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글/시 2024. 11. 21. 23:02 |

집에서 집으로


 창동역
 역사 나오자마자
 노인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도봉구소유공공쓰레기통
 을

 열고 뒤져
 어딘가에 갖다 팔아 돈 될 만한
 그러니까 캔이든 병이든
 그런 것을
 자루에 담고 있다.

 옆에선
 웬 놈이 인도 한복판에서 담배 태운다.
 7년 전쯤 저러다가 구청 직원한테 팔만 원이나
 뜯겼는데
 겪어 봐야 알지 뭐

 서울 중심지에 있을 때만도 바람이 꽤 써늘했던
 것
 같은데

 춥지는 않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집으로
 걷는다 한쪽 발만 새하얀,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밤길을 가로지른다
 집으로

 평생 집에서는 못 할 짓만 했는데
 무슨 이유였는지
 현관 앞 화병들 전부 추락시켜 깨뜨리고
 칼과 펜으로 문과 벽지에 빼곡히 뭔가를
 야밤에 소리 지르며 누군가,
 무언가를 좇아대고

 그래
 좁아터진 서울 외곽 곳곳 곳곳, 곳
 으로, 가족들, 계속 쫓기며, 이사만 전전해야 했던
 이유도, 나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집 나와
 집으로 간다

 어깨에 멘 가방이
 무겁기는 하다.

 여하간 집은
 집이라고,
 명시되어 있긴 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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