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들
야 밍준아 이렇게 내가 어 사랑하는 친구들 이거 이렇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게 너무 기쁘다 행복하다 야
신곡동 엘피빠에서 우리 다섯은
술 마시고 크게 오래
떠들었다 나는
같이 함께
외치듯이
떠들었다
비둘기
비둘기가 모이 쪼듯
구구구구 위스키 서너 잔 쪼더니
니콘인지 캐논인지
대포 같은 카메라 꺼내
춤을 추고
허덕이고 기뻐하며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또 몇 잔을 삼키고 사진을 찍고
광란같이 즐거워 욕지거리하고
사장님한테
쿠사리 먹고
표정 죄 풀려 세상 다 가진 것 같아서는
지가 계산한 거 기억이나 하는지.
비둘기는
노래부르고 날뛰고 친구 어깨 위로 무너지고
마주 오던 여대생
같은 아가씨, 뛰듯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요새 줄담배 안 피워 인마
야내가어밍준이니찍을라고카메라까지꺼냈는데어한대더피워새꺄불붙이고여기보지말고평소있는그대로의너의모습을보이라고어
비둘기를
먼저 보내야 했다.
춤추듯 휘청거리다 수그러들어
엘리베이터, 육면체, 안쪽
비둘기는, 점점
작아지더니
현관문 너머에
사라져
버렸다
네 명
또 마시고
기뻐하고
한 놈 한 놈
맛이 가고
택시 부르고
이제 겨우 새벽
그렇게.
돌아가는 길
비둘기의 온통 풀린 몸체며
한 점 경직된 기억도 없던
얼굴
따위를 생각하고
당신들 타고 갔던 전철에
손잡이잡고빳빳이서서,
고관절이 아프다
우리 학창시절은 반짝이며
찬란했을 것이다.
사진들은 깨끗하고 예뻐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