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치 어제와 같은 날
글/시 2019. 6. 23. 04:47 |오늘도 마치 어제와 같은 날
하늘은 남청색
바퀴벌레들은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잔다
노인들은 이른 새벽 아침을 시작하고
세상은 남청색
떨어지는 담뱃재처럼
나의 하루는 저물어가고
오늘도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예정이고
술집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단골 카페는 오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마치 어제와 같은 날
하늘은 남청색
바퀴벌레들은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잔다
노인들은 이른 새벽 아침을 시작하고
세상은 남청색
떨어지는 담뱃재처럼
나의 하루는 저물어가고
오늘도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예정이고
술집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단골 카페는 오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봄
빗물 떨어지자 초록이 열린다
날이 피어난다
하늘은 죽은듯한 회색
빗물이 밀어낸 가장자리에는
화분花粉이 흉하게 쌓여
오래전에 죽은 바다생물들의
썩은 표피 같다
밤새 생각한 것은
기도 없이 죽는 방법
나선 발걸음은 지장보살을 찾으며
우연히 만난 성모상을 보고 울 것 같다
누군가 그녀에게
화관을 씌웠다
공기는 성불을 애걸하는 잡신들로
빽빽해
숨도 쉬기 싫다
또다시 봄
비명 지르며 저물 것들이
스멀스멀
구더기처럼 대지의 골수에서 기어 나오는
봄
스무 개짜리 관觀
담뱃재처럼 바스라지는 우리가
사상을 갖고 이상을 말한다
담뱃재처럼 바스라지는 우리가
빛을 갈구하고 어둠 속에서 방랑한다
위악을 갖고 당당히 걷는 다리는
바람도 불지 않는 밤에 강철과 같지만
이내 스스로 주저앉아 풍화된다
선을 외치는 영웅의 목소리는
다발로 된 생명과 같아 드높이 불타오르지만
타고 남은 재는 보잘것없어 흉측하다
담뱃재처럼 바스라지는 우리가
육도를 윤회하며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부서지지 않는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부서지는 목소리로 애써 묻고
또 미풍에 산산조각난다
재떨이에서 금강반야를 찾는
통풍 같은 존재들은 끊이질 않고
다시 부서지고, 소멸하고
담뱃재처럼 바스라지는 우리가
담뱃재처럼 바스라지는 우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