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들이 항상 얘기하듯이, 인생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은 어느 때던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절대 웃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미치광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만과 정직도 그렇다. 그것들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경계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유쾌한가 혹은 불쾌한가, 사랑하는가 혹은 증오하는가, 고통스러운가 혹은 쾌락적인가. 그 어떤 인생도 웃지 않는다면 이것만이 유일한 기준선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쉽게 '기준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선'으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면이거나 혹은 공간이거나, 심지어는 형태조차 지어지지 않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뭐냐, 나는 모든 것이 표리일체하다고 말할 셈인가? 그건 아니다. 나는 당사자가 어렴풋이 형태를 느끼고 있는 수 많은 직관과 감각들에 대해 이야기 할 셈이다. 실제로 어떤가, 대다수의 '그들'이 들러붙어있는 경계들은 사실 어느 누구도 감각할 수 없는 늑골 바깥의 것들 아닌가. 촉각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항상 불평하고 있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는 그런 히틀러를 '싫어'했다. 철학과 사상이 어디에 있을까? 총의 방아쇠를 휘감고 있는 그들의 손가락 안에 있었다. 그럼 그 손가락은 철학과 사상이 당겼나? 전체주의가 그들의 손가락을 당겼나? 아니면 자유주의가 그들의 손가락을 당겼나? 아니다, 내 생각에 그들의 손가락을 당긴 것은, 그들의 내장이었다. 내장의 촉감 말이다.

- 아아, 하지만 총은 좋지 않다. 그건 아무래도 좋지가 않다. 교수대의 밧줄도 마찬가지다. 기요틴도 마찬가지다. 뭐든간에 말이다. 법을 사랑하고=범죄자를 증오하고=사회이념을 신뢰하고=집단폭력에 공감한다면, 사상이나 신념 따위는 쥐뿔도 없는 사형도구들로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사회구성원 다 같이, 사이좋게 정제당한 정신들끼리 어느 누군가에게 생각할 자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철저한 신념 아닌가? 그러니까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하란 말이다. 연쇄살인범, 테러리스트, 강간범, 방화범 등등, 전부 목을 매달아 죽이라는 너. 옳다, 니체가 말했듯이 이건 전부 전쟁이다. 전쟁이 뭐냐,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옳다. 죽여도 상관 없다. 그러나 말했듯이 사형도구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로 지껄이지 마라. 당장 '당신의 올바른 사회 만들기'에 동조시키고 싶은 사람들을 죄 불러모아라. 아들내미와 딸내미 손을 잡고, 건전한 정신을 지닌 온국민과 함께 사형장으로 몰려가서 직접 이단자를 때려죽여라. 텔레비젼 뒤에서 생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수하라'고 외치지 말란 말이다. 어느 누구도 제외없이, 산다는 것은 전쟁이다. 틀림없이 그렇다. 그리고 또 틀림없이, 당신들이 더 강하다. 당신들이 더 큰 집단이고, 당신들의 권력이 더 강하다. 그래서 당신들의 공통된 '취향'에 거스르는 '취향'을 가진 '이방인'들의 목을 따는 것 아닌가. 사형 제도, 아무래도 좋다. 인생이 통째로 전쟁인데 집단폭력 따위 뭐가 그리 대수겠느냔 말이다. 그러나 어디 남이 대신하는 섹스가 섹스인가? 당신들 머리 속의 '죽여 마땅한 놈'은 직접 그 손으로 때려 죽이란 말이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삶이라는 전쟁에는 병사밖에 없다. 여기에는 지휘관도 왕도 전부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 속에 각자 들어 앉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들의 '이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취향'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당신들의 '취향'이 만든 법이 '죽여 마땅한 이방인'을 결정했으면, 온 가족의 정의로운 손을 잡고 함께, 직접 때려죽여라. 직접 말이다. 가장 일차적인 감각으로, 당신이 사람을 죽이며 신념이라고 쓰며 취향이라고 읽는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손을 대기 전부터 이미 온몸이 이방인의 피로 흥건했다는 사실을, 당신과 똑같은 '취향'을 주입 받은 자식새끼들의 입은 이방인의 몸을 물어뜯어 죽일 입이라는 것을, 교수대를 치워버리고 대신 '범죄자'의 몸에 올라타 죽을 때까지 주먹질을 하고 있는 당신 스스로가 뼛속 깊이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퍽도 정의로운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아!

 이런 엉망인 글을 쓰면서도 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확신하고 있다. 난 이미 오래 전에 내 직관과 감각을 믿기로 결심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이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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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뚝 끝에 달린 손가락. 스위치가 달리지 않은 손가락. 여기에는 요철도 없다. 누가 춤을 추겠느냐? 누가 춤을 출까? 아무도 망가진 눈동자를 위해 꿈을 꾸지 않는다.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인즉슨,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달리 무엇이, 앞에 아무도 없다고. 숨을 쉬는 목소리들, 내게, 입을 열지 마. 그 누군가가 언어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야말로 무언가가 되었을 텐데.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면 바로 내가 꿈 속에서 사람의 형상을 꺼내왔을 텐데. 잠을 자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나는 정당하다. 나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정당해지지 못한다. 누가 망가진 심장에게 혈액을 올려보낼까. 이놈은 처리를 못한다. 흘러들어오는 피를 처리하지 못한다. 손을 잡아, 내 손에 약을. 허무와 꿈. 허무는 아이덴티티 속에 살고, 허무는 잠자는 인간에게서 태어나고, 허무는 육체의 모습이다. 매일 잠들고 깨어나는 이들, 허무주의자들, 허무주의자들. 나는 쓰러질 때까지 잠들지 않으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나는 잠들듯이 잠들지 않으련다. 나는 약물에 정신을 잃듯이 꿈을 꾸련다. 허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렇다, 그렇게. 내 손을 잡고, 내 손에 약을 쥐어줬으면. 항상 땀구멍 근처에서 목을 매고 있는 내 생명, 내 생명. 항상 죽을 듯이, 나는 생명을 봤다. 나는 생명이 내 등줄기에 칼날을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죽음을 싫어한다. 정말이다. 어느 누구의 눈에도 신뢰가 깃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증명? 누구도 춤을 추지 않는다. 손아귀에 쥐여진 주먹만한 심장. 고통과 질식사. 죽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그것이 부패하는 냄새에 못 견뎌 뛰어드는 것이다. 본질이 추잡한 만큼이나 깨끗하게. 오히려 결백이 흙탕물과도 같다. 장난을 치는 듯한, 가장 편집증적이고, 가장 내가 보는 색깔다운. 아아, 아프다. 탄사를 넣지 않고서는 못 견딜 정도로 말이다.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나는 외과의사가 되야지. 그리고 마침내 메스를 잡아 염원하던대로 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려야지. 그러고보면 가죽이라는 것은 자궁과도 닮았다. 아프지 않게, 그러나 그것도 찢겨나갔음을 모두가 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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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아니다. 아파하는 문장들.
여기가 아니다.
나는 시를 쓰고 있는 게 아니야.
무지는 죄다. 무지는 역겹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누구 얘기를 할까. 누구의 얘기를 할까.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뱃속에 진심을 처넣고 싶다고.
이 넘치는 적의 속에서.
이 넘치는 적의 말이다. 날더러 어쩌라고.
너희는 너희가 살해당하는 것을 허락할만한 위인들인가?
당치도 않다. 부푼 풍선 같은 거짓말덩어리들아.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시퍼런 칼날이나 드러내놓게 만드는 너희들아.
나도 적의 말고 다른 것을 말하고 싶다. 파란 하늘이나 상쾌한 바람 같은.
그런 환상들. 아니면 차라리, 그렇지, 어느날 심장이 말했다, 같은 우스운 농담들.
다이빙.

 글을 쓸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 마찬가지로 글을 쓸 수 없는 장소 같은 것도 없다. 나는 영양결핍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소화불량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고혈압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나는 약에 절어 망가진 내장들로, 나는 편집증으로, 정신분열로, 온갖 신경증으로, 우울증과 내 미친 정신머리로, 자살하다 남은 너덜너덜한 영혼으로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내 텅 빈 자리. 내가 어디에도 가고 싶어하지 않고, 어디에도 갈 생각이 없으며, 또 어디에도 머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나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살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안타깝기 때문이다. 뭘 채워넣어야 된단 말이냐. 심경 얘기가 아니다. 내 정신의 황폐함조차 신경쓸 여유가 없게 만드는 퍼석퍼석하게 갈라진 위벽과 지저분하게 꿈틀거리는 혈관 얘기다. 가죽 아래에서 피부가, 내 피부가, 내 피부가. 토할 것 같다. 아무 것도 먹은 게 없는데. 머리는 병자요, 몸은 미치광이다.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는데. 병신 같은 혈압. 개새끼들. 개새끼들. 아아, 이미 망가진지 오래다. 이대로, 추잡한 병자의 모습으로, 자기 몸이 조각조각난 걸 보고 있는 생선의 멍청한 눈빛처럼, 무너져내려버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죽지 못 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처참함에 대하여, 비참함에 대하여, 꼴사나운 광휘, 광휘, 나는 그것을 본단 말이다. 네 기름때 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광야에서 나는 그로테스크와 함께 그것을 보고 있단 말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당신들을 증오한다.
얼굴을 본 적 있는 당신들은 더욱 증오한다.
지저분하게 혀를 놀리지 마. 내게 호의를 사고 싶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목을 그어라.
내게 호의를 사고 싶지 않아도 목을 그어라.
진심으로 증오합니다.
내가 아는 모든 여러분을 진심으로 혐오합니다.
씹새끼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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