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추악한 의식은 실재한다. 몹시 얽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뇌 밖에서 내가 상상도 못한 형태로 혀를 굴리고 돌아다닌다. 한두 개가 아니다. '나'보다 훨씬 많고, 발끝에 채일 정도로 널려있다. 그것들은 한없이 괴상하고, 근거 자체를 이해할 수 없으며 믿지 못할 정도로 모순적이다. 그것들은 현실보다 모순적인 이율배반의 존재이고, 그렇기에 너무도 현실적이다.
 이것이 절망이다. 이것이 진부하게도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리가 있는가'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내뱉게 만드는 지독함이다. 혀를 내두르며 목을 매게 하는 완전한 불가지의 부조리다. 사방에 깔린 고통이고 실재이며 말도 안 되는 수적 진실이다. 언어의 부당성을 날카로운 흉기처럼 벼려 새삼 심장 깊숙히 찔러넣는 먹먹한 폭력이다. 모순이고, 모순이고, 또 모순이며 빛 한 점 없는 암흑이다(그들에게는 그런 것이 지성이던가).
 그들이 쓰는 글과 그들이 내뱉는 언어를 접할 때마다 나는 충동적으로 자살을 떠올리고, 내가 계몽주의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비겁하게-혹은 비참하게- 절망을 감각한다. 까뮈가 말했던 부조리와의 대치가 과연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이것이 섬광도 미학도 우스운 난센스도 없는, 철저히도 진창 같은 '인간들의' 부조리란 말인가.
 이것이 그들이 만들어놓은 현실이라고? 내가 발을 딛고 숨을 내쉬며 사는 세상의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라고.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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