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미디를 써보려고 했다. 잘 된 건지는 모르겠다.
2. 절정 부분의 전개가 너무 급하다. 정신없다. 그리고 나도 최근 정신이 없다. 그냥 내려놓고 싶다.
3. 과정으로 여기기로 했다.
엘아자르 이야기
엘아자르 유다는 고민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통장 잔고는 3850원이 전부였다. 그는 지금 책상에 앉아서 원고지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벌서 이십 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딱히 발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팔리지도 않는 책을 이렇게 아등바등 써야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원고지 위에서는 벌써 3일 째 위성 통치위원회의 대외활동용 의사신체가 주인공을 상대로 지구 강하용 보트의 조작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정지 상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제기랄, 그깟 지구 안 내려가면 어때? 중력장 발생 장치가 고장 나서 위성이 통째로 박살난들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위기에 처한 건 민간인 거주용 초거대 인공위성 3호의 존폐가 아니라 엘아자르의 가계란 말이다. 그는 다시 한 번 통장을 확인해보았다. 잔고는 여전히 3850원이었다.
“대니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엘아자르가 마침내 중얼거렸다. 그는 한 시간 사십 분 만에 의자에서 일어나서 전화기 쪽으로 걸어갔다. 전화기는 엘아자르의 방에 있는 전자제품들 중 유일하게 멀쩡한 것이었다. 사실 그는 통신사에 통화료를 지불할 만한 여유도 없었지만, 전화기가 없으면 매번 편집부까지 걸어가야만 했기 때문에 적자를 보면서도 전화기만은 유지하고 있었다. 엘아자르는 다이얼을 돌려 대니의 집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지금 시간에 그가 깨어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엘아자르는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3850원이면 라면을 다섯 봉지는 살 수 있겠지만, 통장 잔고가 더 줄어드는 것이 죽을 만큼 무서워서 도무지 쓸 수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통화대기음이 울렸다. 엘아자르는 반쯤 넋을 놓고 기다렸다. 다섯 번 정도 벨이 울린 뒤에야 대니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쉰 것 같은 목소리였다. 아마 자다가 일어난 것이리라고 엘아자르는 생각했다.
“대니, 문제가 생겼네.”
“뭐야, 엘아자르인가? 무슨 일이야?”
“대니, 돈이 없네.”
“자네가 돈이 없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잖아.”
“아니야, 이번엔 정말로 심각해. 어제 편집부에 전화를 해봤는데, 더 이상 인세가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대답을 들었어. 책이 안 팔려서 재발행도 없을 거라고 하네. 그리고 지금 내 통장에는 3850원 밖에 없어.”
“그건 문제로군. 기다려봐. 좀 씻고 나서 자네 집으로 가겠네.”
“고맙네 대니.”
엘아자르는 전화를 끊었다. 공복감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창문에서 아침의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밤을 샌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 햇빛에도 굉장히 눈이 부시다고 느꼈다. 대니가 올 때까지 한 삼십 분 정도 걸릴 것이었다. 엘아자르는 아무것도 할 기력이 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데, 당장 현재가 빈곤하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뭔가 먹어야 하는데. 만약에 위를 뜯어낸다면 평생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왜냐하면 소화기관이 없으니까 배가 고프지도 않을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러면 먹고 살기 위해 낭비되는 시간들을 다른 일에 쓸 수 있겠지. 예를 들자면 좀 더 창조적인 일에 말이다. 엘아자르는 바닥에 쭈그리고 누웠다. 바닥이 찼다. 창조적인 일이 뭐가 있을까. 지금 내가 같잖은 SF소설에 몇 년째 매달리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창조적이라면 창조적인 일이 아닐까? 엘아자르는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창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런 것이 있는 지 없는 지도 알 수 없었다. 엘아자르는 그냥 배가 고팠다. 그다지 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엘아자르는 배가 고픈 것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잠들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가 일어나야했다. 누군가가 현관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엘아자르! 나야! 얼른 문 열어! 추워!”
엘아자르는 비몽사몽간에 현관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두어 번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자 안경에 김이 서리고 코끝이 빨개진 대니가 서있었다.
“이런 젠장! 이렇게 추운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온다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 아침부터 엄동설한에 돌아다녀야 되냔 말이야!”
“오, 대니. 무슨 일인가?” 엘아자르는 여전히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뭐, 무슨 일이냐고? 엘아자르 유다! 자네가 나한테 전화 했잖아. 내가 온다고 했고!”
“맞아, 그랬지. 들어오게. 집 안도 그리 따뜻하진 않지만.”
대니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신발을 벗고 거실을 빙글빙글 돌더니 엘아자르의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그래. 말해보게. 돈이 없다고?”
“맞아. 돈이 없네. 정말로 돈이 없어. 지갑은 텅 비었고 통장에는 3850원 밖에 남은 돈이 없어.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원고, 그걸 완성해서 편집부로 가져간다고 해도 받아줄지도 미지수야. 왜냐하면 나는…… 안 팔리는 작가니까.” 엘아자르가 중얼중얼 말했다.
“이봐, 엘자.”
“엘자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알았어. 엘아자르. 이제부터 어떡할 셈인가?”
“몰라. 전혀 모르겠어. 모르니까 자네한테 전화한 거 아닌가.”
“은행이라도 털어볼텐가?”
“하지만 기관총이 없는데. 그리고 기다란 트렌치코트도.”
“그런 건 상관없어. 오이 몇 개를 사다가 검은색 껌 테이프로 감으면 되네.”
“오이를 살 돈이 없네.”
“제기랄, 그놈의 돈. 돈이 도대체 무슨 대수란 말인가?”
“대수니까 지금 이러고 있지.”
“엘자, 담배 피워도 되겠나?”
“엘자 아니라고. 마음대로 해.”
대니는 겉옷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담배 한 개비를 뽑아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뒤에 깊게 빨아들이더니 내뱉는 것이었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엘아자르의 좁은 쪽방에 퍼졌다. 엘아자르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대니 앞 바닥에 주저앉았다. 대니는 몇 번인가 담배연기를 뿜더니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완전히 막막하다 이거지.”
“바로 그렇네.”
“이보게 친구, 자네는 평소에도 미래 생각을 좀 하면서 살아야했어. 당장 일주일 먹고 살 돈이 있다고 인생 전부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대니가 훈계조로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달 집세는 이미 냈어. 그러니까 앞으로 한 달은 거리에 내쫓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이정도면 썩 나쁜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대니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엘아자르의 순진한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맙소사, 이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온 거지?
“알았어, 그럼 우선…… 쪽팔리더라도 부모님한테 도움을 청해보면 어떤가? 그리고 좀 안정된 뒤에 일거리를 찾아보는 거야.”
“난 부모가 없네.”
“무슨 소리야? 내가 고작 한 달 전에 자네 어머님이랑 통화했는데.”
“난 어머니 없어.”
“이런 제기랄, 엘자!”
“엘자 아니라니까.”
대니는 또 다시 담배연기를 뿜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모든 것이 막막했다. 도대체가 엘아자르라는 이 인간은 시답잖은 SF소설을 끼적이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책이 조금씩이나마 팔린 것이 기적이었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구석자리의 먼지 쌓인 곳에 엘아자르의 소설이 몇 권씩 있기는 했다. 아무튼 간 사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대니도 한 번 엘아자르의 책을 읽으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삼십 분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너무나도 막나가는 세계관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작한 지 10여 페이지 만에 주인공이 아그락시모아 감염성 정신분열증에 걸려서 우주선 엔진에 뛰어드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력자 핵분열로 구동하는 엔진에 뛰어든 주인공은 순식간에 소립자 분열을 일으켜서 30만 광년 뒤의 N-423 행성 맨틀로 전송돼서 3년간 묻혀 있다가 행성 원주민들의 석유시추선에 발견되어 구조된다는…… 대충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 맨틀에 묻혀있는 3년간은 아그락시모아 감염성 정신분열증에 걸린 주인공의 장황하고 정신 나간 환각세계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는데 그 환각 속에서 주인공은 스프럴티라노어 행성의 중성인과 결혼해서 행복한 시절을 지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행성 원주민들에 의해서 맨틀에서 꺼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 동안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우주복을―그 우주복은 코스모스 톨트사의 4823년 모델로 아공간 접속을 통해 무한한 산소공급이 가능하게 제작되어있다― 벗는 순간 아그락시모아 <감염성> 정신분열증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파되어 N-423 행성은 일주일 만에 정신병자들로 가득차게 된다. 여하간 그런 내용이다. 대니는 그런 맛간 소설을 쓰는 장본인이 이렇게나 순진(멍청)한 생활무능력자라는 점이 늘 경이롭기만 했다.
“이봐, 엘아자르.”
“응.”
“편집부에서 뭐라고 하던가?”
“좋은 원고가 완성되면 가지고 오라고 했어.”
좋은 원고란 말이지. 대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니가 생각하기에도 어려운 일이었다. 엘아자르가 시대를 잘못 탄 건지 시대가 엘아자르를 잘못 낳은 것인지, 아무튼 간에 잘 될 수가 없었다. 엘아자르는 멍한 표정이었다. 입은 꾹 다물고 어린애 같은 눈으로 대니의 얼굴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친구는 도저히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멋대로 살라고 두면 인생을 들쳐 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락 밑바닥까지 걸어 내려갈 것 같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나사 빠진 인간이 탄생했는지 대니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갑자기 엘아자르가 구토했다.
“어, 뭐야, 이봐, 괜찮은가?”
“이런, 쿨룩, 이런, 수건을 가져와야겠어.” 그러면서 엘아자르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대니는 엘아자르의 토사물을 내려다보았다. 건더기가 하나도 없는 희멀건 거품덩어리였다. 그가 토한 것은 위액뿐인 것이었다. 대니는 토사물에 눈길을 박은 채 수건을 가지러 가는 엘아자르에게 물었다.
“이봐, 엘아자르, 자네 며칠 굶었나?”
“응? 글쎄. 이틀인가. 잘 모르겠네.”
대니는 다시 담배연기를 내뱉으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화장실 변기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엘아자르를 도와 토사물을 닦으며 말했다.
“일단 나가세. 뭐라도 먹자고.”
“하지만 돈이 없는걸.”
“내가 사줄 테니까.”
“하지만, 괜찮겠는가?”
“자네 주머니 사정에 비하면 내 지갑 속은 천국이지.”
엘아자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니는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었고, 엘아자르는 양말을 신고 겉옷을 입은 뒤에 대니를 따라 나섰다. 바깥은 추웠다. 대니가 불평을 할 만 했다. 대니는 나가자마자 팔짱을 끼고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제기랄, 춥군! 추워!”
그들은 건물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 연립주택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날씨 때문인지 풍경은 전부 회색조였다. 하늘에도 회색 구름이 끼어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그들은 큰길로 나갔다. 골목골목마다 음식점들이 늘어서있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나?” 대니가 물었다.
“따뜻한 게 먹고 싶군. 찌개 같은 거.”
“그럼 백반 집으로 가자고.”
대니가 먼저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끔 가는 백반 집은 엘아자르의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엘아자르는 대니를 따라 걸으면서 계속 주변을 힐끔거렸는데, 왜 그러는 것인지 엘아자르 자신도 알지 못했다. 밖에만 나오면 나타나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이보게 대니.”
“왜?”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거리에 사람이 평소보다 없어.”
“그래, 그렇군.”
“오늘이 일요일이던가?”
“오늘은 화요일이네, 엘아자르.”
엘아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계속 불안한 눈동자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그런 걸지도 몰라. 엘아자르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실제로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외출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밖에 나간 것이 고료를 받기 위해 출판사에 갔던 것이었는데, 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그때 받은 돈은 이미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누군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엘아자르는 애써 무시하면서 <편집증 환자처럼 행동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정말로 너무 오래 집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탁 트인 거리에 나오면 불안하고 초조하지. 이러다간 정말 미쳐버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옛날에 누군가에게 예술가는 다 미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대니였나? 잘 모르겠군. 아무튼 나는 예술가는 아닌 것 같으니까, 딱히 미친 건 아닐 거야……. 중얼중얼.
“애당초 자네는 밖에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평소보다>라는 건 뭔가? 자네는 평소에도 집안에만 있잖아.” 대니가 갑자기 말했다.
“맞네. 그러고 보니 그렇군.”
그런 얘기를 하면서 그들은 백반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늦은 아침이라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에 신문을 펼쳐놓고 TV를 보고 있던 식당 주인이 대니와 엘아자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대니는 식당 주인을 향해 고개를 까딱해 보이고 아무 자리에나 앉았다. 엘아자르는 대니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뭘 먹을 텐가?” 대니가 메뉴판을 보면서 물었다.
“음…… 어…… 김치찌개.”
“김치찌개 두 개 주세요.” 대니가 주인에게 외쳤다. 주인이 알았다며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엘아자르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은 다섯 개. 그것으로 꽉 차는 좁은 식당이었다. 정문 쪽 벽이 통째로 반투명 유리로 되어있어서 햇빛이 잘 비쳤고, 그래서 조명은 부엌에만 켜놓은 상태였다. 파리 한 마리가 덜덜 떨면서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TV에서는 손을 씻은 타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괜찮나?” 대니가 물었다.
“뭐가?”
“며칠이나 굶었는데 갑자기 짠 음식 먹어도 되냐고.”
“모르겠는걸.”
엘아자르는 정말로 몰랐다. 그는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다. 사실 이제는 너무 굶어서 자신이 배가 고픈 것인지 위장에 구멍이 난 것인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저 대니가 밥을 사주겠다고 하니 따라 나온 것일 뿐이었다. 대니는 엘아자르의 멍청한 얼굴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뭐, 혹시라도 탈나면 병원이라도 가면 되겠지. 본인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대니가 대신 걱정해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저것 보게 대니, 손 한 번 뒤집었을 뿐인데 패가 전부 바뀌었어. 풀 하우스야.”
“…….”
그리고 음식이 나왔고, 그들은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엘아자르는 김치찌개 뚝배기에 눈길을 처박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라든가, 더 이상 소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엘아자르의 머리로는 아무런 답도 낼 수 없었다. 애당초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부터가,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편집장은 좋은 글을 쓰면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 말인즉슨 좋은 글을 쓰면 팔아주겠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좋은 글을 써야하나? 그러나 어떻게? 좋은 글이 뭔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엘아자르의 사고는 차단기가 내려간 것처럼 스스로 정지했다. 그리고 밥그릇을 거의 다 비웠을 때 즈음, 엘아자르가 대니에게 말했다.
“이보게 대니.”
“왜?”
“미안하지만 부탁을 하나 하겠네.”
“……뭔데?”
“만 원만 빌려주게.”
“안 될 것 없지만, 어디다 쓰려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거야 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대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물어보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엘아자르라는 인간은 뭐든 간에 다 이런 식이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알아서 설명을 하겠지.
“만 원으로 시간을 사야겠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
대니는 엘아자르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엘아자르도 대니를 마주보았다. 그들은 이십 초 쯤 그러고 있었다. 대니는 몇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엘아자르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니가 지갑을 꺼냈다.
“알았네…… 자, 만 원.”
“고맙네 대니.”
엘아자르는 지폐를 받아서 주머니에 접어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밥을 다 먹고 나서, 값을 치루고 가게를 나왔다. 대니는 가게를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엘아자르는 옆에서 대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이상한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대니가 엘아자르에게 물었다.
“이제 어쩔 건가?”
“어쩌다니?”
“집으로 돌아갈 거야?”
“그래야지. 그래. 밥 잘 먹었네 대니. 덕분에 살았어. 그리고 만 원도, 고맙네.”
“신경 쓸 거 없어. 그럼 나도 자네 집까지 같이 가주지.”
그들은 엘아자르의 집을 향해 걸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엘아자르가 사는 연립주택에 도착했을 때 즈음, 엘아자르가 갑자기 길가에 눈을 박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대니는 엘아자르가 멈춘 줄 모르고 몇 발자국 더 걷다가, 그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렸다. 엘아자르가 어느 빌라 옆에 있는 그늘 진 공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나 엘아자르?”
“대니, 이것 좀 보게.”
대니는 엘아자르가 눈길을 주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늘 밑에 흙무더기가 있었는데, 거기에 버섯들이 자라있었다.
“버섯이네 대니.”
“그래, 버섯이로군. 이걸 뭐 어떡하라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저 색깔이 안 보여? 초록색이잖아!”
“아냐, 내 기억에 이건 먹을 수 있는 종류야. 가져가봐야겠어.”
그러면서 엘아자르는 허리를 굽히고 그 초록색 버섯들을 따기 시작했다. 대니는 뒤에서 이마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안 돼. 이건 못 먹는다고. 자네의 그 기억이라는 건 무슨 기억인데?”
“초등학생 때 책에서 봤어.”
“터무니없이 흐릿한 기억이잖은가. 괜히 탈나지 말고 그만 둬.”
“내가 아까 밥 먹으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인간은 밥을 먹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것 같아. 그래서 식생활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그는 허리를 굽힌 채 버섯들을 따느라 말을 계속 끊어가며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벌어도 된다는 거지…….”
대니는 포기했다. 엘아자르의 이런 어린애 같은 충동심은 가끔씩 봐오던 것이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나름대로의 괴상한 논리를 만들어내고 나면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는 기본적으로 소심한 인간이어서 대단한 일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럴 때는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아자르는 팔 한 아름 가득히 초록색 버섯을 끌어안고 집으로 갔다. 대니도 엘아자르가 연립주택의 계단을 오르는 것을 확인한 뒤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대니는 은행에 있었다. 대니의 그림을 맡아서 판매하는 화상이 이번 달 분 그림 값을 통장으로 보냈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대니는 이런 시기에 돈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엘아자르가 곤란할 때―이미 충분히 곤란하긴 하지만― 도와줄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튼 그는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정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얼굴에 붕대를 잔뜩 휘감아놓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접수대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꼼짝마! 이 은행은 우리 금성 제 3 은하 함대가 점거했다!”
잠깐 동안 은행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뭐야 이건? 무슨 장난이야? 대니도 웬 미친놈이 쳐들어왔나하는 눈으로 그 붕대 감은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 미친놈이 총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은행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은 숨거나 도망가려고 난리였다. 그때 붕대 감은 남자가 다시 한 번 외쳤다.
“아무도 나가지 마! 누구라도 은행 밖으로 나가거나 경찰을 부르면 위성궤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우리 모선이 제 B종 체세포 변이 입자포를 지구로 발사할 거다! 그걸 맞으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체가 커피콩으로 변한다고! 커피콩이 되고 싶진 않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 은하에 사는 모든 종족이 너희 행성을 지구가 아니라 커피콩 행성이라고 부를 거다!”
대니도 남들처럼 머리를 숙이고 숨으려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친 남자의 목소리가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붕대를 감은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잠깐만, 세상에, 저건 엘아자르잖아.
엘아자르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슈퍼에서 파는 까만 비닐 봉투를 꺼내서 접수대에 내밀면서 또 다시 외쳤다.
“이 봉투에 있는 대로 돈을 담아! 너희들의 돈은 내 우주선을 고치는 데 사용될 거다!”
“저…… 고객님?” 접수창구의 여자 은행원이 당황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님이 아냐! 난 금성 전투대대 지휘관인 엘로히므라자르노사다! 빨리 돈을 담아!”
대니는 얼빠진 표정으로 엘아자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총은 어디서 구한 거야? 아니, 저건 총이 아니라…….
그때 엘아자르 뒤로 살금살금 접근하던 늙은 경비원이 순식간에 엘아자르를 덮쳤고 둘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엘아자르는 연신 소리를 지르며 놓으라고 발악을 했지만 60살 즈음 되어 보이는 경비원의 힘에 못 이겨 결국 제압되고 말았다. 경비원은 한 손으로 엘아자르를 바닥에 눌러놓은 채 그의 총을 빼앗았다. 그리고 곧 그의 얼굴 표정도 이상하게 변했다. 그는 총 표면을 손으로 더듬더니, 뭔가의 끄트머리 같은 것을 발견해서 그것을 손톱으로 벗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용물을 감아놓은 검은색 껌 테이프였다.
“뭐야 이거. 오이잖아.” 경비원이 말했다.
“아냐! 그건 오이가 아냐! 그건 입자 분해 광선 사출 장치의 부품이다! 위험하니까 만지지 마! 잘못하면 전부 죽는다고!” 엘아자르는 계속 발악하고 있었다.
이제 은행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일어서 있었다. 대니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엘아자르에게 다가갔다. 도대체 뭣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이봐. 엘아자르.” 대니가 그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대니! 오, 대니! 대니가 아닌가! 어서 사람들한테 설명해줘! 이대로 두면 내가 모선에 통신을 걸어서 함포를 쏘라고 명령할 거야! 자네도 커피콩이 되고 싶진 않겠지? 빨리 나를 놔달라고 말해! 난 얼른 돌아가서 우주선을 고쳐야 한단 말이야!”
“우주선이라니, 도대체 무슨 우주선 말인가.”
“자네도 알 거야. 우리 집 지하에 알 수 없는 관과 배선들이 잔뜩 깔려있는 곳! 거기가 우주선의 중추였어. 지금까지 잊고 있었단 말야! 얼른 고쳐서 모선으로 돌아가서 그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보고해야해!” 엘아자르는 여전히 경비원 밑에 깔린 채로 떠들었다.
“그건 보일러실이야 엘아자르. 자네…… 혹시 그 버섯 먹었나?”
“버섯? 아, 그렇지, 버섯! 그 버섯이 내게 진리를 알려줬어! 잊고 있던 사실들을 알려줬다고. 나는 금성인이었어 대니! 지구에는 정보 수집 차 온 거야. 내가 그 동안 쓰던 소설들은 사실 우주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였어! 나는 금성인이라고! 대니!”
대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맙소사. 그때 그 버섯을 가져가게 놔두는 게 아니었는데. 이제 어떻게 한다. 은행 강도질까지 저질렀으니 어떻게 돌이킬 수도 없겠군. 대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자네도 안 믿는군! 내가 금성인이라는 걸 안 믿고 있어!” 엘아자르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 그는 화를 못 이겨 바닥을 주먹으로 마구 내려치고 있었다. “증거를 보여주지, 자네 라이터 있지? 라이터 내놔! 얼른!”
대니는 이제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호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있었다.
“라이터!”
“알았어, 제기랄, 여기 있네.”
“너희 지구인들은 이렇게 미지근한 별에서 사니까 라이터 불꽃 정도도 뜨겁다고 느끼겠지. 하지만 금성은 표면 온도가 470도나 된다고! 그래서 이런 라이터 불꽃 따위는으아아아아뜨거!”
엘아자르는 주절주절 떠들면서 라이터 불꽃을 당기고 거기에 손가락을 넣더니, 곧바로 괴성을 지르며 라이터를 집어던져버렸다. 엘아자르를 붙잡은 경비원은 당황하고 있었고, 대니는 숙연한 표정으로 그 경비원을 바라보았다. 경비원은 엘아자르와 아는 사이로 보이는 대니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답을 구하는 것 같았다.
“경찰…… 경찰에 연락하시죠.” 대니가 씁쓸하게 말했다.
“병원에도 연락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경비원이 물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엘아자르가 울부짖었다.
“경찰에게 구급차도 불러오라고 하세요.”
“그래야겠군요. 이 양반 상태가 멀쩡해 보이지 않아요.”
“3850원!!”
오 분 뒤에 경찰이 도착했다. 구급차도 함께였다. 그들은 발광하는 엘아자르를 묶어서 들것에 올리고, 구급차에 실었다. 대니는 그의 친구이자 목격자로서 함께 가야했다. 그 뒤의 일은 모두 간단하게 진행됐다. 엘아자르는 경찰 앞에서도 헛소리를 계속했고, 의사는 그가 독성물질에 중독되어있다고 진단했다. 엘아자르는 병원에 구금됐다. 대니는 엘아자르가 병동으로 옮겨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돈은 나중에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대니는 엘아자르가 입원해있는 병원을 찾았다. 문병이라기보다는, 그저 상태를 살피러 온 것이었다. 엘아자르는 병실의 침대 위에 앉아있었는데 더 이상 묶여있지는 않았다. 대니는 환자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수척하다고 생각했다. 엘아자르는 얌전했다. 평소의 그였다. 더 이상 날뛰지도,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순진한 눈으로 어린아이처럼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시계추처럼 말이다.
“이봐, 엘자, 잘 있었나.” 대니가 병실에 들어서며 엘아자르에게 말했다.
“아아, 대니. 오랜만이군.”
대니는 생각했다. 상태는 괜찮아 보이는군. 전처럼 미쳐 있지도 않고. 그러나 조금 힘이 없어 보이는데. 생각한 것을 엘아자르에게 말했더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사람들이 약을 줬어. 뭔지는 몰라도, 꽤 많은 양이야. 그걸 먹은 뒤로는 생각하는 것이 피곤해서 좀 힘이 없어.” 그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에게 연락은 했나?” 대니가 물었다.
엘아자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 나중에 내가 하지. 자네가 강도를 저지르려고 했던 건 기억하나?”
“응.”
“어떻게 됐어?” 대니의 말은 그가 저지른 강도 미수를 경찰들이 어떻게 처리했냐는 뜻이었다.
“그게, 병원에 강제 입원하는 것으로 해결됐어. 당시 내가 환각 상태였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런가봐.” 엘아자르는 눈썹을 긁적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환각 상태였지. 다 그 버섯 때문이야.”
“아니네 대니.” 엘아자르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라니?”
“그 뒤에 생각을 정리하는데, 통신이 왔어. 모선에서. 이제 임무는 됐으니 돌아오라는군. 금성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어.”
대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독버섯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것인가 싶었다. 그러나 엘아자르는 지극히 차분하고 냉정해보였다. 대니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엘아자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어왔던 일이었다. 그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런가.”
“그래. 지구에 있는 동안 잘 대해줘서 고마웠네 대니. 금성에 가서도 자네에 대한 것은 잊지 않을 거야. 너무 고된 임무였어. 이젠 피곤해. 고향에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그리고 엘아자르는 입을 닫았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것 같았다. 대니는 조금 그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병실을 나서며 엘아자르에게 몸 관리 잘 하라고 인사를 건넸다. 엘아자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대니는 무언가 아리송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대니에게 전화가 왔다. 엘아자르가 입원해있던 병원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병원 관계자는 엘아자르가 그날 새벽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려 두개골이 파손되어 사망했다고 말했다. 얌전하던 환자라서 예상할 수 없었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니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시체를 확인하러 오라고 했다. 경찰이 그렇게 시킨 것이었다. 대니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머릿속이 복잡한 듯 하면서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전화기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엘아자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예,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접니다, 대니. 예.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잘 지내시죠? 저는 항상 똑같지요 뭘. 아아. 그것 말입니다만. 사실은,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굉장히 송구합니다만, 엘아자르가 죽었습니다. 돌아가 버렸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