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들과

글/시 2024. 12. 6. 21:24 |

섬과 섬들과


 누구나 그럴 테지만
 온갖 영감님들이 내 삶에 들어왔고
 너무 빨리 떠나기도 했다

 데이브 아저씨는, 그리 자주
 만나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눈 일도 없지만
 그래, 그 양반 늘
 이쑤시개 입에 물고
 남부 사투리로 중얼대는 바람에
 대화를
 해도
 도대체 뭔 소릴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
 는데…… 어째, 아버지만큼이나
 사라지질 않는다.

 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작은 권총을
 넣어두고 살던 그 양반은 어느 날
 10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치매 때문에 생물로서
 기능조차
 할 수
 없게 된 그 날
 뒷마당에 삽질을 하더니
 소구경 권총을 꺼내 고양이의
 머리에 두 방을 쏘고
 그대로 묻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물병원 말이다, 거기 데려가니, 안락사 시키려면
 이백 달러 내놓으라더라
 봐, 이 총알
 한 발에 25센트야.

 아저씨를 전부, 명확히, 이해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망할,
 이쑤시개.

 그토록 생물의 시체가
 안온
 해 보였던 적은, 그때가
 최초였다.

 그는 하나의 섬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고
 아저씨의 아들이며
 나의 친구인
 앤드류도
 섬
 축 늘어진 고양이도
 그랬다

 멀어 보일 때도 있었지.

 바닷고기에게 묻고 싶었다
 눈 감을 줄 모르는 너희는
 섬과 섬들이
 바다 밑에서
 모두 땅과 땅, 대륙으로,
 이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느냐고
 해수면도 육지의 존재도 필요 없는
 너희에겐
 어떤 시야로 그것이 이해, 되느냐고

 수면 위에서
 인류와 국가, 민족, 등등이
 분노와 정의와 복수로 파열할
 것
 같은 밤
 나는 꿈도 없이 잤다.

 우리는 평화로이 일어났고
 같은 잠과 심해를 공유한
 섬은
 더 노골적이어 친근한
 절망과지겨움과향수와인간
 인간애
 를
 차분히 적어 이쪽 섬에
 실어 보냈다

 그 글귀와 음성으로, 바다 밑에서 보는 수면, 어느 군도의 혼란은
 더더욱 대단할 것 없었다

 무슨 큰일 났나 본데
 응
 겨울 산 보러 가자
 겨울바람이랑

 밤이 되고, 내 오래되어 포화된
 책장 앞, 결단은 서고
 짊어 멘 가방은
 언제나처럼 무거웠으나 그리 무겁다고 할 것도 없었다.

 가벼운 걸음은 헌책방으로
 아름답고 품위 있게 은박이 입혀진
 톨스토이
 또다시 팔아치우며
 이번에야말로
 다시 살 일은 없으리라
 감사하며
 진리, 사랑, 행복,
 총합, 오천 원.

 겨울밤에도 섬들은 분주히 급박히 돌아다니며 경계하고 시야를 좁히고
 가방은 오천 원
 보다, 가볍다, 한 장의 지폐만큼.

 아저씨가 바다 깊은 곳으로 쏘아 보낸
 50센트만큼.

 잘 보이지 않는
 심해 밑바닥
 우리만큼

 그래 뭐
 충분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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