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값
수요일,
지정석이 생길 만큼
뻔질나게 드나든
싸구려 호프집
친구와 나는
멍청한 짓을 저질렀고
다른 하나는
말리려다
더 멍청한 짓을 저질렀고
지켜보던 한 놈은
참다못해
미친놈 마냥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우리는
숨이 끊어지도록 웃었다
빈말이 아니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네 명
셋은
머리 꼭대기까지 취했는데
나는
술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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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29 평균값
- 2024.03.27 나는 탄식한다, 고 탄식하는 놈이 세상천지에 있기나 하냐 1
- 2024.03.24 어떤 것들은 제자리에 있을 줄을 몰라서 1
- 2024.03.22 아세트아미노펜이
- 2024.03.19 아등바등 악에 받쳐가지고
나는 탄식한다, 고 탄식하는 놈이 세상천지에 있기나 하냐
글/시 2024. 3. 27. 13:03 |나는 탄식한다, 고 탄식하는 놈이 세상천지에 있기나 하냐
잿더미가 된 세상
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지겹고
아름답고
향수를
자극하고
기쁘고 애달픈지
아마 거기서 꽤 오래 살았는가보다
어떤 때는 이렇게
재투성이 마을을 둘러보고
그거 헤집고 있노라면
이거 죄다
진금(眞金)처럼 보이기도 하거든
금싸라기 잔뜩 덮인 골목에
발 푹푹 빠트리면서
휘황찬란 소주병
쥔
곱사등이
인간들아,
인간?
인간이고 진인(眞人)이고 사실
잘 모르겠고, 동지라고 불러주랴?
그런데 그들도 다 안다
우리 눈 마주치는 순간
용암 같은 동지애가 끓고 솟구쳐서
쌍욕 튀어나오려는 거 서로 안간힘으로 참고 있는거
다 알고
그 순간 세상은 다시
잿더미 되는 거
안다니까
그렇게 나는 또 향수를 자극하다, 와
노스텔지어, 둘 뿐인 갈래길에 무릎꿇고 뇌수랑
심장 비슷한 거 쥐어 뜯으면서
쥐어 뜯으면서……
방금 뭘 봤더라
재투성이 마음은
잿가루 휘날리는 잿더미 뿐인 동네를
몹시도 열렬히 사랑하고 사모하고
숨쉬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못해처먹겠고
해야하고
바쁘다,
인생.
어떤 것들은 제자리에 있을 줄을 몰라서
글/시 2024. 3. 24. 17:31 |어떤 것들은 제자리에 있을 줄을 몰라서
지붕에 엮어놓은
나무들이
썩어서
날이면 날마다
턱턱 떨어져서
아
떨어져내리는구나
그게
뭐든 간에.
누군가 다가와서는
이거겨울에얼어가지고떨어지는거누구정수리에맞기라도하면보통일이아닌데언제날잡아서싹다갈아야겠는데응?안그래요?내가이런일해봐서아는데이게
나는
가던 길 계속 갔다
떠드는 누군가는
계속 떠들고.
일 없수다
떨어지는 게
나무뿐인가……
그가 뱉는 말들
내 신발 밑창에서
발자욱에 들러붙다
뚝뚝 떨어지고
이상할 만치
싸늘한 봄이 오고
있고
나무야 뭐
이제 얼지는 않겠지
계속
떨어지기는
하겠다만은.
아세트아미노펜이
그러니까
펜잘이나 타이레놀
뭐 그런 거
그런 게 마음의 아픔도
공포나 불안 같은 거
뭔지 알지 그런 거
달래
준다고
과학자들이 그랬더라고
친구가 말했다
마침 번민하던 차에
그래서, 그거
번민에도 듣냐
물어봤더니만
그런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그런 것 같댄다
염병
약 먹고 행복해질 것 같았으면
내가 인마,
진즉,
아,
됐다 인마......
고개 들자
비구름이 짓누르는
얕은 산능선
에
조명더럽게밝은
골프장
잔디 한 번
잘도 깎아놨네
불 밝다
밤이다
자러 가자
아등바등 악에 받쳐가지고
글/시 2024. 3. 19. 18:32 |아등바등 악에 받쳐가지고
날짜 확인하려고 테이블을 보니
약이
삼 일치 남았다.
사서보관해놓고삼키고마침내남은
삼 일
삼일?
달력이고 일수가 무슨 대수라고
만세부르고 다닐 것도 아니고
머리 꼭대기에 해뜨면 일수가방 들고
설치는 놈들이나
은행 달력 나눠주며 이 날이
원금 이자에 생명 갚을 날이라고
지껄이는
놈들이나
더러는
남의 돈으로 일 개월 사러
병원 가는
미친놈이나……
아아.
아아아아.
삼 일이라기보다
삼생(三生) 같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발.
그래도
아니,
그런데,
이 꼬락서니들 왜이리
증오스러울만치 아름다운지
당최,
그러니까, 그래서, 아무튼, 때문에,
아니, 모르겠고, 일단은,
오늘도 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