것은
폐쇄된 행성에서의 삶에 관한 것으로
아아, 말라가는구나, 존재도 행성도
탈출구는 한 줌의 바르비투르산이로다.
서랍 속의 불화佛畫는 열어보면
삼천대천세계의 진실을 가리킬 지언데
정작 서랍은 열어보면
형형색색 수십 개의 알약에 부처의 손이 가려져있다.
심야의 나는 자동인형 같아라
그림자 속의 사람들이 ‘중국어 방’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지, 이따위 망념에 젖어
까딱까딱 담배나 태우러 다닌다.
어둠 속에 묘비처럼 서서 줄담배를 피우면
골목마다 비극에 비명에 절망이 있음이 더 잘 들리는 바
으으 추악해라, 떨며 몸을 돌리고
결국에는 내 비극과 비명과 절망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목 베는 신이 상공을 활보하는 것은 분명한데―어라, 아무래도
그놈은 혼자 질식사로 돌진하는 놈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었으니
내일도 일단은 살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