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기록/생각 2020. 12. 11. 16:04 |

(시라기보단 산문을 행만 나눠놓은 것 같아서 생각 카테고리에 넣는다)

 

겨울 아침


1.
오늘은 월요일이었습니다
화요일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날짜를 세어봤지만
달력은 결국 월요일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잘못 걸린 전화로 잠에서 깨어
몽롱하니 주변을 둘러보자
꽝꽝 얼어붙은 아침 햇살이 커튼 너머로
고체뿐인 좁은 방을 비추고 있었네요

매일 눈을 뜨면 검은 허파가
헐떡이며 그르렁거리는 까닭에
집에 가고 싶어, 하고
잘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맙니다
하지만 갈 곳은 몰라요
하지만 돌아갈 곳은 몰라요

2.
간만에 보는, 아침 햇살 밑의 창동은
사방에 높이 높이 솟은 묘석들 사이
화려한 유령들이 철퍼덕철퍼덕 걸어 다니는
참으로 기묘한 프레스코화 같아
저는 신발을 잘못 신지는 않았나
바지를 두 벌 입지는 않았나……
화가에게 보이지 않도록 슬금슬금
그림자 밑에서 연기를 머금는 것입니다

저녁이 오면 묘석들이 잿빛이 되겠지요
밤이 오면 유령들은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저마다, 살아있다는 것은 참
성가신 일이야, 그렇지, 중얼중얼 되새기면서요

담뱃불을 끄고 있노라면
발밑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창피해
아아, 눈이라도
내려주지 않으려나
손가락은 공연히 코트 주머니 속을 헤맵니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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