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해당되는 글 253건
- 2014.11.18 결코 완성되지 않는
- 2014.11.11 출국금지령
- 2014.10.31 사람들은 정육점에 갈 때 울지 않는다
- 2014.10.24 도시살이
- 2014.10.16 일단은
- 2014.10.14 우리는 신을 잃어도 꿈을 꾼다
- 2014.10.08 밤의 광란과 두 사람
- 2014.10.04 월석(月石)
- 2014.10.02 불치병에 걸린 자를 동정하는 것은 그만
- 2014.09.26 도망자
- 2014.09.25 모든 밤에는 잠들지 말자
- 2014.09.23 아침은 너무 밝고
- 2014.09.22 썩은 몸과 썩지 않는 눈동자와 마비된 사상
- 2014.09.20 우리 집 가는 길
- 2014.09.17 술잔에 잠긴 조롱
- 2014.09.15 매독적 정신
- 2014.09.14 폐인일기
- 2014.09.08 여기는 서울
- 2014.09.06 괴사 중(壞死 中)
- 2014.09.03 구부러진 집에서
- 2014.09.02 가장 가깝고 먼 여인
- 2014.09.01 삼류 시인의 노래
- 2014.08.27 진담
- 2014.08.26 손님
- 2014.08.17 난민의 이름
- 2014.08.11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 2014.06.28 서울의 골목에서
- 2014.05.01 허무주의자들의 무덤을 밟아야만 한다
- 2014.02.07 굽어진 높이에 대한 노래
- 2013.10.28 유감
사람들은 정육점에 갈 때 울지 않는다
글/시 2014. 10. 31. 01:53 |우리는 신을 잃어도 꿈을 꾼다
글/시 2014. 10. 14. 02:07 |밤의 광란과 두 사람
글/시 2014. 10. 8. 04:23 |불치병에 걸린 자를 동정하는 것은 그만
글/시 2014. 10. 2. 07:09 |
불치병에 걸린 자를 동정하는 것은 그만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렸다.
난 더 이상 지나가는 노파의
지팡이를 빼앗아 그녀를 두들겨 패지 못한다.
그것이 순수라고 말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순수라는 단어를 나 자신에게 사용할 만큼
순진하지 못하다. 어린 시절에 나는
학교 창고에서 발견한
새끼 생쥐들이 바글거리는 둥지에
불을 질렀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였고
그것들은 털도 나지 않은 한갓 생쥐였다.
어머니가 나를 도취시켰다. 야생의.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렸다.
내 청바지는 무릎 부분이
갈기갈기 찢겨있다. 몇 년 전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술을 처먹고
갑자기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가 일하는 구멍가게로 냅다 달렸다.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얼굴부터 떨어졌다.
얼굴 오른쪽이 전부 찢겨나갔고
바지도 찢어져있었다. 나는 얼굴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웃으면서 구멍가게로 들어갔다.
친구가 날 쳐다보았다. 마침 물건을 사던 손님이
내게 반창고를 주었다. 나는 눈에서
소주를 흘렸다.
반창고는 상처의 십분의 일도 가리지 못했다.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렸다.
나는 이를 뽑고 머리카락을 잘랐다.
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악취는
무슨 짓을 해도 사라지지 않지만
나는 잇몸에 피가 날 정도로 이를 닦는다.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
온갖 장기와 뇌와 영혼에서 스미어 나오는 악취를
그들에게 들킬까봐. 나는 이를 닦는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노파에게도
시답지 않은 잡담을 건넨다.
그러나 멀찍이서 할뿐이다. 나는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렸으니까.
가까운 곳에서는
나의 악취를 들키고 만다.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렸다.
나는 자주 웃는다. 과거에 어머니는
날더러 웃는 연습을 하라면서
입에 볼펜을 물려주었다.
나는 며칠 만에 그 짓을 포기했지만
덕분에 지금 나는 잘 웃는다.
내 흉부에는 수십 개의 흉터가 있지만
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잘 웃는다.
나는 옷을 세탁하고 머리를 감는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담배를 피운다.
술을 마셔도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들의
창문을 깨지 않는다.
착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병에 걸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아프고
생각보다 쓸쓸하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전동차가
사람들을 싣고 철로를 달려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부서져가고 있다.
도망자
아침마다 도망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들이 무슨 생활을 하는지
내 과거에 비추어본다.
사실 그것은 생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生은 이미 없다.
새벽마다 병의 이름을 가진 상념과
어둠과 밤과 달의 속삭임과
별들의 혼잣말과 영원히 잠들지 않는
도시의 빛살과 가로막힌 벽들과
근대의 유물이 된 사상과 지껄이는 밤요정들과
너무 무거워진 존재 때문에
빈 집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구멍 뚫린 흉부에 채워 넣을 무언가라도 찾으려고
밤거리를 배회하다가―그들의 실패는 자명한 것이다―
마침내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떠오르는
태양의 귀퉁이를 두려워하며
이제는 햇살을 피해 다시 빈 집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이따금 그들은 서로 마주쳐
동류의 냄새를 맡고서 주춤거리지만
서로 말을 섞거나 새침하게 악수를 하는 일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동정과 자괴감과
도무지 불이 붙지 않는 분노와 방향을 잃은 증오와
종말에 대한 허망한 기원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빈 집으로 도망치는 그들을
천박한 언어로 바라본다.
내가 낮에 술을 마시는 이유도 태양이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나는 그나마 야간 生活者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원하는 것이 없는 이를 구하는 방법이란 없으며
내가 찾은 구원의 찌꺼기라는 것도 결국
술과 담배와 약물과 詩임을
알고 있음이다.
모든 밤에는 잠들지 말자
글/시 2014. 9. 25. 04:22 |친동생보다 이쁜 우리 개새끼
썩은 몸과 썩지 않는 눈동자와 마비된 사상
글/시 2014. 9. 22. 22:27 |썩은 몸과 썩지 않는 눈동자와 마비된 사상
존재의 과잉 때문에 삶이라는 것이 더럽게 퍽퍽합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닭 가슴살을 싫어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담배를 물고 술병을 물고 약통을 물다보니 어느새 내 영혼부터가 닭 가슴살보다도 수분이 하등해진 것입니다. 이놈의 인생을 매끄럽게 굴리려면 기름이라도 쳐야할 텐데, 기름을 치기 이전에 나사들은 사이즈가 안 맞고 엔진은 이십사 시간 과열상태입니다. 어려서부터 길가에 버려진 고철들을 보면 모조리 주워서 내 가슴에 담아둔 탓입니다. 나는 도무지 길가에 버려진 작고 커다란 고철들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들도 누군가에게 버려진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고철들을 내버린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살아 움직이는 고철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버려진 것이 버려진 것들을 어떻게 또 버릴 수 있겠습니까. 쓰레기와 녹의 냄새가 나는 팔에라도 담아 끌어안아야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항상 고철들과만 피와 고기로 교감을 나누다보니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냉담해진 것입니다. 이것도 패배주의가 낳은 부작용일까요? 나는 항상 손가락이 서너 개 잘리고 흉터를 가진 손들과만 악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하얗고 깨끗하게 다듬어진, 대리석으로 만든 것 같은 고귀한 손들은 가까이만 닿아도 소름이 끼칩니다. 그래서 내가 잡았던 소녀의 손에는 담뱃진이 눌어붙어 있었고, 눈동자에 젖과 꿀과 ―당연하게도―눈물이 흐르던 여인의 손은 오랜 절망과 신에 대한 고뇌로 깎여나가 있었습니다. 내 눈동자에는 술이 머금어져있었고 희망을 만나면 거의 반사적으로 경계부터 했었습니다. 내가 여인들의 손에 눈물을 떨구었던 것은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고독을 부채질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놈의 고독, 고독, 고독. 참 쉬운 말이고 쉬운 단어입니다. 그런데 고독의 뒷면에는 주체가 과잉되어 손가락마저 불어터져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는 서러운 마스크가 있습니다. 고독은 우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흘러들어오려고 오는 것입니다. 나는 과잉되어서, 술을 마시면 토하고 담배를 피우면 허파를 쥐어짜고 약을 먹으면 정신을 사방으로 뿌려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용할 수도 없는 부풀어 오른 개념들은 여전히 나에게는 너무 많은 것입니다. 존재의 과잉이 나를 짓눌러 죽이고 있다고 외쳐왔습니다. 아니 그것은 나를 죽이지는 않지요. 사실은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고 영원한 경계선의 한복판에 거적처럼 걸쳐놓는 것이지요. 나는 행동주의자가 되기에는 너무 녹슬었고 이론 속에 파묻히기에는 너무 뜨겁습니다. 내 피는 쓸모없는 것들의 용광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현실에 배설 당했으나 공기보다 가벼운 두 발 때문에 항상 어설픈 고도에서 거꾸로 부유합니다. 음식을 먹으면 항상 토하고 싶은 것도 내가 거꾸로 떠다니기 때문일 테지요. 이박삼일을 자도 술이 깨지 않는 것은 뇌에 피가 몰렸기 때문일 테지요. 한때는 니체에 미쳐 칼을 쥐고 다니고, 카뮈에 미쳐 무감각의 마을에서 피를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사상이라는 것도 오만가지 이유에 의하여 삭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배부른 기득권층도 분노하는 혁명가도 될 수 없도록 아주 애매하고 미묘하게 삭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존재의 무게가 점점 과잉되도록 아주 적절하게 삭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존재의 무게가 아니라 존재의 쪽팔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면 이 지랄 맞게 과잉된 상태가 최종국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애매하고 어디로 향할 수도 없는, 철로에 덜컥 발이 끼어버린 상태가 내가 가고자 했던 길과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던 길이 합쳐진 행로의 결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그래서 나는 철로에 덜컥 발이 낀 채로, 부디 철마 하나 달려와 주기를 뻔뻔하게 기원하는 것입니다.
괴사 중(壞死 中)
글/시 2014. 9. 6. 01:42 |가장 가깝고 먼 여인
글/시 2014. 9. 2. 12:12 |난민의 이름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내 봉급에도 마음 주는 일 없이
깜깜한 창밖만 내다보며
종이를 앞에 두고 게으름에 뒹구는데도
형광등은 오로지 낮이라고 빛난다 그것은
버러지의 시체들로 그림자놀이를 하며
창백하게 내 눈동자를 깨우며 흔드는 것이다
오히려 내 눈동자는 피로해 눈앞이 벌겋고
다음 달에도 봉급은 많을 일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내 소관도 아니며 나는 그저 버리고
가끔 전철에 몸을 싣을 때 보면 반드시 눈 보이지 않고
다리 성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렁질 바가지 들고 있을 때
나는 주머니를 뒤지며
내 봉급을 꺼내는 것이다 그저 그 짤그랑 소리 들으려고
날씨는 미쳐 벌써 긴팔을 입지 않으면
차라리 소주를 마셔 혈관을 데워야 하고
전철에 탔을 때 내 옆에 앉은 동무는
하모니카 불며 구걸하는 저 장님이 돈푼 받을 자격이 있느냐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 모를 노기 섞인 목소리로
그러는 것이다 돈푼 받을 자격이느냐고
모른다 나는 알 도리가 없다
오히려 이유가 있노라면 돈 많고 부자인
그런 사람들을 내가 만날 일이 없는 까닭이고
나는 소주 한 병과 담배만 있으면
밥이 없고 옷이 없어도 서글퍼본 적이 없는 까닭이고
가난이라는 것이 이미 내 심장에 쐐기를 박아
가난이 싫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하모니카 불었던 것을 기억하고
또 늙으신 할아버지는 딱 저 절름발이 걸음으로 걸었던 것을 기억하고
목을 못 가눠서 슬픈 저 바보는 우리 어머니 동생과
똑 닮은 눈을 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글/시 2014. 8. 11. 22:17 |나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였다
어둠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면서 네온불빛 위에 쌓이는 밤 시간에 나는 시상이 내 영혼 위에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일이라서 나는 혈기도 없는 형광등 불빛 밑에서 담배를 피웠다. 바깥에서는 황달에 걸린 것 같은 가로등 빛이 깜빡거렸다.
그러나 나는 시를 쓰지 아니하였다. 차라리 나는 시상이 무슨 색깔을 하고 있는지에 골몰하였다. 매일 내가 삼키는 십 수 개의 알약들을 오늘 아침 나는 잊어버린 것을 떠올렸다. 그리하여 광증이 내 뇌수 속에서 분열의 소리를 외치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알아차렸다는 표현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약물이 늘 내 광증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곧 나는 현대의학으로 규정지어진 나의 광증에게 네가 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붓다의 어떤 가르침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광증에게 질문할 수는 있어도 광증이 답을 주지는 아니하리라고 말이다. 그래서 광증인지 시상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이 말하기를: 나는 그저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죽도록 그리웠다.
사락사락 쌓이는 어둠 속에 도시의 눈물인 듯 습기의 냄새가 났다. 나는 담배를 태우고 또 담배를 태우면서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자살을 하느냐고 자문했다. 도시에 사는 영혼들은 네 심장박동을 따라 유감이 핏줄 속을 돌아다닐 때 어떤 면도칼 사이에서 세상을 버리는 방법을 찾아내느냐고.
광증아, 내 광증아 너는 언젠가 내가 타고 갈 비루한 황소 한 마리를 데려오리라. 그러면 나는 양발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소 위에 올라탈 것이다. 그러면 그 비루한 황소는 위로하는 듯 조롱하는 듯 울면서 계곡을 건너고 강을 건널 것이다. 나는 안녕이라고도 하지 않고, 천천히 썩어가는 세상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나는 시베리아의 여인을 처절하게 사랑했었고 계절은 겨울에서 정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산골을 떠나서 내 광증을 낳은 어머니의 피폐한 젖가슴 속으로 돌아왔다. 벽을 보고 걸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이 깨달음처럼 내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하여 나는 이 벽이 미로의 한복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 또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우고 내 가슴을 껴안았다. 불빛은 불행하여 아름다웠다. 비극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밤하늘에서 서로 부딪히며 떠돌았다. 나는 길 가는 행인들의 정수리를 쪼았고 그들은 핏방울마저도 체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러 가리라고 다짐하였다. 나는 소주병을 나팔처럼 들고 노래하리라고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