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글/시 2020. 10. 25. 05:02 |

경계선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몰래 옥좌에 광기의 여왕이라고
당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당신이 자리에 앉을 무렵
나는 어전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꿈의 꿈은 현실이어서
땅끝의 작은 섬에 섰을 때도
나에게 수평선은 보이지 않고
증오로 타오르는 얼굴들만이
천공에 가득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인형을 만드는 일에 열중해
가장 말 없는 것에게 이름을 붙이고
딸이나 아들로 삼아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했으나
그것들은 타는 쓰레기였다

니코틴의 연기로 보여지는 현실은
잠들기도 전의 꿈이어서
아무것도 멸종하지 않은 잿빛의 악몽이라
나는 끊임없이 신음하고
정소를 떼어내고 이불에 눕고 싶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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