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감정. 나는 시멘트 속에 빠진 생쥐 같다. 내게는 사고들을 늘어놓고 그것들의 특징을 판단하여 분별해놓을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내 영혼의 정상적인 기능의 대부분이 약효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깨닫는다. 나는 마침내 인생을 손에 쥐었다고 자신만만하여 외쳤지만 사실 그 인생을 잡고 있는 손은 신경약리학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흐르는 벽돌로 된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로에는 출구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갇힌 곳은 목적도 결과도 없이 정신의 혼돈만을 조장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원형 공간이다. 나는 사물들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것들에는 내 손이 닿지 않는다. 사물들의 표면 위로 피어오르는 희멀건 안개 같은 것을 나는 볼 수 있다. 모든 것의 본질이 흐려지고 아무것도 뚜렷하지가 못하다. 나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생각을 할 때면 주로 같은 곳을 계속해서 돌며 걷곤 한다. 나는 그저 더 작거나 큰 원을 그릴 뿐이다. 나는 생각들을 입 밖으로 꺼내어 놓는다. 그리고 다시 살펴보다가 침을 뱉듯이 땅 위에 내던져버린다. 나는 깨끗한 것이 보고 싶다. 명확하고 번쩍거리는, 투명한 것이 보고 싶다. 나는 너무 혼란한 곳에 있다. 나의 언어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입술 위에서 비틀거리다가 쓰러져버린다. 나는 손을 뻗어 잡고 싶다. 단단히 무언가의 손을 쥐고 싶다. 나는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인생은 과연 자유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었다. 아무 대가도 없이 말이다. 언젠가 죽음이 다시 우리들에게서 그것을 가져가버리긴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자유의 기회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이 없는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도 죽어서 바람에 닳아 모래가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자유다! 우리는 완전한 맨몸뚱이로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신도 없고 도덕도 없다. 햇살이 쬔다. 바람이 불고 모래가 휘날리고 하늘이 흐르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다. 우리는 나뭇잎 위에 흐르는 태양빛을 만져볼 수도 있고 땅 위에 고인 샘물을 마실 수도 있다. 우리는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죽음조차 삶의 일부다! 그것은 삶의 종언을 특정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완전한 사생아다. 나는 완전한 사생아다. 나는 아무 전통도 짊어매지 않고 태어난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도대체 무엇이 기어다니고 있는 것인지 형언하기가 힘들다. 나는 어떤 거대하고 불투명한, 물렁물렁하고 흐릿한 사상 덩어리의 존재를 느낀다. 그것은 살아있고 지네처럼 발이 많다. 그것은 기어다닌다. 내 머릿속에서 어떤 금속성도 갖추지 않고 흘러다닌다. 나는 빛이 필요하다. 맹렬하고 건조한 빛을 쬐어야한다. 나는 가끔 웃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적인 만족의 표시다. 그것은 나의 불확정성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나는 모든 것을 씻어내고 싶다. 빛으로, 빛으로 만물을 씻어내고 싶다. 의무 같은 것은 죽었다. 족쇄는 허상이었다. 나는 사막에 가고 싶다. 내 몸과 정신에 불을 붙이고 싶다. 나는 어쩌면 축축한 땅밑에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삶에서 언제나 빛과 열을 갈망해왔다. 갈망이란 무릇 그것을 갖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나는 정신의 강자가 되고 싶다. 나는 빛을 쬐고 싶다. 나는 독과 물에 흠뻑 젖은 내 사고를 불꽃으로 태워버리고 싶다. 그런데 자유라니? 자유는 무서운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자유는 우리를 아무 것도 없는 허공으로 집어던지는 무자비한 손과 같은 것이다. 삶에는 지정표가 없다. 우리는 자유다. 우리는 내버려져있다. 그래서 창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땅바닥의 모래를 긁어모아 무언가를 지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하늘에 태양이 있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태양 뿐이었다. 빛이 모든 것을 일깨웠다. 허무에서, 빛이 쬐고 우리는 허무 속에서 사물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저 보았다... 그리고 종종 감동했다. 우리의 영혼은 태양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나는 빛을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빛을 만들고 싶은 것일까? 그것을 다시 비춰보이려는 것뿐인가? 태양으로 되돌아가고 싶은가? 나는 어쩌면 불타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놔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무 어리석은 짓이다. 수지 타산을 할 줄 아는 자라면 삶이라는 기회를 그냥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삶은 여전히 가능성으로 넘치고 혼란스럽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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