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과장된 어법으로 혐오하는 많은 것들을. 과장된. 다소의 과장.
난 오히려 당신들을 믿는다.
진심으로, 난 상당히 양심적인 사람이고 인도주의적인 면도 있다.
내가 당신들에 대해 걱정하는 일말의 동정도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았겠지.
이 폐허에서 당신들을 증오하기나 했을까.
태양이 작열하는 땅이나 비가 그친 뒤의 하늘이나 내게는 마찬가지의 폐허로 보인다.
무너져버린 쇠로 된 다리. 손가락을 움직여 그것들을 구부리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내 어딘가가 분명한 양심과 인도주의의 색깔을 띄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당신들 전부를 증오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향락도 쾌락도 아닌 단색의, 원색의 행위를, 좀 더 떨어져서, 좀 더 떨어져서.
조금, 더, 떨어져서. 수 십 개로 나눠진 혓바닥으로 말을 해.
거리를 벌리고, 내게 말을 해. 나의 삼십 번째 혓바닥.
그것을 문학이라고 한다. 그것은 문학이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의외로 그것은 썩 괜찮은 모습이다.
다소의 아름다움. 다소의, 굳이 가식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될만한 분리.
분리. 누가 말했지. 아무튼 나는 존중한다.
내 테러리스트를 사랑한다. 그는 지구에 커다란 띠를 둘러줄 것이다.
사랑과 관용의 정신으로 사방에 흩어진 고기조각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는 우울한만큼 행동적이다. 가끔 누군가는 행동주의자들을 필요로 한다.
우스운 진지함. 우습지만 진지하다. 거식증에 걸린 정당한 철학자처럼.
그는 오직 설사제를 먹기 위해서 밥을 먹지 않는다. 그런식으로 사람을 증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기와 함께 내장을 전부 변기에 쏟아버리는 방법으로 사람에 대한 증오를 멈출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념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념이란 대부분의 경우 완벽주의자니까.
그렇지 않은 이념조차도 그렇다. 그게 특권이지. 그게 특권이다.
가끔 특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권과 함께 태어나는 관념들이 있다.
그리고 관념과 함께 태어나는 생명들도 있다. 샴쌍둥이처럼.
샴쌍둥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튼, 비유는, 그렇다.
그 내장과 혈관의 연속성.
거울에 뇌를 비치고 있는 사람들을 혐오해야한다. 그래, 아마도 자신의 멍청함을 증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에 반론하는 가엾은 찌꺼기들을.
그들은 눈을 네 개씩 갖고 있거나 혹은, 글쎄, 항상 관념이 이동한다. 무슨 언어가 적합할까.
되었다. 아무튼 정당함은 항상 괴상하게 꼬여있다. 모순된 나선형으로 얽혀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정당함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충동으로도 충분하다.
굉장한 단어. 언어가 언어가 아닐 때 주로 그렇게 느낀다.
객관화 좀 집어치워 씨발새끼야



자, 정신을 먹어치워라. 의식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게 내 양심의 증명이다.
파란색 태양을 혐오해서 자살할 수 있을 정도로.
아, 빌어먹을, 너희 테러리즘과 섹스하는 놈들.
누구나 뭔가를 키우고 교육을 해.
도덕과 양심이 송두리째 개인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대단한 것들에게서 배웠는데.
누구나 총칼을 집어들고 승리하기 전에 폭력을 휘두르고 패배하기 전에 섹스를 해.
살덩어리, 살덩어리. 살덩어리.
어줍잖은 형용사들과 똑같은 표정을 한 너희들 모두를
공백없는 얼굴을
자발적으로 취해. 집어삼킨다.
주체가 된다는 게 이런 것이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완전히 환각적으로, 허무주의에서 떨어져나가.

항상 그런 것처럼 두개골이 터져나갈 때 즈음 되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완벽하게 제정신으로, 완벽하게 취해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수 십, 수 백 개로 늘어나는 문장들도 틀림없이 모두에게 있어 그저 엿같은 공허이고,
나는 정말로 증오한다.
눈이 없는 곳에서
나는 정말로 증오한다.
정신없이, 그리고 몹시.

하지만 모두라니, 모두가 누구길래?
아니다, 그냥 증오한다는 한마디면 완벽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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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념, 관념, 관념. 그는 관념의 덩어리다. 관념에 관념을 더하여 관념으로만 만든 그야말로 관념의 덩어리다. 그는 산책을 하고 싶다. 그는 밖에 나가고 싶다. 그러나 그는 낮이 무섭다고 한다. 그는-낮이-무섭다고-한다. 낮과 그 밑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무섭다고 한다. 그는 주로 밤에 산책을 한다. 관념의 덩어리처럼 부유하며, 관념의 덩어리처럼 부유하며, 밤거리를 둥둥 떠다닌다. 쏜살같이 떠다닌다. 마치 광란하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며 온갖 두려움에 흠칫거린다. 그는 자신의 심장을 증오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게 보인다. 그는 가끔 심장밖에 없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심장과, 펄떡이는 혈관들조차 관념으로 가득 차 있음을 나는 안다. 뚜렷하게, 알고, 있다.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무튼, 아무튼 간에 말이다. 그 가련한 관념의 덩어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확실한 것들을 증오한다. 밤거리를 산책하면서. 아니, 아니, 산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유하면서. 쫓기듯이 다급하게 사방을 걸어다니면서. 그렇게 말이다. 그는 아침해가 뜰 때까지 걷는다. 옆 동네로, 옆 동네로, 더 먼 도시로 미치광이처럼 걷다가 아침해가 뜨기 시작하면 울상이 되어 급히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걸어온 길이 너무도 멀다. 그가 절반 정도 되돌아가면 이미 해는 크게 떴고, 주변에는 출근하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그는 더욱 겁에 질린다. 그는 자신의 무방비의 육체 속에 숨어 울상으로 걷는다. 그에게는 숨을 곳이 없다. 그의 몸에는 숨을 곳이 없다. 그는 너무 말랐다. 그 가련한 남자는 너무도 말랐다. 새파란 아침의, 잔혹한 태양 밑에서, 그 마른 남자는 옷자락을 움켜쥐고 걷는다. 자신의 춥고 좁은 다락방으로 도망가기 위하여. 아아, 관념. 모든 여행을 금지하는, 모든 행위와, 모든 핏빛의 따스한 감정들을 금지하는. 남자는 관념에게 먹혔다. 아니, 어쩌면 남자가 관념을 먹어치운건지도 모른다. 너무 많이 먹은 건지도 모른다. 그가 마른 만큼이나 과하게 관념을 먹어치운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비극이다. 그래, 비극이다. 나는 남자가 더는 겁에 질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남자는 또 한 번 자신의 춥고 비좁은 다락방에 기어드는 것이다.
 아아. 비극이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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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나와 그들이 고통 받아야 합니까. 도대체 왜 이 끔찍한 연민과 통증 속에서 미치광이처럼 울부짖어야 합니까. 도대체 누가 내게 병을 주었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왜 나로 인해 한탄하게 되었습니까. 도대체 왜 모든 의사들은 날 치료하지 못했습니까. 그 오만한 여의사는 왜 내가 완치되었다며 악수를 청했습니까. 누가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했습니까. 그리고 왜 내가 그들을 비참하게 만들게 했습니까. 턱까지 차오른 심장과 병신처럼 통각을 두들겨대는 정신은 누구의 작품입니까. 어째서 어느 누구도 사랑 받지 못합니까. 어째서 내게 인간이려는 이들은 좌절되야만 합니까. 그것도 심장을 후벼파대는 병증과 함께. 도대체 누가 트라우마의 역사를 만들었습니까. 도대체 누가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결핍의 연쇄를 만들었습니까. 도대체 왜 내가 그들 앞에서 정신병자처럼 울어야만 했습니까. 도대체 왜 내가 정신병자였던 겁니까. 상처는 어째서 분열합니까. 그리고 분열된 상처들은 어째서 자신의 발을 갖는 겁니까. 통증은 누구의 손끝에서 태어났습니까. 누가 연민을 만들었습니까. 누가 눈물을 지었습니까. 누가 센티멘트도 서정도 없는 비극을 빚었습니까. 도대체 어느 누가, 손톱만큼도 미화 되지 않는 고통의 역사를 써냈습니까. 왜 내가 아파해야만 합니까. 왜 내가 병자여야 합니까. 왜 내가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야만 했습니까. 왜 내가 나와 살을 맞댄 모든 이들에게 내 넝마 같은 심장을 전해줘야만 합니까. 나를 보십시오. 나를 보십시오. 누군가의 구조로 인하여 만들어진 연대로 말미암아 두배 세배는 더 난도질 당한 나와 그들을 보십시오. 누가 피를 만들었습니까. 어째서 모든 것이 고립 되지 않았습니까. 나를 보십시오.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은 나를 보십시오. 나는 아픕니다. 나는 아픕니다. 나는 정말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픕니다. 이것이 내 탓입니까? 이것이 내가 만든 결과입니까? 그럼 그들은 어떻습니까. 그럼 그들은 누가 만든 결과입니까. 누가 알콜중독을 만들고 인격장애니 분열증이니 뭐니 하는 온갖 병신 같은 결핍을 만들었습니까. 그리고 도대체 그 누가 그 결핍들끼리 상처주게 만들었습니까. 도대체 무엇이 역사를 만들었습니까. 이게 뭡니까. 이게 뭡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왜 난 통증을 잊지 못합니까. 왜 병은 내 의지대로 사라지지 않습니까. 왜 나는 병자이고, 왜 병자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습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나를 보십시오. 그 어떤 사상과 의식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절망이라는 통증을 보십시오. 도저히 기어오를 틈이 보이지 않는 나락을 보십시오. 내가 감히 말하겠습니다. 내가 감히 그 모든 조소와 냉소들을 각오하고 말하겠습니다. 나는 미치도록 아프고 불행을 느낍니다. 나는 미치도록 아프고 불행을 느낍니다. 나는 울었습니다. 나는 정말 미친놈처럼 울었습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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