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타인이 아무도 없다



내가 괴로운 건 수마(睡魔)의 탓이 아니야

내가 게으른 건 약학(藥學)에서 시작된 게 아니야

내 한쪽 눈이 떠지지 않는 건

뜨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니야

이제 난 원망할 사람도 없는데


모두가 잠든 새벽마다 식은땀을 쏟아내며

거친 숨과 벌떡 일어나는 건

엄마, 그 시절은 이미 지나버렸죠

엄마, 누구에게도 죄는 없었어요.

그래, 그러니 난 도시의 시궁창에 흐르는 하숫물을

전부 긁어모아 내 늑골 속에 담아두고 살겠어


왜냐하면, 엄마, 누구에게도 죄는 없었으니까요.

자기 손으로 장난감을 내던진 아이가

망가진 장난감을 붙들고 울어도 되는 권리는

아이가 아이일 때만 있지. 가슴의 서랍을 열 때마다

맡을 수 있는 원망의 냄새, 증오의 냄새, 불완전한,

결함품의, 그러니 난 서랍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버릴 거야


이건 박애주의가 아니야

이건 박음질한 상자 속의 사람들 이야기도 아니야

아무도 증오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내 육신에 백팔 개의 대못을 박고

나머지 한쪽 눈도 감겨줘

이런, 증오할 사람이 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전 세계가 다 내 적이고 증오스럽네……


지옥에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누더기가 된

내 영혼을 보고 당신이 고결한 동정의 마음으로

칼질과 채찍질에도 굴하지 않고 내 손을 잡으러 온다면

사랑스러운 당신의 손을 잡아서

무간지옥의 밑바닥에, 피연못의 밑바닥에

무한히 처넣어줄게. 이제 내가 죄악의 상자로 쓰는 건

내 마음 뿐이니까.


내 영혼에서 끔찍한 냄새가 나…….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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