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적 정신

글/시 2014. 9. 15. 23:38 |
매독적 정신


오늘은 지하철 타고 집에 가다가 광고판에
<청춘의 고민은 취업>이라고 쓰인 것을 보았다.

겨울도 아직이건만
왜 이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가슴에 서리가 끼었나
얼마나 추우면 혈액이 얼음과자처럼
살얼음 섞인 채로 혈관 속을 돌기에
벌써부터 청춘의 고민이 취업 밖에 없나.

내가 편두통 달고 사는 머리로
장시간 고뇌한 결과 청춘의 고민이 상대해야할 것은
마땅히 매독이다. 청춘의 고민은 매독이어야만 한다.
모든 세대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청춘들의 고민은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누워있던 이불에서 일어날 때
여전이 술병 앓는 영혼이 조곤거리는
높고 쓰라리고 고독한 죄악감이어야만 한다.

양심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그 말인즉슨
곧 양심을 뿌리 채 뽑아 버려버릴
악(惡)의 詩를 찬미할 청춘들이
많으리라는 것이니까.
매독을 고뇌하고 매독을 사랑하여서
매독의 사랑을 노래하고 매독의 아픔을 이로 씹고
모차르트처럼 발광하여 죽어갈 이들의 눈빛이
내 눈에 속속히 보인다.

마땅히 죽어야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앞으로! 니체를 읽은 순진한 대학생이
겁 모르는 전사가 되어 죄 없는 적군의 심장을
총칼을 이용하여 처음으로 찌를 때
니체마저 그림자가 되는 그 순간을 넘어, 앞으로!
우리는 추락할 것이다. 추락하며
만개하고 휘날리는 꽃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추락하며 활짝 필 것이다.

반항이라는 말을 쉬이 입에 담지 말라.
내가 벌였던 피와 폭력의 반항들마저도
이미 오래 전에 썩어 한 권의 책이 된 작가들의
어리숙한 흉내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고로 피와 폭력은 반항의 껍질만을 깨는
삶 전체의 시동(始動)이었던 것이다.
정신의 눈동자를 슬며시 열리게 하는
젊은 날의 나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항상
정신의 무게를 현실로 만들어낼
정신의 피와 정신의 폭력을 찾고 있다.
그것은 새벽 중 자주 울리는 영혼의 비명소리와 흡사한 것 같다.

뇌수가 병으로 앓는 일에 전념하여야 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의 늑골을
치아로 긁어대다가
신문으로 가려놓은 창문에 저주 같은 햇빛이
새어들어 올 때,
모든 것이 또 시작 된다는 세계적 강압에 마주할 때
네 영혼이 비명횡사하려고 할 때
젊은이는 마땅히 매독을
고민하여야만 한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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