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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03 몇 번이나 박차고 나갔던 둥지는

몇 번이나 박차고 나갔던 둥지는


 계절은 여름이라는데
 얼어붙은 비와
 써늘한 밤바람은
 어디고 침습해오며

 죽은 작가들의 피가
 방바닥
 켜켜이 적혀

 손끝의 잉크가 새긴 말들이며
 새까맣게 터진 심부며
 소리 없이 새 나온 언어들

 좌절했다고
 중얼대보니
 과연 좌절했다.

 냄새를 맡는다.

 이곳은 나의
 방,
 언제고 준비된
 중력이 쌓인

 냄새가 나는

 초봄이 다가온 기척도 없어
 잊고 있던 봄코트 꺼내
 새벽 네 시
 물을 보러 갔다

 석유처럼 검은 하천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왱왱거리는 날벌레 무리가 빗속에서 구름까지
 만들기에,
 돌아오자,
 거울에는
 삼 년도 더 된
 너무 익숙해 꼴도 보기 싫은 그 이 비친다.

 오는 길 편의점의 새벽 알바생은
 손님을 증오하는 눈을 가졌다.

 참으로 배운 그대로
 마음이 뿌려놓아 비추는 여기에서는
 신발 벗고 문을 닫아도
 신발 신고 문을 열어
 젖혀도
 둘러싼 모든 하나가
 지옥이다.

 펜을 쥐니
 냄새가
 더욱
 끔찍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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