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어느

글/시 2022. 10. 27. 18:00 |

시월의 어느


자꾸만 구역질이 난다
아 하고 성대를 울려본다 나는
어제부터 말한 기억이 없다

거리 위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우듬지 주변엔 창백한 가을 하늘
멀고 낯설고 까마득히 흔들리는데
곧 눈은 시리고 벌겋게 차오른다

흐려진 눈동자와 안경 너머로
찡그리고 바라보아도 그러나
그곳 어디에도 슬플 일은 없다

그저 종일 앉아있던 방안이 어둑하고
너무 오래 하늘과 마주 보지 못했고
익숙지 않은 미제 담배가 독하고 맵고
찬 바람에 온몸이 팽팽히 굳은 탓이다

방으로 돌아와 전등을 켜니
눈동자는 다시 붉게 떨려오는데
여기 어디에도 슬플 일은 없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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