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뒤

글/시 2012. 7. 23. 05:56 |
비가 내린 뒤


여름이 오기 전
해는 빛나지 않는다 하늘엔
푸르고 하얀 반점들 뿐
땅에는 까만 돌들과
물기를 한껏 머금고 얼굴을 내민
초록빛 잎사귀들이
아침을 반가워하며 숨을 뿜고 있다.

밤은 내게 한마디 말도 걸지 않고
자신이 갈 길로 가버렸다
나는 그를 잊고 있었다
내 사랑, 내 영혼이 품은
내 반신.
내가 빛나는 감옥에 갇혀
눈 위를 스치는 영상들에 홀려
곰팡이와 마주앉아
소리도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그는 마치 철마처럼 무뚝뚝하게
달려가 버렸다.

내 가슴속 뿌연 연기들
나의 피부에서 나는 시큼한 체취들
그대는 어디로 갔나 나는 바보처럼 웅크리고
알코올의 냄새가 나는 눈물을 짓는다.

피곤하게 뻗은 팔다리
장막 속에서 혼자 꿈을 꾸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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