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모든 선의와, 그들의 모든 인간성과, 그들의 모든 일상 속에서의 고민들이 내 결벽증에 상처를 입힌다. 나는 밤에 일어나서 아침에 잠들고, 어느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인간적인 시선들이 죄인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을 죄인으로 만든다. 죄책감이여. 삶을 열광적으로 살게 하는 원천이 잔혹함에 있다면 믿겠는가.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모조리 새까만 외로움으로 작열하는 사막에서 말라 죽을 것이다. 우리의 시체는 재조차 남기지 않을 것이다. 내 생명을 사랑하는, 무언가 형태 있는 것으로 삶을 사는 인종들에게. 나는 당신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서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만큼 당신들을 정신이 나갈 정도로 증오합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내가 어떠한 행동을 모두 앞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나 할 수 있겠는가. 남자는 죽어서 천국에 갔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 어떤 불안감, 내가 가장 집착하는 인간의 인간불신. 인간불신을 사랑해야만 한다. 그리고 잊어버린, 개인의 치졸한 상처들과, 어떤 세계적인 비극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에고이즘들도.
 진실된 비극이 유창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원히 없을 것이다. 차라리 그냥 내가 무너질 것 같다는 사실을, 당신들이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내 절망이 두개골 안쪽 구석구석까지 들러붙어 조용히 침전되어있다는 끔찍함을. 아, 아아, 내게서 무슨 말을 원하나?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길 원하나. 난 이 뜨겁게 끓어대는 땅에서 아무도 인간이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돌발적인 관념이고 빈곤이다.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난 언제까지고 거울밖에 없는 이 방에서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온갖 것들을 게워내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게워낸 것들이 또 나를 구토하게 만들 것이다. 날 꺼내다오. 내 가슴을 쪼개고 심장을 꺼내버려라. 그리고 맥박조차 뛰지 않게 된 내 손목을 잡고 날 이 지독한 방으로부터 끄집어내. 썩어버린 내 시체를 당신들 인류의 일부로 만들어줘.
 아아, 역겨운 감상주의, 감상주의, 주의, 주의, 주의, 주의. 주의라니. 그것이 도대체 뭐라고. 내가 도대체 무슨 언어를 써야 좋겠는가. 내가 쓰는 이 언어는 내가 만든 것들이 아니다. 나는 정직한 인간으로, 혀를 잘라버리고 존재의 가장 치명적인 섹스를 찾으러 갈 것이다. 나는 불감증에 걸린 시체다. 누구나 다들 그렇듯이 나도 바싹 마른 사막에서 에로스처럼 태어났다. 광야 한 가운데서 아버지의 시체에 술을 붓고 불을 붙인 그 남자가 바로 나다. 닮았는가. 하지만 잘 보면 그다지 닮지도 않았다. 통제된 감성이 이성으로 수치화된 눈들에게는 가장 좋은 먹이감이다. 내가 도대체 어디에서 타죽어가고 있다고. 도대체 누구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이 모든 것들에게서 오직 뉘앙스만이 진실이다. 뉘앙스가 아니고 난센스도 아닌 구체적인 단단함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모조리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직 태양과 섹스할 줄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표상들과 내 병질들은, 충분히, 그런, 성향이, 있다.

그리고.
그리고 반복하건데 여기엔 아무것도 없다. 인간에 대한 모든 기대는 좌절되고, 표현에 대한 믿음은 배신당한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가. 내가 무슨 말을 했는가.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신은 도대체가 알고나 있는가. 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직 고뇌하고 증오하기만 한다. 그러나 믿음은, 그러나 신뢰는, 그러나 그 최소한의 기대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좋단 말인가.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나의 짧은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고 있나? 물론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모든 소통에 대한 희망은 관념의 가장 낮은 밑바닥까지 추락한다. 오직 저주하기만 한다.
차라리 태양의 손을 잡겠다. 차라리 태양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렇다. 차라리 그와 함께 타죽어버리겠다.
언어의 피질이 개인을 절망케한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라. 정직한 사람은 그렇게 할 것이다.
정직한 사람은 고독으로 목을 졸라 자살할 것이다.
마천루들 위에 마천루를 지어야 한다. 태양 가까운 곳에서 목을 맬 이들을 위해서.
정직한 사람은 고독으로 목을 졸라 자살할 것이다.
태양의 하얀 그늘 밑에서.
태양의 하얀 그늘 밑에서.
그 극단적인 추상성의 이미지 속에는 아무도 없다. 그만두겠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얼굴도 보이지 않는 오만들. 익숙한 확신들. 그것들의 표정에 칼을 대고, 그 가죽을 전부 잡아 뜯고 싶다.
전환이니 치환이니, 아무리 배를 가르고 그 안에서 수십 수백미터씩 되는 내장들을 천천히 끄집어내도 아무것도 성립되지 않는다. 적어도 이곳에선, 그리고 모든 것이 송두리째 끝나버리기 전까지는 그렇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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