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창동역
역사 나오자마자
노인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도봉구소유공공쓰레기통
을
열고 뒤져
어딘가에 갖다 팔아 돈 될 만한
그러니까 캔이든 병이든
그런 것을
자루에 담고 있다.
옆에선
웬 놈이 인도 한복판에서 담배 태운다.
7년 전쯤 저러다가 구청 직원한테 팔만 원이나
뜯겼는데
겪어 봐야 알지 뭐
서울 중심지에 있을 때만도 바람이 꽤 써늘했던
것
같은데
춥지는 않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집으로
걷는다 한쪽 발만 새하얀,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밤길을 가로지른다
집으로
평생 집에서는 못 할 짓만 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현관 앞 화병들 전부 추락시켜 깨뜨리고
칼과 펜으로 문과 벽지에 빼곡히 뭔가를
야밤에 소리 지르며 누군가,
무언가를 좇아대고
그래
좁아터진 서울 외곽 곳곳 곳곳, 곳
으로, 가족들, 계속 쫓기며, 이사만 전전해야 했던
이유도, 나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집 나와
집으로 간다
어깨에 멘 가방이
무겁기는 하다.
여하간 집은
집이라고,
명시되어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