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려있는 망념 속에 단 한마디의 구원이라도 있으면
글/시 2025. 5. 13. 06:15 |널려있는 망념 속에 단 한마디의 구원이라도 있으면
어제는 끔찍했습니다.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노라고 쓸 수도 있었겠으나, 결코 그러지는 못하겠습니다. 멈추지 않는 불면과 부서진 우정을 동시에 겪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숙면은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그리운 이는 갈수록 그리워졌습니다. 가슴에 뚫린 바람구멍에 바람이 본분처럼 난도질을 하는데, 오래 잠들지 못한 의식이 상처를 모자이크로 가려놓은 피고름처럼 여겨, 더더욱 나는 혼란해 아파했습니다.
진심은 왜곡되는 법입니까?
씁쓸한 맛이 방안의 책만큼 쌓이고 별안간 요조의 호리키마저 떠올랐으나 오랜 친구에게 그런 연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나는 펜을 고쳐 쥐었다고쳐 쥐고 같은 문장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밤은 어떤 위로도 하지 않는다
잠 못 드는 이의 눈꺼풀 속엔 잡념이 빛나며 형이상학을 그리고
눈을 뜨면 밤은 결코 어둡지 않다
구멍을 중심으로 우그러드는 폐부에
사랑을 외치고 시간을 외치다
걸신들려 활자에게로 투신하고 만다
거꾸로 잉크 속에 처박히는 내내
사람들은 잠들어 있다.
동터오는
밤낮없는 마을
새빨간 눈, 앞
책더미에
선물 받은 말마디 하나
충분하다, 고
그래
그러니까
충분
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