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직후의 하늘은 축축한 회색이다.
그러나 그 회색은 불쾌하지 않은 색채다.
하늘 아래에 세워진 것들은 콘크리트 건축물 뿐이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웃으면서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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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이제 더는 살아갈 수 없다. 생을 지속해봤자 남는 것은 칙칙한 절망뿐이다. 더욱 더 심한 수치를 쌓기만 하는 꼴이다. 그러나 이렇게, 절망한, 재능 없는 예술가 지망생의 표정을 한 채 목을 매달 수도 없다. 그렇게 죽는다면 죽더라도 심장이 썩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걸작을 쓰자. 죽을 각오로 쓰자. 말 뿐인 죽을 각오가 아니라, 써낸다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좌절과 수치로 가득 찬 회색 삶은 끝이다. 인생이란 것은 대책 없이 괴로운 것이기에, 예술작품의 원료 외에는 어디에도 써먹지를 못한다. 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쓰자. 걸작을 써버리고 죽자. 걸작을 써야만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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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난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거다. 여기서 웅크리고 살 테다.
미치광이 새끼들, 길거리에서 손톱을 뒤집어 쓰고 몰려다니는 미치광이 새끼들.
난 안 가. 난 안 갈 테다. 정신나간 필요성들아. 내가 사람을. 그들의 눈을.
날 치료하러 와. 나는 노래하는 알약들과 대화하는 것에 지쳤다.
내가 움직이지 않도록, 내가 웅크린 채로. 날 치료하러 와. 사실은 어딘가로 가버리고 싶다.
집 같은 곳으로. 하지만 집에는 안 가. 집 같은 곳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는 안 가.
전부 거짓말이다. 사실은 어떤 목소리도 필요 없다. 난 심리치료사도 필요 없다.
난 알약이 불러대는 노래로 만족한다. 이제부터는 아무런 대화도 없을 것이다.
나는 언어와 문장을 싫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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