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기록/생각 2025. 4. 29. 00:58 |

목차


서문
초편
이질감편
빛과소음편
변형과변질편
좌절된본능편
부러진젊음편
폭력과포기편
병원대기실편
왜곡된일상과약물과불균형한뇌내화학물질편
절망과알코올편
광증편
추락편

다시 인간이 되고자 볕으로 나왔으나 이미 뇌손상도 과거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고
편.

그래도
사람과
만나다

집필중.
 
차후 추가 예정.

Posted by Lim_
:

미안할 줄 몰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어렸을 적, 주변에서는
 애정을 품고
 사랑할 줄 모르는 이들이 살았다
 나는
 본성을 뒤틀어놓는 법을 배웠다.

 그 뒤
 정직과 의문을
 위협으로 굴복시키는 이들이 포위해
 나는, 모든 位를
 적으로 삼는 맛을
 입안 가득 채웠다.

 머리가 좀 크자
 그들이 빛살 비추는 눈동자
 반대편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았다
 사람이 서로를 얼간이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알았다.

 그렇게
 누구도 다가올 수 없게 되자
 망령들만 스승이며 동료 되어
 나는 곰팡이 핀 과거 밑바닥에
 절망에 자기파괴,
 위악, 등등
 생명의 물인 양 들이켰고

 웃음은 내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벤조디아제핀도
 그랬고.

 나의 마을은 공포와 원한 경계로 가득 차
 퍽
 보기에 좋으니
 사방 팔방 시방이 고향 땅이며
 왕국이었다.

 거리낄 것조차 없었지
 도대체얼마나오랜세월그밖으로단한발자국도나서지않았는지
 지랄
 염병할,

 그러다 어느 순간 어느 날에 발은 허공을 밟아 머리통도 신발장에 처박게 했고
 생명의 물은
 비참의 변명이더라.

 모든 삶을
 거꾸로 뒤집어
 전부 쏟아내야 했다

 각운 맞추기를 멈추고
 병원 냄새 지독한 입안
 을, 뱉어, 내고
 폭죽 터지며 빛나며 밤하늘로 빨려들던 
 을, 멈추고
 인생을
 시작할 때였다.

 신발장에 머리 처박고 쓰러져
 내려다보는 가족들의 눈빛, 생각하며
 웃고
 핏덩이로 태어난 이래 처음
 공기와
 온도를 감각하고
 어느 날엔가 동해 바다
 파도와 바람과 빛마저 촉식
 하고

 물을 마시고

 그것은 텅 빈 것에 더더욱 노골적이어서, 나는
 사랑과
 유대와
 기쁨과
 수전증과
 뇌 손상과
 말소된 회한을
 배웠다,
 덕분에

 웃었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Posted by Lim_
:

시작의 계절 같은 소리 하네


 계절은 봄이고
 날씨는
 9도쯤
 밤이고.

 그리고
 오늘의 담배를 마치고
 개 짖는 소리를 지나쳐, 걸어
 올라왔다

 꽁초 쥐던 손이 곱았다.
 글을 못 쓰겠고
 책장을
 못 넘기겠다,

 봄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멸에의
 열락 덕분에, 이 계절 한복판에서 몇 번이나
 얼어 죽을 뻔했는지, 세어
 보려다
 보니까
 아무래도

 봄은 본래 춥고
 멈추어
 객사할만하다.

 청동 같은 손가락 뻗어
 책장을 살피니
 이슬 맞아 죽은 송장들만
 한가득이다.
 지상의 과실은
 죄 빨아 마시고.

 또
 습관처럼
 창밖에서 오는 것들을 기다리다
 습관보다 깊이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고,
 대못처럼 강인하여 운도 행도 없는
 활자를
 새겨넣어야겠다고
 더운물에 손 녹이고
 여기 써 붙인다.

 거실에서 동생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비장하게
 트림한다

Posted by Lim_
:

2025년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의 집이고
 심장은 허덕이고
 넘어져 다친 무릎은
 욱신거리고
 이불은 없고
 햇볕 받아 뜬 눈이
 보는 것은
 책상 밑판.

 그래도, 뭐
 상관은 없다
 늘 그랬었
 으니까
 뭐

 그래도 올해는,

 모르는 집은 아니며
 어제를 기억하며
 베개도
 있다

 가방에
 칫솔 치약도 있다.

 책상 밑에서 햇살을 가만히
 마주 보다가, 일어나
 보일러를 끄고
 아무도 없는 집을
 나왔다.

 갈 곳은 딱히 없는데
 사람들은 살기 위해
 회사로 가고 있다.

Posted by Lim_
:

별 볼 일 없고 끝도 없던 분노를 구두처럼 신고서 얼굴은 웃고서


 잭
 잭 영감이 바텐더를 하는
 잭스 바
 거기서 나는
 아주 늙고 노년이 보장된
 유대인 노인과
 자주 마주쳤다
 오후 다섯 시부터 계속
 나는 취해있었고
 그는 이틀에 한 번 정도
 밤이 깊으면 나타나
 인사하며 옆자리에 앉아
 밀러를 시켰다.

 나는 항상 웃고 있었는데
 언제나 화가
 터지기 직전의 가스탱크처럼
 치밀어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한국
 남쪽, 한국, 남한에서는,
 벙어리라는 단어도
 못 쓴다니까요
 벙어리 장갑도……이런
 젠장, 이걸 어떻게
 영어로 설명하지
 벙어리의 신식
 표준어가 뭐더라?

 이 따위
 두서없는 소리를
 아무 때고 끊임없이
 길고 강인하고 끈질기고 소용없이
 늘어놓았다
 노인은,
 유대인이고
 짧은 머리가 하얗고
 밀러 생맥주를 마시며
 항상 웃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침마다 내 몸은
 술과 이슬로 흠뻑 젖어
 남의 집 소파에
 쓰러져있었다 매일
 기억할 수 없는
 새 상처를 갖고.

 머리가 깨끗하게 벗겨진
 잭 영감은
 내게 더블샷 럼이나
 잭콕을 파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주크박스에서 음악을 틀고
 일회성 친구들에게 싸구려
 술을 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항상
 웃고 있었다.

 잭스 바 손님들은 모두
 날 보면 웃었다 나도
 그들 모두에게
 항상
 웃었다.

 귀국하고, 떠나고, 또 귀국하고, 또 떠나고, 또 어딘가에서
 또 만신창이로 쓰러져 잊어버리고
 기억 못 할 상처들만 어리둥절하게
 켜켜이 새기고

 인디애나도 텍사스도 아칸소도 캘리포니아도 네팔도 인도도 중국도 일본도 아무 곳도
 아닌, 오늘, 부모님 집
 내가 점유한
 방에서
 바닥에서

 흰 머리를 줍고
 짧은 머리가 희던 유대인
 항상 웃던
 노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손등의 담배빵 같은 흉터도
 오른팔 화상 자국도
 기억하지 못하고

 어딜 다녀왔는지도.

 그러나 잭 영감의 은제 안경테
 잭콕 잔에 묻은 폐유
 쓰러진 잡초밭에 내리던 우박
 들개 냄새가 나는 소파
 언제나 열에 들떠
 항상 웃고 다니던
 표정.

 더는 들이키지 않게 된
 망각과 분노를 모두.

 노인이 밀러를 마시며
 성공한
 스타디움 사업을 떠들고
 내가
 남한의 문학 시장판을
 떠들었던 것을
 모두

 기억하고
 날 보고
 웃었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