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섬들과
누구나 그럴 테지만
온갖 영감님들이 내 삶에 들어왔고
너무 빨리 떠나기도 했다
데이브 아저씨는, 그리 자주
만나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눈 일도 없지만
그래, 그 양반 늘
이쑤시개 입에 물고
남부 사투리로 중얼대는 바람에
대화를
해도
도대체 뭔 소릴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
는데…… 어째, 아버지만큼이나
사라지질 않는다.
늘 청바지 뒷주머니에 작은 권총을
넣어두고 살던 그 양반은 어느 날
10년을 함께 산 고양이가
치매 때문에 생물로서
기능조차
할 수
없게 된 그 날
뒷마당에 삽질을 하더니
소구경 권총을 꺼내 고양이의
머리에 두 방을 쏘고
그대로 묻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물병원 말이다, 거기 데려가니, 안락사 시키려면
이백 달러 내놓으라더라
봐, 이 총알
한 발에 25센트야.
아저씨를 전부, 명확히, 이해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망할,
이쑤시개.
그토록 생물의 시체가
안온
해 보였던 적은, 그때가
최초였다.
그는 하나의 섬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고
아저씨의 아들이며
나의 친구인
앤드류도
섬
축 늘어진 고양이도
그랬다
멀어 보일 때도 있었지.
바닷고기에게 묻고 싶었다
눈 감을 줄 모르는 너희는
섬과 섬들이
바다 밑에서
모두 땅과 땅, 대륙으로,
이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느냐고
해수면도 육지의 존재도 필요 없는
너희에겐
어떤 시야로 그것이 이해, 되느냐고
수면 위에서
인류와 국가, 민족, 등등이
분노와 정의와 복수로 파열할
것
같은 밤
나는 꿈도 없이 잤다.
우리는 평화로이 일어났고
같은 잠과 심해를 공유한
섬은
더 노골적이어 친근한
절망과지겨움과향수와인간
인간애
를
차분히 적어 이쪽 섬에
실어 보냈다
그 글귀와 음성으로, 바다 밑에서 보는 수면, 어느 군도의 혼란은
더더욱 대단할 것 없었다
무슨 큰일 났나 본데
응
겨울 산 보러 가자
겨울바람이랑
밤이 되고, 내 오래되어 포화된
책장 앞, 결단은 서고
짊어 멘 가방은
언제나처럼 무거웠으나 그리 무겁다고 할 것도 없었다.
가벼운 걸음은 헌책방으로
아름답고 품위 있게 은박이 입혀진
톨스토이
또다시 팔아치우며
이번에야말로
다시 살 일은 없으리라
감사하며
진리, 사랑, 행복,
총합, 오천 원.
겨울밤에도 섬들은 분주히 급박히 돌아다니며 경계하고 시야를 좁히고
가방은 오천 원
보다, 가볍다, 한 장의 지폐만큼.
아저씨가 바다 깊은 곳으로 쏘아 보낸
50센트만큼.
잘 보이지 않는
심해 밑바닥
우리만큼
그래 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