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이제 더는 살아갈 수 없다. 생을 지속해봤자 남는 것은 칙칙한 절망뿐이다. 더욱 더 심한 수치를 쌓기만 하는 꼴이다. 그러나 이렇게, 절망한, 재능 없는 예술가 지망생의 표정을 한 채 목을 매달 수도 없다. 그렇게 죽는다면 죽더라도 심장이 썩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걸작을 쓰자. 죽을 각오로 쓰자. 말 뿐인 죽을 각오가 아니라, 써낸다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좌절과 수치로 가득 찬 회색 삶은 끝이다. 인생이란 것은 대책 없이 괴로운 것이기에, 예술작품의 원료 외에는 어디에도 써먹지를 못한다. 가치가 없다. 그러니까 쓰자. 걸작을 써버리고 죽자. 걸작을 써야만 죽을 수 있다.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